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한국 스타벅스..커피값 최고, 시급은 최저
한겨레입력2015.01.15 16:30수정2015.01.15 17:10
[한겨레][뉴스 AS] 서울-뉴욕-도쿄의 가격·인건비 비교
고용노동부 장관님,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4100원, 2.45달러, 340엔.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이 밝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355ml 톨 사이즈, 이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한·미·일 가격입니다. 모임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물론 칠레산 와인, 탄산수, 쇠고기 등의 서울 판매 가격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포털을 둘러보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스타벅스라는 특정 기업에 대한 성토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커피값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커피는 어느덧 기호식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 식품이 됐으니까요.
■ 미-일 비해 사람값 싼데도 여전한 '인건비 타령'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 등을 보면, 미국 뉴욕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시간당 임금은 10달러 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도쿄 스타벅스는 누리집에서 지점마다 시급을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도쿄 도심 신주쿠 일대의 스타벅스 바리스타 시급은 910~1110엔이고, 수습 2개월간은 890엔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시급은 5700원입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 5580원보다 살짝 높습니다.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만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시급만 비교해 어느 나라의 인건비 부담이 큰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등 지표에 비추어볼 때 관리·운송 등 매장 밖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임금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주요 국가 중 노동력을 싸게 부리기로 이름 높은 한국에서 적어도 '인건비 핑계'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 한국-일본은 '몇 달러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을까
한국에서 2012년 3600원이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2013년 3900원, 2014년 4100원으로 꾸준히 몸값을 높였습니다. 똑같이 외국 브랜드를 들여온 처지인 일본의 사정은 어땠을까요? 스타벅스 재팬의 지난 자료를 찾아보니 2012년초부터 2013년 말까지 2년가량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360엔의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획재정부의 '통화별 환율조사통계'에서 밝히고 있는 연도별 환율을 대입해 한-일 소비자들이 몇 달러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는지 따져봤습니다.
2012년에는 환산 달러로 일본보다 0.8달러 싼 가격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구입할 수 있었던 한국인들이 2014년에는 0.9달러가량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모두가 아시다시피 일본은 엔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정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한국 스타벅스는 전년대비 원-달러 환율이 1.4% 내렸던 2013년 아메리카노 가격을 8.3%(3600원에서 3900원으로)나 올렸고, 전년대비 원-달러 환율이 4% 오른 지난해에도 5.1%(3900원에서 4100원으로)나 가격을 올렸습니다. 환율은 오르기도 내리기도 했지만 국내 가격은 한결같이 올랐습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 2년 동안 이어진 엔저 정책과 실질적인 가격 동결-인하로 현재 미국 현지 가격 2.45달러에 근접한 2.82달러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엔화로는 가격 변동이 없었기도 했고요. 미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까지 놓고 보면 안 그래도 빈약한 우리의 '구매력'이 더 초라해 보입니다.
■ '스타벅스 비싼 가격' 논란을 넘어
한국 스타벅스 처지에선 다른 나라에 견줘 한국 소비자들의 커피전문점 체류시간이 길다는 등의 의견도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은 커피숍에 앉아 일을 하는 등으로 체류시간이 긴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으니 회전률에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제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 손님에게 커피값을 더 싸게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런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난 '비용'만으로는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높은 가격을 부르고 해마다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분들은 왜 스타벅스 같은, 상대적으로 비싼 브랜드 커피를 마시느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합니다. 스타벅스 같은 외국계 브랜드는 물론이고 스타벅스와 다름없는 가격을 앞세운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대체로 도심 직장가의 좋은 길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성 없고 비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에 대한 의문과 저항은 진작 있었지만, 짧은 점심시간을 쪼개야 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주변에 있던 맛있고 저렴한 커피전문점들이 하나 둘 사라지거나 골목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창조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료를 높이는 횡포를 부려 문을 닫거나 외진 곳으로 쫓겨가는 파국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음에도, 한국의 소비자이면서 노동자이기도 한 이들은 미국과 일본의 절반이나 3분의 2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이 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도쿄와 뉴욕, 서울 스타벅스의 임금을 원화로 환산해봤더니, 도쿄 스타벅스에서는 경력이 긴 바리스타가 1만257원, 경력이 짧은 바리스타는 8409원, 수습 바리스타는 8224원의 시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뉴욕 스타벅스는 모든 바리스타에게 시급 1만822원을 주고 있었습니다. 반면 서울 스타벅스는 시급이 5700원이니 뉴욕의 52.7%, 도쿄의 경력이 짧은 바리스타 시급의 67.8%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정부는 "합리적으로 소비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싼 스타벅스 커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부가 식품 가격에 대해서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하지만 정보들을 소집해 조사 공표하고 있으니 소비자들께서 가격 정보를 아시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주시면 아마 그런 가격도 떨어질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유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말입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어찌 보면 이런 대답이 나오는 건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앵커는 여 차관에게 "스타벅스 커피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이런 보도가 있었는데 커피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차관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이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커피 가격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데, 임금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요?"
조승현 기자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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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장관님,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4100원, 2.45달러, 340엔.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이 밝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355ml 톨 사이즈, 이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한·미·일 가격입니다. 모임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물론 칠레산 와인, 탄산수, 쇠고기 등의 서울 판매 가격이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포털을 둘러보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스타벅스라는 특정 기업에 대한 성토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커피값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커피는 어느덧 기호식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 식품이 됐으니까요.
논란을 의식한 듯 스타벅스 관계자는 "인건비, 임대료, 마케팅 비용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관련 기사). 과연 그럴까요? 그래서 <한겨레>는 스타벅스 한·미·일의 인건비가 얼마나 될까 비교해 스타벅스의 해명에 정합성이 있나 따져보려 합니다.
■ 미-일 비해 사람값 싼데도 여전한 '인건비 타령'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 등을 보면, 미국 뉴욕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시간당 임금은 10달러 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도쿄 스타벅스는 누리집에서 지점마다 시급을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도쿄 도심 신주쿠 일대의 스타벅스 바리스타 시급은 910~1110엔이고, 수습 2개월간은 890엔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시급은 5700원입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 5580원보다 살짝 높습니다.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만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시급만 비교해 어느 나라의 인건비 부담이 큰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등 지표에 비추어볼 때 관리·운송 등 매장 밖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임금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주요 국가 중 노동력을 싸게 부리기로 이름 높은 한국에서 적어도 '인건비 핑계'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 한국-일본은 '몇 달러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을까
한국에서 2012년 3600원이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2013년 3900원, 2014년 4100원으로 꾸준히 몸값을 높였습니다. 똑같이 외국 브랜드를 들여온 처지인 일본의 사정은 어땠을까요? 스타벅스 재팬의 지난 자료를 찾아보니 2012년초부터 2013년 말까지 2년가량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는 360엔의 가격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획재정부의 '통화별 환율조사통계'에서 밝히고 있는 연도별 환율을 대입해 한-일 소비자들이 몇 달러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는지 따져봤습니다.
2012년에는 환산 달러로 일본보다 0.8달러 싼 가격에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구입할 수 있었던 한국인들이 2014년에는 0.9달러가량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모두가 아시다시피 일본은 엔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정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한국 스타벅스는 전년대비 원-달러 환율이 1.4% 내렸던 2013년 아메리카노 가격을 8.3%(3600원에서 3900원으로)나 올렸고, 전년대비 원-달러 환율이 4% 오른 지난해에도 5.1%(3900원에서 4100원으로)나 가격을 올렸습니다. 환율은 오르기도 내리기도 했지만 국내 가격은 한결같이 올랐습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 2년 동안 이어진 엔저 정책과 실질적인 가격 동결-인하로 현재 미국 현지 가격 2.45달러에 근접한 2.82달러까지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엔화로는 가격 변동이 없었기도 했고요. 미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까지 놓고 보면 안 그래도 빈약한 우리의 '구매력'이 더 초라해 보입니다.
■ '스타벅스 비싼 가격' 논란을 넘어
한국 스타벅스 처지에선 다른 나라에 견줘 한국 소비자들의 커피전문점 체류시간이 길다는 등의 의견도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은 커피숍에 앉아 일을 하는 등으로 체류시간이 긴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으니 회전률에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제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 손님에게 커피값을 더 싸게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런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겉으로 드러난 '비용'만으로는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높은 가격을 부르고 해마다 가격을 올리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분들은 왜 스타벅스 같은, 상대적으로 비싼 브랜드 커피를 마시느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합니다. 스타벅스 같은 외국계 브랜드는 물론이고 스타벅스와 다름없는 가격을 앞세운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은 대체로 도심 직장가의 좋은 길목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성 없고 비싼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에 대한 의문과 저항은 진작 있었지만, 짧은 점심시간을 쪼개야 하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주변에 있던 맛있고 저렴한 커피전문점들이 하나 둘 사라지거나 골목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창조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가 갑자기 임대료를 높이는 횡포를 부려 문을 닫거나 외진 곳으로 쫓겨가는 파국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음에도, 한국의 소비자이면서 노동자이기도 한 이들은 미국과 일본의 절반이나 3분의 2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이 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도쿄와 뉴욕, 서울 스타벅스의 임금을 원화로 환산해봤더니, 도쿄 스타벅스에서는 경력이 긴 바리스타가 1만257원, 경력이 짧은 바리스타는 8409원, 수습 바리스타는 8224원의 시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뉴욕 스타벅스는 모든 바리스타에게 시급 1만822원을 주고 있었습니다. 반면 서울 스타벅스는 시급이 5700원이니 뉴욕의 52.7%, 도쿄의 경력이 짧은 바리스타 시급의 67.8% 정도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차이는 대체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정부는 "합리적으로 소비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싼 스타벅스 커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부가 식품 가격에 대해서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하지만 정보들을 소집해 조사 공표하고 있으니 소비자들께서 가격 정보를 아시고 합리적인 소비를 해주시면 아마 그런 가격도 떨어질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유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말입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어찌 보면 이런 대답이 나오는 건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앵커는 여 차관에게 "스타벅스 커피 같은 경우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 이런 보도가 있었는데 커피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차관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질문이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커피 가격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데, 임금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요?"
조승현 기자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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