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 교수의 古典名句>人爵(인작)과 天爵(천작)
기자 입력 2017.11.27. 11:55
人之所貴者, 非良貴也, 趙孟之所貴, 趙孟能賤之 (인지소귀자, 비양귀야, 조맹지소귀, 조맹능천지)
사람이 귀하게 해준 것은 원래의 귀함이 아니다. 조맹이 귀하게 해준 것은 조맹이 천하게 만들 수 있다.
‘맹자’의 고자상(告子上) 편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는 벼슬에는 인작(人爵)과 천작(天爵)이 있다고 했다. 인작은 사람이 주는 벼슬이고 천작이란 하늘이 부여한 도덕성이다. 인작은 내 속에 원래 갖추고 있는 천작과는 비할 수가 없다.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맹은 인명이 아니라 조 씨의 맏이라는 뜻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조 씨 가문은 조순(趙盾)을 기점으로 누대에 걸쳐 막강한 권력을 누렸으며 나중에는 조나라를 건립했다. 맹자 당시 조맹은 권력자의 대명사로 불렸다. 사람들을 마음대로 귀하게도 만들고, 천하게도 만들었던 조맹도 한때 멸족의 화를 당했는데 어린 조무(趙武)가 겨우 살아남아 나중에 다시 권력을 잡는다. 조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원나라 때 만들어진 잡극 ‘조씨고아(趙氏孤兒)’는 당시 큰 사랑을 받았으며, 1731년에 불어로 번역돼 서양에 소개된 최초의 중국 고전극이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원래 인작이란 부침이 심한 것이다. 멀리 볼 것 없다. 요즈음 뉴스를 봐도 한때 높은 인작으로 선망의 대상이 됐다가 수의를 입게 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명상으로 인연을 맺은 지인 중에서 권력의 핵심부에 불려갔다가 마음고생으로 그만두고 나왔지만, 그 뒤로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있다. 명상가의 관점에서 볼 때 천작이란 내면의 고요와 평화, 깊은 자존감이다. 그것은 내 속에 원래 갖추어진 귀중한 보물이다. 먼저 천작을 구한 뒤에 인작도 얻게 되면 금상첨화지만, 인작에 매달려 천작을 구할 틈이 없다가 인작을 잃어버리면 설상가상이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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