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국가, 신뢰 낮은 사회 |
김 동 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정부가 제출한 2017년 예산 규모를 보면 정부 예산이 400조를 넘었고 복지비도 130조를 넘었다. 한국은 최근 20년 사이에 국가 예산 중
복지비 지출액수는 물론 GDP 중 조세부률이 가파르게 높아진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 GDP 중 복지비 지출이 10% 정도인
저(低)복지 국가에 속한다.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봐도 스웨덴이나 독일은 1만 불을 넘었을 때 복지비 지출은 20%를 넘어섰으나 3만 불에
육박한 한국은 아직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 심각한 사실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재정과 조세부담률(사회보장비 포함)도 OECD 평균에
10% 정도나 뒤떨어져 있고, 여전히 OECD 최하위 군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곳간 비고 빚 느는 ‘약한 국가’
사람들은 우리 정부가 민간 경제활동에 깊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란 국가는 매우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재정규모로 보면 실제 한국은 ‘약한
국가’에 속한다. 실제로 개발독재 시절인 6,70년대에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매우 낮았다. 87년 민주화, 두 민주정부도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작은 정부’, 탈규제, 민영화론이 득세하였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증세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다는 논리가 세를
얻어서 급기야 종부세도 폐지되고 법인세도 줄어들었다. 국가의 곳간은 비었으나 부자들은 웃었다. 세금 거두려면 신뢰 있어야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재정규모가 작고, 복지지 지출이 미미한 미국, 멕시코, 그리스 등은 하나같이 정치 불신이 높고, 기득권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회적 역량이 매우 취약한 나라들이다. 물론 성장이 지속되어야 세금도 걷힐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득과 재산이 극도로
불평등해진 나라의 국민들이 소득세를 더 낼 여력이 있을까? 그리고 한국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관료들, 썩어가는 4대강, 연일 터지는 국방비리,
그리고 한진해운 경우처럼 경영 실패로 인한 기업부채를 밑 빠진 독 물 붓기 식으로 지원한 일, 정권홍보를 위해 혈세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하는
국민이 자연 세금을 내려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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