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것들이 있다.
더 좋은 것들로 인해 자리를 내어주고, 아쉽지만 새로운 것들로 인해 잊혀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경주, 옛 신라 땅에 들어서면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유적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로 인정받을 만큼 많은 문화재들이 산재하여 학습을 목적을 띄고 이곳을 찾는 전국의 학생들만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러한 문화유적도시 경주에 문화재는 아니지만 어릴적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이 있어 눈에 띈다.
기와집으로 된 오래된 건물. 바로 '신라주유소'다.
SK, GS와 같은 현대식 쥬유소만을 접하다가 신라 주유로를 접했을 때의 느낌은 생소함과 함께 궁금증이 일었다. 기와집으로 된 주유소라고 하면 서울에도 '청기와주유소'가 있다. 신라주유소라...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신라주유소란 정유회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옛 신라땅에 있는 주유소라 명칭이 신라주유소인지.
그러고 보니 주유구 입구에 SK라고 버젓이 써 있는 것을 보면 정유회사는 아닌듯 하다.
여줘보니 경주에 생긴 주유소 중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라고 한다. 허름하다. 오래되었다. 누가 주유하러 올까 보니 흔하지 않게 차량은 들어선다. 길 맞은편엔 번듯한 주유소들이 여럿 버티고 있다. 비가오는 날엔 비를 피할 차양도 지붕도 없다
하지만 신라주유소엔 현대식 건물들이 갖지 못한 정겨움이 있다. 구멍가게 간판같은 주유소 명판과 이미 오래되어 사라져 버린 기계식 주유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여느 주유소들이 전자식 주유기를 도입하였을때에도 신라주유소의 주유기에선 숫자판이 넘어가고 있었다. 오래된것은 사라져가고 새로운 것만이 남아가는 이 세대에 신라주유소는 주유소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오늘도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또다른 볼꺼리를 주고 있다.
신라 주유소... 신라땅의 주유소란 것인가. 간판은 꼭 어릴적 버스정류장의 그것과도 닮았다.
기와지붕을 하고있는 신라주유소. 시골의 오래된 가게 같기만 하다.
가끔 주유하기 위해 들어오는 차량들이 보인다. 3개의 주유기 삼총사가 손님을 맞는다.
이것도 사용하는 것을까. 시간의 흔적만을 간직한 채 정지한 지 오래된 것일까.
주유소로 들어서면 지켜야 할 규칙들이 여럿있다. 꼭 지키도록 하자^^
신라 주유소의 터줏대감 역활을 하고 있는 주유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현대식 주유소들이 깔끔하게 단장하고 손님들을 맞는다. 오래된 주유기에 새 옷을 입혀두긴 했는데...
주유하는 방식이야 달라진것은 없지만 천정에 매달려 내려오는 주유기는 이곳에 없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아르바이트 분들도 없다.
주유기는 오늘도 리터기를 넘긴다. 하지만... 신라주유소의 몇몇 주유기들은 이미 시간의 흐름을 정지 시켜둔지 오래다.
마지막 주유를 한채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 더 이상 넘어가지 않고 멈춰버린 숫자들은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을 모여주는 듯 하였다.
세월의 흔적이 있어 겉은 닳았지만 늘 정기적인 점검을 받고 있어 여느 주유소와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천년의 고도 경주.
역사적인 유물이 많이 남아있는 이곳에 오늘 새롭게 유물이 될 것들이 등장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신라주유소 / 김혜경 作
쓸쓸히 늙어 가는 주유소가 있다
논이 있던 자리에 아스팔트 길이 나고
명아주풀 씨앗들 무심히 가을볕을 쬐고 있다
그는, 응달진 곳에 묻힌 경애왕의 悲哀도
풀숲에 떨어져 뿌리내리지 못하는
어린 소나무의 슬픔도 모른다
아니 세상일에 깊이 관여하려 들지 않는다
그는 안다, 귀를 막고 입을 닫는 것이
현실에서 살아 남는 법임을
알면 알수록 올가미에 빠지는 것이 세상살이임을
캄캄한 밤 허기진 자동차에게 주유한 액수만큼
속도를 충전시켜주는 일만 할뿐이다
그가 유일하게 관심이 가는 것은 길섶에 아슬아슬하게
터를 잡은 민들레 씨앗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 하얀 것들이 冠을 쓰고
어디든 마음 붙이는 곳으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속도에 중독된 사람들 천 년 사지의 안부 묻지 않아도
그는 결코 서운해하지 않는다
다만 한 때는 번창했던 주유소
불빛이 희미하게 꺼져 가는 것보다
질주에 감염된 휘발유를 팔 수 밖에 없는
生이 안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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