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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영감대] 권상우→조인성→이민호..유하의 남자들

소한마리-화절령- 2015. 1. 25. 16:57

[정시우의 영감대] 권상우→조인성→이민호..유하의 남자들

↑ 유하의 남자들


TV 모니터를 지켜보는 '소녀들의 왕자님'으로 추앙받는 남자스타들은 대개, 어느 시기에 이르면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갈증을 느낀다. 그런 남자배우들에게 우물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유하 감독이다.

#권상우, 백마탄 실장님의 변신

↑ '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한마디로 뭇 여성들의 마음에 사랑의 부메랑을 던졌던 백마 탄 실장님 권상우. 그는 1978년으로 시계 바늘을 돌린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주인공 현수로 분해 배우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권상우 스스로도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영화로 손꼽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그는 앳된 얼굴과 대조되는 견고한 복근을 드러내며 여성 팬은 물론, 남성 팬들의 환호도 이끌어 냈다. "대한민국 학교 좆까라 그래!"라고 일갈하며 사회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스타 권상우가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순간.

# 조인성, 연기 스펙트럼의 확장

↑ '비열한 거리' 조인성


조인성 역시 유하의 '비열한 거리'(2006)를 만나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확정했다. 박제된 꽃미남으로만 머무를 것 같던 스타는, 거칠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3류 깡패 조직의 넘버2 병두를 맡아 기존의 유악한 이미지를 날려버렸다. 드라마를 통해 보호본능 자극하는 이미지로 사랑 받았던 조인성에게 조폭 역할은 사실 의외였다. 육두문자 머금은 말투와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도 모자라, 등짝 한가운데 대문만한 호랑이 문신이라니.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그해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주연상의 트로피는 조인성의 몫이었다.

 

# 이민호, 거친 날숨으로 돌아오다

↑ '강남 1970′ 이민호


유하 감독을 통해 스타에서 배우로의 변곡점을 마련했던 권상우 조인성처럼 이민호는 유하의 '강남 1970'을 통해 기존의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 벗기에 나섰다. 영화 '강남 1970'은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와 2006년 '비열한 거리'를 잇는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소년들이 마초가 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비열한 거리'는 조폭으로 성장한 마초가 정글 같은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당하는가를 처절한 핏빛으로 그려냈다. 그렇다면 '강남 1970'은? 이 두 가지를 섞어낸 '종합판'이라 할만하다.

영화에서 이민호는 여심을 흔드는 눈빛과 달콤한 대사 대신, 손에 각목을 들고 욕설을 내뱉고 도끼까지 뽑아든다. 서늘한 눈빛과 거친 날숨으로 스크린를 꽉 채운 그의 열기가 매섭다. 특히 대역 없이 롱테이크로 소화해 낸 진흙탕 액션신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옥상 액션과 '비열한 거리'의 굴다리 액션을 잇는 '거리 3부작'의 하이라이트다. 서로 뒤엉켜 물고 때리고 베는 난장판에서 벌어지는 '날것의 액션'은 배우라면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장면이란 생각이 든다. 이민호의 팬이라면 진흙탕 액션 장면에 등장하는 '우리 오빠'의 얼굴을 캡처해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깔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강남 1970'는 생각보다 자극적이고, 세고, 적나라하고, 거친 영화다. 높은 폭력수위에 반감을 드러낼 관객도 적지 않을 게다. 하지만 피와 폭력의 역사를 다룬 장르영화 안에서 타협 없이 밀어붙인 것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강남 1970'에는 확실하게 각인되는 장점들이 있다. 작정하고 찍은 듯한 강렬한 씬들에 몇몇 단점이 차감된다. 영화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민호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권상우와 조인성 처럼.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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