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공존과 번영

시진핑 방한 한국외교에 딜레마 안기다

소한마리-화절령- 2014. 6. 29. 23:25

 

시진핑 방한 한국외교에 딜레마 안기다

한국일보 | 박일근 김현우 | 입력 2014.06.29 20:08 | 수정 2014.06.29 22:17
中 주도 지역안보 틀 건설 우리 정부에 지지 요청할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국빈방문은 한중 관계 밀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혈맹'인 북한보다, 늘 힘겨루기 하면서도 전통적으로 한국보다 중시해온 일본보다 먼저 한국을 찾는 중국 지도자는 그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마냥 반갑지만 않다. 중국은 공존을 추구하는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미국을 견제하며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드는 또 하나의 패권국가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방한은 최근 들어 부쩍 중국이 의욕 내는 미국 주도 지역안보, 경제 틀 깨기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이 전에 없던 우호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한국에 이 대열에 서기를 요청해올 경우 미국의 견제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미, 한중관계의 조화ㆍ발전'을 표방하는 박근혜 정부의 '등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관련기사 3면

시 주석은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60주년 기념대회'에서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평등한 아시아태평양 안전 협력의 틀을 건설하자"고 강조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아세안지역포럼(ARF) 아태안보협력회의(CSCAP) 등 이런저런 역내 안보협력체제가 있는데도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지역안보 틀을 만들고 싶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지난 달 새 안보협력기구로 탈바꿈시키자고 제안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다. 이 회의의 18개 회원국에 한국은 포함돼 있지만 미국, 일본은 옵서버다. 시 주석이 이번 방한 때 "아시아의 안전은 아시아인들이 지키자"며 미국이 거리를 두어온 이 회의의 변신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은 미국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에 대항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에도 의욕을 내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세계경제 주도권이 약해질 것이라고 불편해하지만 한국은 이미 한 발을 걸쳐 놓은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말 중국에게서 AIIB (가입 요청)서한을 받았다"며 "다른 14개국과 모여 세 차례 협의도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아직 주요 사항에 이견이 있다"면서도 "중국이 최근 수정 제안한 자본금, 지배구조 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캐롤라인 앳킨슨 미 국가안보회의 국제경제담당 부보좌관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우려를 표명하며 AIIB 참가 보류를 요청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시 주석 방한 날짜를 발표하며 "중한 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거의 비슷한 표현을 써서 시 주석 방한으로 한중 관계가 격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한 이날 자 국내 조간신문 보도에 대해 "그런 걸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 주석 방한이 한국 외교에 무거운 딜레마로 다가오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