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구름도 쉬어가는 청정 피서지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8.13 13:18
강원도 정선은 눈을 감고 돌아다녀도 아름다운 비경에 닿는다. 청정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짙푸른 숲과 강물이 빚어내는 비경을 바라보노라면 한여름 무더위는 간데없이 씻겨지고, 옥같이 맑고 얼음처럼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한여름 뙤약볕은 남의 일이다. 이뿐 아니다. 레일바이크와 래프팅, 정선 5일장 등이 일상 탈출의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여름 휴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한국의 구이린, 동강
정선은 산 높고 골 깊은 고장이다. 낮은 곳도 해발 300∼400m를 넘나들고, 산들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다. 예전에는 '정선의 하늘의 넓이는 열두 평'밖에 안 되었는데 요즘은 길을 만드느라 산언덕을 깎아내는 바람에 세 평 가량이 늘어나 '열다섯 평'이라고 말한다. 산과 산 사이 깊은 골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강 따라 길이 났고, 길섶엔 마을이 섰다.
동강과 조양강, 오대천과 골지천 등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짙푸른 숲과 시원한 계곡이 이어져 그야말로 청정 바캉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시(原始)의 시정(詩情)을 느낄 수 있다.
때 묻지 않은 비경과 강변 정취를 두루 간직한 동강은 정선과 평창, 영월 땅을 적시며 영월 읍내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51㎞를 산자락을 휘휘 돌고 또 돌아 굽이쳐 흐른다. 마치 뱀이 똬리를 틀 듯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와 왕성한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깎아지른 듯한 단애는 그야말로 '한국의 구이린'이다.
동강을 즐기는 방법은 래프팅과 트레킹, 드라이브다. 이 중 풍광을 벗 삼아 강과 함께 달리는 드라이브는 정선 여행의 백미다. 정선읍에서 평창 방면 42번 국도를 타고 가다 광하교 직전에서 길을 벗어나 다리 밑으로 들어가면 동강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동강이 생태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까닭에 입장료를 지불하고 강변 길로 접어들면 백두대간 고산준령에 비견할 만한 웅장한 풍모를 갖춘 백운산의 석회암 절벽과 짙은 초록 물빛을 머금은 동강이 정겹게 다가온다. 강은 산을 감싸 안고, 산은 또 그 강을 둘러 안는다.
귤암리를 지나면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는 가수리의 붉은 뼝대(바위로 이루어진 낭떠러지)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을 지나면 가수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오송정이 나오고, 정선초교 가수분교 운동장 끝자락에는 동강을 바라보며 700여 년을 버티고 선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사한다. 가수리는 수미마을과 북대, 가탄, 하미 등 4개 자연부락 주민들이 동강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터전을 일구며 사는 강 동네이다.
옥수수에 둘러싸인 외딴 농가와 간간이 피어 있는 야생화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섶다리가 동강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차창을 열면 스테레오처럼 양옆으로 들려오는 동강의 물소리가 청량감을 더한다. 계속 휘어져 나가던 길은 운치리를 지나 고성분교 앞의 고성 동강 관리소에까지 닿는다. 고성분교를 끼고 산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산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 어느 산성에 오르더라도 주변 일대의 경관은 빼어나게 마련이지만 이곳에 서면 뱀처럼 구불구불한 곡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너럭바위 앉으니 신선놀음
동강과 함께 소금강도 어느 계절에 가도 다 좋지만, 여름엔 녹음 짙은 숲과 전설 깃든 기암절벽들이 조화를 이뤄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 삼아 둘러보기에 더없이 좋고, 녹음에 파묻혀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정선 읍내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태백 방면으로 가다 424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흔히 '화암8경'이라 불리는 화암동굴, 용마소, 거북바위, 화암약수, 화표주(華表柱)가 도로 인근에 도열하고 있다. 산자락을 돌고 도는 곡선의 길은 에둘러가야만 알 수 있는 인생의 재미도 있다는 것을 귀띔해준다.
소금강의 시작점인 화표주에서부터 몰운대까지의 4㎞에 이르는 계곡은 흔히 '정선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린다. 어천을 따라 사모관대바위, 족두리바위, 삼형제바위, 돌두꺼비바위 등 기암절벽이 늘어서 있다. 산길을 달리다 보면 동양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기암괴석 사이를 수놓은 녹음의 물결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소금강 절경의 백미로 꼽히는 몰운대(沒雲臺)에 닿는다. 천상 선인들이 선학을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이곳에선 구름조차 쉬어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몰운대 주차장에서 오솔길을 따라 250m 정도 걸으면 너럭바위가 있는 정상이다. 벼랑 끝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구름조차 쉬어 갈 만큼 경치가 빼어났고 신선놀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아찔한데, 바위와 절벽과의 경계엔 수령 300년이 넘는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다. 노송 너머로 보이는 소금강 계곡의 풍광이 제법 아름답다. 소나무는 고사목이 된 지 오래지만 이곳을 들렀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시인 황동규는 너럭바위에 앉아 '몰운대행(沒雲臺行)'이라는 한 편의 시를 남겼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앉아 있었습니다."
몰운대는 마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경관도 일품이다. 몰운대 절벽 아래에는 광활한 반석을 휘돌아 흐르는 청류가 있어 여름철에는 피서객이 끊이지 않는다. 청류 반석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몸속 깊은 곳까지 서늘함이 전해온다. 자갈밭이 길게 펼쳐져 있어 멱을 감거나 산책하기에도 좋다.
정선 땅엔 옥같이 맑고 얼음처럼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많다. 몰운대 이외에도 광대곡, 숙암계곡, 향골계곡, 자개골 등 어디 가나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울울창창한 숲이 머금은 계곡에 들어가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금세 땀이 식는다. 특히 몰운대 근처엔 화암8경 중 하나인 광대곡이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약 4㎞ 구간의 험준한 계곡 내에는 병풍바위, 선녀폭포, 골뱅이소, 바가지소, 영천폭포 등 태고의 신비를 지닌 폭포와 소가 연이어 비경을 자아내고 있다. 광대곡은 피서뿐만 아니라 '피인(避人)'까지 꾀할 수 있는 곳이다.
태백산 줄기 산간 지역에 위치한 정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여량리의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오대산에서 내려오는 송천과 임계 중봉산에서 발원하는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 물길로, 남한강 천 리 물길 따라 뗏목을 운반하던 뗏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또한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한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으로 '아우라지 처녀' 동상이 강물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임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지금도 애잔한 아리랑 노랫가락이 들려오는 정선은 산 높고 물이 깊어 발길 닿는 곳마다 청량한 명승이다.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청량 피서지로 부족함이 없다.그래서일까. 정선 땅을 한 번 밟아본 여행자라면 정선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글/이창호 기자(changho@yna.co.kr),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
◆한국의 구이린, 동강
동강과 조양강, 오대천과 골지천 등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짙푸른 숲과 시원한 계곡이 이어져 그야말로 청정 바캉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시(原始)의 시정(詩情)을 느낄 수 있다.
때 묻지 않은 비경과 강변 정취를 두루 간직한 동강은 정선과 평창, 영월 땅을 적시며 영월 읍내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51㎞를 산자락을 휘휘 돌고 또 돌아 굽이쳐 흐른다. 마치 뱀이 똬리를 틀 듯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와 왕성한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깎아지른 듯한 단애는 그야말로 '한국의 구이린'이다.
동강을 즐기는 방법은 래프팅과 트레킹, 드라이브다. 이 중 풍광을 벗 삼아 강과 함께 달리는 드라이브는 정선 여행의 백미다. 정선읍에서 평창 방면 42번 국도를 타고 가다 광하교 직전에서 길을 벗어나 다리 밑으로 들어가면 동강 관리사무소가 나온다. 동강이 생태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까닭에 입장료를 지불하고 강변 길로 접어들면 백두대간 고산준령에 비견할 만한 웅장한 풍모를 갖춘 백운산의 석회암 절벽과 짙은 초록 물빛을 머금은 동강이 정겹게 다가온다. 강은 산을 감싸 안고, 산은 또 그 강을 둘러 안는다.
귤암리를 지나면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는 가수리의 붉은 뼝대(바위로 이루어진 낭떠러지)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을 지나면 가수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오송정이 나오고, 정선초교 가수분교 운동장 끝자락에는 동강을 바라보며 700여 년을 버티고 선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사한다. 가수리는 수미마을과 북대, 가탄, 하미 등 4개 자연부락 주민들이 동강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터전을 일구며 사는 강 동네이다.
옥수수에 둘러싸인 외딴 농가와 간간이 피어 있는 야생화들은 눈을 즐겁게 하고, 섶다리가 동강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차창을 열면 스테레오처럼 양옆으로 들려오는 동강의 물소리가 청량감을 더한다. 계속 휘어져 나가던 길은 운치리를 지나 고성분교 앞의 고성 동강 관리소에까지 닿는다. 고성분교를 끼고 산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산성이 눈에 들어온다. 그 어느 산성에 오르더라도 주변 일대의 경관은 빼어나게 마련이지만 이곳에 서면 뱀처럼 구불구불한 곡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너럭바위 앉으니 신선놀음
동강과 함께 소금강도 어느 계절에 가도 다 좋지만, 여름엔 녹음 짙은 숲과 전설 깃든 기암절벽들이 조화를 이뤄 가족들과 함께 드라이브 삼아 둘러보기에 더없이 좋고, 녹음에 파묻혀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정선 읍내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태백 방면으로 가다 424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흔히 '화암8경'이라 불리는 화암동굴, 용마소, 거북바위, 화암약수, 화표주(華表柱)가 도로 인근에 도열하고 있다. 산자락을 돌고 도는 곡선의 길은 에둘러가야만 알 수 있는 인생의 재미도 있다는 것을 귀띔해준다.
소금강의 시작점인 화표주에서부터 몰운대까지의 4㎞에 이르는 계곡은 흔히 '정선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린다. 어천을 따라 사모관대바위, 족두리바위, 삼형제바위, 돌두꺼비바위 등 기암절벽이 늘어서 있다. 산길을 달리다 보면 동양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기암괴석 사이를 수놓은 녹음의 물결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소금강 절경의 백미로 꼽히는 몰운대(沒雲臺)에 닿는다. 천상 선인들이 선학을 타고 내려와 놀았다는 이곳에선 구름조차 쉬어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몰운대 주차장에서 오솔길을 따라 250m 정도 걸으면 너럭바위가 있는 정상이다. 벼랑 끝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구름조차 쉬어 갈 만큼 경치가 빼어났고 신선놀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 아찔한데, 바위와 절벽과의 경계엔 수령 300년이 넘는 소나무 한 그루가 외로이 서 있다. 노송 너머로 보이는 소금강 계곡의 풍광이 제법 아름답다. 소나무는 고사목이 된 지 오래지만 이곳을 들렀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시인 황동규는 너럭바위에 앉아 '몰운대행(沒雲臺行)'이라는 한 편의 시를 남겼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앉아 있었습니다."
몰운대는 마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경관도 일품이다. 몰운대 절벽 아래에는 광활한 반석을 휘돌아 흐르는 청류가 있어 여름철에는 피서객이 끊이지 않는다. 청류 반석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몸속 깊은 곳까지 서늘함이 전해온다. 자갈밭이 길게 펼쳐져 있어 멱을 감거나 산책하기에도 좋다.
정선 땅엔 옥같이 맑고 얼음처럼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많다. 몰운대 이외에도 광대곡, 숙암계곡, 향골계곡, 자개골 등 어디 가나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울울창창한 숲이 머금은 계곡에 들어가기만 해도 소름이 돋고 금세 땀이 식는다. 특히 몰운대 근처엔 화암8경 중 하나인 광대곡이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약 4㎞ 구간의 험준한 계곡 내에는 병풍바위, 선녀폭포, 골뱅이소, 바가지소, 영천폭포 등 태고의 신비를 지닌 폭포와 소가 연이어 비경을 자아내고 있다. 광대곡은 피서뿐만 아니라 '피인(避人)'까지 꾀할 수 있는 곳이다.
태백산 줄기 산간 지역에 위치한 정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는 여량리의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오대산에서 내려오는 송천과 임계 중봉산에서 발원하는 골지천이 만나 어우러진 물길로, 남한강 천 리 물길 따라 뗏목을 운반하던 뗏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또한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한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으로 '아우라지 처녀' 동상이 강물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임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지금도 애잔한 아리랑 노랫가락이 들려오는 정선은 산 높고 물이 깊어 발길 닿는 곳마다 청량한 명승이다. 여름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청량 피서지로 부족함이 없다.그래서일까. 정선 땅을 한 번 밟아본 여행자라면 정선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글/이창호 기자(changho@yna.co.kr),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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