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협소주택 G-HOUSE월간 전원속의 내집|글 강문철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입력2014.06.20 14:46|수정2014.06.20 14:51
낡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에 짙은 회색의 4층 주택이 들어섰다. 기다란 삼각형 모양의 84㎡(25평) 좁은 땅에 구성원들의 독립적인 공간을 효율적으로 풀어낸 4인 가족의 집이다.
기존의 노후주택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집을 짓고자 한 건축주의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4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개인 공간과 서재, 욕실 2개, 옥상 정원 등이 있어야 하고, 단열과 방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외관에 이러한 사항들을 풀어놓길 원했다.
의뢰를 받고 처음 현장답사를 갔을 때 '참 어려운 땅'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량 통행이 잦아 소음이 심하고, 삼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예각 삼각형의 땅. 여기에 수많은 전선까지 복잡하게 얽혀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86㎡의 대지면적은 인허가 과정에서 2㎡가 줄어 최종적으로 84㎡(25.4평)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 설계에 제약을 주는 여건들 속에서도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이 또한 재미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건축가로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전적으로 믿고 맡기겠다'던 건축주 덕분에 설계자로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고, 매일 아침 작업현장으로 출근해 현장 감독과 의논하여 설계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마감재를 선정할 때는 건축주와 함께 직접 매장을 돌며 고민했는데, 오래된 주택들이 즐비한 환경에서 외부 마감은 최대한 단순하게 하기로 하고 스톤코트와 징크를 선택했다. 사실 외벽 마감 후, 처음에 의도했던 컬러인 '짙은 회색'이 나오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건축주가 그냥 수용하겠다고 했어도 설계자로서 용납할 수 없어서 결국 외부 비계 철거 전, 외부 마감을 다시 했다. 비용 추가와 공기 연장의 부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모퉁이 땅에 모습을 드러낸 G-HOUSE
↑ 구옥의 철거 준비 모습
↑ 원하는 컬러를 위해 두 번 마감했다는 주택 외관
↑ 방범과 난방, 방음 등을 고려해 창은 되도록이면 작게 냈다.
↑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가에서 단연 눈에 띈다.
이 집은 단독주택으로는 드물게 4층 규모로 설계되어 철근콘크리트구조로 지어졌다. 1층에는 취미실을 두어 데크와 연계해 설계하였고 외부에 주차장을 두었다. 2, 3층은 방과 거실, 주방, 그리고 욕실 등을 두어 독립적인 개인 공간을 확보하고, 동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4층에는 게스트룸과 서재, 세탁실과 넓은 발코니를 두었다. 인테리어는 외장과 달리 화이트 도장으로 통일해 환하고 넓은 느낌을 주었고, 조명은 최대한 매입하는 방식으로 정리하였다. 계단 선을 강조하기 위해 평철(平鐵) 난간에 검정 도장을 했으며, 좁은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문은 가능한 크게 제작하였다.
건축면적 50㎡(약 15평)의 작은 주택을 지으면서 가장 큰 장애물은 계단이었다. 4층 건물이었기 때문에 계단실이 차지하는 면적을 무시할 수 없었는데,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공간 활용을 뽑아낼 수 있도록 집중했다. 이외에도 청소나 난방, 전기 설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난방 문제는 상•하향식 콘덴싱 보일러 2대를 설치하여 부분 난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택배를 받을 곳을 외부에 따로 마련하여 보일러실과 겸하도록 한 것은 건축주 가족을 위한 작은 배려다.
↑ 난간의 선이 돋보이는 계단실
↑ 4층 서재에서는 동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 2층에 주방과 함께 위치한 거실
↑ 좁은 면적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고심 끝에 탄생한 계단실
↑ 계단을 오르면 바로 보이는 2층 주방
동네에서 돋보이는 외관 덕분에 공사 과정 중에는 물론 완공 후에도 주변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미술관 혹은 박물관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주택을 유심히 살피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내심 기분이 좋다. 협소한 대지는 설계하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똑같이 찍어내듯 할 수도 없고 건축주의 개성도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에 힘써 계획하고 신경 쓰지 않으면 자칫 산으로 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은 내게 남다른 작업이었다.
G-HOUSE의 준공이 나고 가장 신경 쓰인 것은 단열과 소음, 많은 계단으로 인한 불편함이었다. 직접 방문했을 때, 겨울에 따뜻하게 잘 보내고 소음도 거의 못 느낀다는 건축주의 말이 힘이 나게 해주는 대목이다. 다만, 도시가스 보급이 지연되면서 준공 후에도 한 달 늦게 입주하게 되는 바람에 건축주가 1층 데크에 심은 매화나무의 꽃이 떨어지는 봄 풍경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건축가_ 강문철 경남 창원에서 ㈜나우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의 건축 설계와 감리 업무를 주로 한다. 설계한 건물이 더 나은 결과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소규모 건물은 설계와 시공을 겸하기도 한다.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한옥전문가 과정 이수, 창원대학교 겸임교수, 법원 감정위원 등의 이력이 있으며, 내서 신감리 T-HOUSE, 모리앤모리, 진해 이동주택, 카사벨라 외 다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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