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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한국문학 기여한 소설가 매장 움직임 합류 못해"

소한마리-화절령- 2015. 9. 1. 14:54

백낙청 "한국문학 기여한 소설가 매장 움직임 합류 못해"

창비 편집인, 또다시 신경숙 옹호 발언문화일보 | 유민환기자 | 입력 2015.09.01. 11:41

"표절, 추론이지 진실은 아니다" "지켜봐달라…" 창비 개혁 여지 '문학동네' 대표· 편집위원 퇴진

백낙청(77·사진) 창비 편집인이 "한국문학에 기여해 온 소설가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에 합류할 수 없다"며 표절 논란을 빚고 있는 신경숙 작가를 재차 옹호하고 나섰다.

백 편집인은 3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것(신경숙의 '전설')이 일부러 베껴 쓰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보는 문학관, 창작관에는 원론적으로도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더구나 상상력까지 동원해 파렴치한 베껴 쓰기를 단정하고 신경숙은 원래가 형편없는 작가였다는 자의적 평가마저 곁들여 한국문학에 소중한 기여를 해온 소설가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에는 결코 합류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8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된 대목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의도적인 베껴 쓰기, 곧 작가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단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해 문단 안팎에서 '전무한 자기반성' '신경숙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백 편집인은 더 강한 어조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예술창작의 과정에서 모방, 차용 또는 도용의 결과를 마트에서 들고 나오는 고정된 물체처럼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적절한가"라고 비판에 대해 반문하고 "(표절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론이요 추정이지 그와 다른 모든 추정을 봉쇄하고 토론을 종결할 진실 자체는 아닌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백 편집인은 그러나 이번 글에서 "창비나 저의 이런 입장을 상업주의적 타락이나 노쇠한 권위주의 탓으로 규정하는 동료 평론가, 동업 편집자, 문학 교수, 문학 담당 기자들이 적지 않은 사실에 대해,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자 한다"고 해 이후 창비 변화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창비와 함께 표절 논란 당시 '문학권력'으로 지목받은 출판사 문학동네는 강태형 대표와 원년 편집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쇄신을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강 대표와 1기 편집위원들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문학동네의 쇄신책 마련과 추후 경영 및 출판 관련 결정은 2기 편집위원들과 새로 선임되는 이사진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이사는 "현재 논의 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복수 관계자를 통해 관련 방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학동네의 이 같은 변화 움직임과 함께 창비도 내년 창간 50주년을 즈음해 이미 혁신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신경숙 표절파문을 계기로 문학판의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