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목적어가 없네 |
강 명 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오늘은 자유한국당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런데 정치 이야기는 아니니 안심하시기 바란다. 괜히 정치 이야기를 꺼냈다가 나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의 나무람이 있을까 봐 미리 해 두는 이야기다. 이건 자유한국당 이야기지만, 분명히, 결코, 절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어 문법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하나의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로 구성된다. 주어만의 문장, 서술어만의 문장은 있을 수 없다. 물론 실제 말을 할 때 주어 또는 서술어가 없는 문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는 주어 또는 서술어가 생략된 것이다. 대학에서 처음 한문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문법을 가르치면서 늘 강조하는 것이 생략이다. “주어가 보이지 않는다 해서 주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략된 것이니, 생략된 주어를 찾아야 한다.” 술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술어가 타동사라면 목적어를 갖는다. 타동사를 사용했는데 목적어가 보이지 않는다면, 역시 생략된 것이다. 주어와 목적어를 분명히 해야 자유한국당은 정당이고 사과를 한 사람들은 모두 국회의원이다. 따라서 그들이 잘못한 일은 정치적 일이거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일이다. 곧 무능한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든다든가, 그를 옹호한다거나, 비리를 저지르거나, 국민들을 위한 법을 만들지 않거나, 국민들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일일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것만 떠올려 보아도 이렇다. 그러니 ‘잘못했다’는 사과문을 담은 플래카드에 다 쓸 수가 없다면, 어떤 일들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적어서 적어도 A4용지로 열 장쯤 적어서 따로 발표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란 목적어가 없는 문장을 온전한 문장으로 만드는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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