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의 복원 |
고 세 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
신의 죽음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멸 이 소설에서 내게 각별히 다가왔던 사건은 셋째 아들 알료샤의 사부, 수도사 조시마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다. 생전에 성자로 추앙받던 조시마 장로가 죽자, 원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애도한다. 그러나 하루도 안 돼 시신이 썩으면서
악취가 퍼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그가 실제로는-즉, 신이 보기에는-저주받은 위선자였을지 모른다며 웅성거린다. 이런 반전은 물론 대중의 무지와
일부 수도사들의 질투가 불러온 것이지만, 작가는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조차 실제로는 터무니없는 무신론자일지 모른다고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켄 로치가 감독한 < 인부들(The Navigators) >은 민영화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철도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다룬 영화다. 대처 이후의 세기말적 우울이 전면에 흐르는 가운데, 영화는 시장논리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점차 신자유주의의 공모자로 만들어 가는지, 어떻게 그들의 평범했던 일상, 곧 자존심, 활기찬 유머, 동료애, 나아가서 가정과
직장공동체를 서서히 파괴하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덤덤히 보여준다. 생계의 위협 앞에서 동료의 죽음마저 외면하는 주인공들에게 죄의식이 주는 반성적
사유가 들어설 여지는 없다. 피해자마저 가해자로 내몰고 가해자의 죄의식을 제도적으로 면제해 주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해악일지
모른다. 어느새 가해의 자리에 서게 된 이들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잡으면서 영화는 끝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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