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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별'이 떠나는 길..보수, 배웅의 눈물

소한마리-화절령- 2018. 7. 24. 12:05

'진보의 별'이 떠나는 길..보수, 배웅의 눈물

성기호 입력 2018.07.24. 11:41

시민들이 2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180724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munonam@

하루새 3000여명 다녀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빈소
"워싱턴에서 마지막 이별주" 김성태 원내대표도 오열
노동자부터 직장인까지 각양각색 시민 발길 끊이지 않아
어제이어 추미애·유승민 등 여야 정치권 조문 이어져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임춘한 기자] '진보 정치의 아이콘'인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은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그의 빈소에는 정치인은 물론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망 당일인 23일 하루 동안 3000명 넘는 조문객이 빈소를 찾은 가운데 이튿날인 24일에도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여야 의원들의 조문도 이날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노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같은 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청와대에선 한병도 정무수석과 송인배 정무비서관이 빈소를 찾았다.

영원한 동지였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억장이 무너져내린 하루가 그렇게 갔다"는 말로 슬픔을 표현했다. 장례 첫날 오후 3시께 마련된 빈소에서 정의당은 긴급회의를 열어 유족들과 장례 절차와 장례단 구성 등을 논의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2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동생 노회건 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80724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munonam@


오후 5시께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을 시작으로 조문이 이뤄졌다. 퇴근시간 이후부터는 시민들의 빈소 방문이 줄을 이어 저녁 늦게까지 계속됐다. 시민들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검은색 조끼를 입은 노동자부터 정장 차림의 직장인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노 원내대표와 함께 이른바 '드루킹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분을 잃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정치가 허망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적었다. 김 지사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더 힘들고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장례 첫날에는 노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 순방을 다녀온 4당 원내대표들도 조문에 나섰다.

노 원내대표는 평생 '진보'라는 한 길을 걸었지만 그가 가는 마지막 길에는 보수 정치인들도 눈물을 쏟았다. 정치적으로 의견이 맞섰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노 원내대표의 영정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의당 관계자들과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열했다. 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이들 세 명은 '용접공' 자격증이 있는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 운동을 하다 정계에 입문한 인연이 있다.

김 원내대표는 "그저께 밤에는 공식 일정 3일을 다 마친 이후에 안도감을 가지고 우리가 워싱턴에서 마지막 이별주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방미 기간 중 가장 홀가분한 마음이었고, 특히 (노 원내대표가) 홍 원내대표, 저와 함께 노동 운동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런 비극을 겪고 우리 모두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며 애통한 심정을 나타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20180724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munonam@


빈소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추 대표, 김 위원장 등이 보낸 조화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낸 조화들도 자리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노 원내대표의 영정 앞에 엎드려 통곡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다정다감하고 훌륭한 분이신데, 이런 일을 겪으며 정치의 민낯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우리 정치가 비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노 원내대표의 장례를 5일장인 '정의당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오는 27일이며,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 안치할 예정이다.

한편 노 원내대표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소속 정당인 정의당도 큰 타격을 받았다. 우선 정의당과 평화당이 공동으로 구성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평화와 정의)'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현재 노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정의당 5석, 평화당 14석으로 20석 기준에서 1석이 모자란다.

당장 후반기 국회 운영도 문제다. 두 당은 이미 결정된 대부분 상임위원회의 간사 자리를 상실하게 된다. 본회의에서 의결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지킬 수 있지만, 평화와 정의의 몫으로 남겨졌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최종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