강우일 주교 “세상과 씨름하며 평화 선포하지 않으면 이미 교회가 아냐"
강우일 주교 “세상과 씨름하며 평화 선포하지 않으면 이미 교회가 아냐" | ||||||||||||||||||
-교회는 친목도모하는 '동아리' 아니다.. 교회의 정체성 다시 확인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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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주교회의 기관지인 <경향잡지> 7월호를 통해 낡은 정교분리 원칙과 교회의 탈세상적 태도를 공박하며 가톨릭교회가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당한 이유를 가톨릭 사회교리에 따라서 소상히 밝혔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영적 구원만' 가르치지 않는다
강 주교는 "교회가 이어받은 예수님의 사랑이 개인적인 사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전체에 대한 사랑"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이 세상과 무관하게 하늘 높은 곳에 좌정하고 계신 추상적인 신"이 아니라 "이 세상에 깊은 관심과 연민을 갖고 다가오시며 개입해 들어오시는 분"이고, "고역에 짓눌려 탄식하며 부르짖는 이들을 굽어보시고, 울부짖는 이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그들과 함께 계시며, 그들의 고통을 속속들이 아시고, 그들을 그 고통과 억압에서 해방시키기 위하여 우리를 그곳으로 파견하시는 분"임을 강조했다.
예수는 세상에 침묵하지 않았다 강우일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 역시 "이 세상과는 아무런 인연을 맺지 않고 초연하게 산야에 묻혀서 명상과 기도와 영신적인 수련에만 몰두하신 분이 아니"라면서, "예수님은 나자렛에서 30여 년을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사시면서, 그 시대의 세상이 차별하고 억압하고 외면하였던 보잘것없는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시고, 그들 가운데 함께 계시며,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신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예수는 탐욕과 불의와 죄악으로 얼룩지고 억압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침묵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권력자들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예수님과 함께 고민하고, 예수님과 함께 참된 의를 실천하고, 예수님과 함께 연민과 수난의 길을 걷는 고달픈 여정"이며,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영육으로 안락하거나 편안한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만은 의미하지 않고...본질적으로 피곤하고 고달픈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피곤함과 도전을 마다하면 진정한 의미의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며 "교회를 생각이나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마음을 상하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는 인생 ‘동아리’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수많은 종교 단체 중 하나일 수는 있어도, 더 이상 진실한 그리스도의 교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톨릭 사회교리, 사목적 도구이며 그리스도교적 선택의 지침
4대강 사업은 하느님의 선물인 자연을 '도둑질'하는 것 강 주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인용해 "자연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쓰레기 더미가 아니라 창조주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인간이 둑을 쌓고 모래를 파가고 흐르는 물길을 막아 강의 숨통을 끊고 있다."라며 "교회는 현재 4대강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공사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강우일 주교는 그동안 4대강 문제뿐 아니라 용산참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줄곧 사회적 발언을 해 왔으며, 강우일 주교는 지난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함께 ‘생명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지난 6월 14일 양수리 성당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에서 행한 강론에서는 "주교 개인이 아니라 주교단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도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이미 4대강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라면서 "천주교 신자들도 4대강 사업을 막고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자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할 만큼 확고하게 4대강 사업에 대한 교회 입장을 천명해 왔다. 오는 7월 5일(월) 오후 2시에는 ‘낙동강 생명평화미사’가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의 주례로 경남 창원시 사파동 성당에서 거행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