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무시하는 입주민, 처벌할 수 있나?
KBS김재현입력 2014.10.14 15:08
동료 경비원들은 일부 아파트 입주민이 이씨를 일상적으로 무시하고 폭언을 하는 등 인격적으로 모독해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 입주민이 분리 수거를 제대로 못 한다며 자주 이씨를 나무랐고, 이씨에게 먹으라며 5층에서 음식물을 던지는 등 큰 모멸감을 느낄만한 일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분신한 이씨는 전신 3도 화상으로 산소호흡기를 이용하고 있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씨의 건강이 호전되는 대로 그를 상대로 정확한 자살 기도 배경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 모욕죄 적용 가능성은?
만약 동료 경비원의 주장대로 아파트 입주민의 인격 모독적 언행으로 고통받던 이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면 그 주민은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까?
법조계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입주민에 대한 형사처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형법상 이씨가 분신한 것에 대한 책임을, 폭언 등을 한 주민에게 물을 수는 없다. 옆에서 주민이 이씨의 몸에 불을 붙인 것이 아니라 이씨 스스로 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주민에 대해 모욕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형법 제311조에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모욕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모욕죄의 경우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은 '공연히'라는 요건이다.
'공연히'라는 것은 쉽게 말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누군가를 모욕했다면 모욕죄가 쉽게 성립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씨에 대한 폭언과 인격 모독적 행동이 이씨와 주민만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타인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공연히'라는 요건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경비원에 대한 주민의 인격 모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볼 때 모든 행위가 둘만 있을 때 발생한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반드시 상황이 벌어진 곳에 제3자가 있어야만 '공연히'라는 요건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 들었을 가능성을 따지는 것이다. 아파트 내에서 소리쳤을 경우 다른 사람이 인지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손해배상 청구 가능 '판례도 있어'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제751조에는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적혀 있다.
입주민에 의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이씨가 해당 주민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씨와 비슷한 상황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사례가 있다.
2010년 한 아파트에서는 놀이터 소음 문제로 입주민 B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던 경비원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아무 잘못이 없는 내가 왜 폭력을 당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차후 경비가 언어 폭력과 구타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적혀 있었다.
재판부는 "B씨가 평소 근무상 별다른 잘못이 없고 성실한 업무 수행으로 입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던 A씨에게 모멸감을 줘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가족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B씨의 폭행이 A씨의 자살로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인과관계가 약하다고 보고 입주민의 책임 일부만 인정해 A씨의 부인에게 928만원을, 두 자녀에게 각각 485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의 쟁점은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언행이 불법행위로 규정될만한지 여부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윤리 감정(사회상규)으로 볼 때, 입주민의 행동이 경비원에 대한 인격 모독으로 볼 수 있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 경우 입주민의 인격 모독적 언행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이러한 점이 정신적 피해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전준호 대변인은 "입주민의 행동에 대해 동료 경비원들이 증언할 수 있지만 입주민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며 부인하면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며 "고의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불법행위로 간주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노영희 대변인은 "불법행위의 유형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입주민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비춰볼 때 인격 모독적인 행동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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