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북한사회'…우리 눈으로 들여다본다 | ||||||
〈집중연재 '2006년, 북한은 어디로'를 시작하며〉 | ||||||
2006-04-24 오전 11: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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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불변 사이에서 지난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관한 여러 관측이 나왔지만, 2006년 4월말 현재 평양당국은 여전히 정중동(靜中動)이다. 무엇이 '불변의 원칙'이고, 무엇이 바뀌고 있는가? 지난해 9월 19일,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관한 6개국의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화적 협상에 의한 북핵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안전보장체제까지 모색하기로 한 이 공동성명은 그러나 바로 다음날부터 경수로 제공문제를 비롯해 위폐 문제 등을 둘러싼 북미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과연 언제나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 전도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과연 바뀐 것은 무엇이고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지난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으로 성사된 역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에 한반도 안팎의 모든 한국인들은 기쁨의 환성을 내질렀다. 50년 넘게 한반도를 꽁꽁 얼어붙게 했던 냉전의 저 두꺼운 얼음장이 드디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구나! 그러나 6년이 다 돼가는 지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전망은 불투명하고 북한의 앞날을 둘러싼 남남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가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한반도는 화해와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가? 이를 위해 남한의 우리가 우선 해야 할 것은 지금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와 번영을 위해 남과 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일이다. <프레시안〉이 국내 최대의 북한연구집단인 〈북한연구학회(회장 전현준)〉와 함께 집중연재 '2006년, 북한은 지금 어디로?'를 기획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변화의 바람은 경제부문에서 북한이 올해 '3개년 경제계획'에 착수한 것에 전문가들은 안테나를 세운다. 어떤 변화의 조짐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다. 지난 몇 년간 조선로동당의 경제이론가들과 대학 및 연구기관의 경제학자들은 상품-화폐관계, 가치법칙, 그리고 시장의 성격과 형태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논쟁의 현장이 외부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서 발행되는 〈경제연구〉를 비롯한 일부 전문지들의 글을 꼼꼼히 챙겨본 전문가들은 북한의 '은밀한 변화'를 조금씩 눈치 채고 있다. 사실 평양 시내에는 시장이 '흥성'거리고 있지만, 외부 방문객들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북한의 공장·기업소의 관리방식이나 물질적 인센티브의 확대 등 의미심장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시장사회주의'로 나아갔던 여러 나라들이 경험한 것들이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를 원하는 외부 시선으로 보면 북한의 이 같은 변화들은 미미하게 평가될 뿐 아니라 답답함마저 준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사정이 지난해부터 상당히 나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평양 주민들은 요사이 하루 600~800그램의 식량을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1997년의 엄혹한 겨울을 보낸 북한 주민들의 '고난의 행군'은 언제쯤 끝이 날까? '3개년 경제계획'은 주민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토대를 닦기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에 촉각을 세운다. 그러나 북한은 기본적으로 '정치 과잉사회' 북한이 신년공동사설에서 '혁명3세대' '혁명4세대'를 표현하자 '포스트 김정일시대'를 준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경제영역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정치영역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기본적으로 '정치 과잉사회'다. 최근 내각의 역할을 더욱 높여 효율적인 경제정책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곳곳에 보이지만, 단기간에 '정경분리'의 방향으로 급선회할 것 같지는 않다. 근간에 북한이 경제위기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면서 조선로동당이 국가 및 사회관리 체계를 추슬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측면을 중시하면 북한에서 마치 아무런 변화가 없고, 개혁·개방이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당의 국가 및 사회관리 체계가 회복되는 한편에선, 시장 확대에 따른 사회유동성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북한 사회는 지금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미관계 '암중모색'은 계속되고 대외정책 면에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끈질기게 종용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의혹과 갈등에서 위폐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북한의 행동을 문제 삼아 국제사회 진출을 방해한다. 평양 수뇌부는 미국과의 담판을 원하지만 미국은 '아웃복싱'을 구사하거나 아예 링 위로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남한과 중국이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를 만들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미국의 생각은 늘 딴 지점에 있다. 북한 역시 미국이 선뜻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 있는 협상안을 내놓지 않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라는 원칙만을 반복한다. 그러나 최근 도쿄에서의 '비공식 6자회담'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면조차 거부했다. 과연 북한과 미국이 기존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바꿀 가능성은 있는가? 지난해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핵 폐기' 원칙을 담은 '9.19공동성명'은 언제 실천의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한반도상황을 관찰해 온 국내외 전문가들은 어제도 오늘도 미국과 북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면, 그것이 민족문제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민족의 장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15시대'의 의미 지금 우리가 북한의 실상에 새삼 주목하면서 우리의 힘으로 북한에 관한 정보를 생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리가 '6.15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6.15시대'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래 조성된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 시대다. 보다 적극적인 해석을 하자면 분단 이래 50년 넘게 한반도를 규율해 왔던 '분단체제'가 허물어지는 동시에 새로운 '통일시대'를 준비해가는 '도상의 시대'다. 구체적인 통계를 통해 살펴보자.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 한 해 동안 남북을 오간 인원은 7986명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05년의 남북 왕래 인원은 8만8341명으로 11배 이상 늘어났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방 이후 2004년까지 60년간의 남북간 왕래인원 8만5400명보다도 많은 인원이 2005년 한 해 동안 남북을 오갔다는 점이다. 나아가 지난해 6월에는 금강산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고, 개성공단에는 15개의 남한기업이 들어가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남북간의 교역액도 지난해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10억 5500만 달러)했다. 한마디로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평양에서, 개성에서, 그리고 금강산에서 북한 주민을 직접 대면하고, 대화하며, 함께 생활해본 남한 주민들이 늘어나면 날수록 그들이 처한 실상과 고민은 무엇이고,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에 대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남북한을 통털어 7000만이 넘는 한반도 주민중 불과 8만여 명이 한 해 동안 상대를 찾았다는 것은 '새발의 피'라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남한을 찾은 북한 주민보다는 북한을 찾은 남한 주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지난해 북한 방문 남한 주민은 8만7028명인 반면 남한 방문 북한 주민은 1313명)은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북한사람을 '뿔 달린 도깨비'로만 알고, 중앙정보부장과 같은 고위 공직자가 아니면 북한땅을 밟을 생각조차 못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일반시민 차원의 남북관계에서 '작지만 대단히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을 찾는 남한 사람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다(약 65배)는 점에서 남측에는 북한의 실상과 고민을 대외에 알릴 능력과 의무가 생겼다는 뜻도 된다. 남측의 민간이 주도하는 북한정보의 생산 지난날 북한이라는 '대상'은 언제나 직접적 접근의 어려움, 공식자료의 부족 및 접촉 불가능성,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가치 판단의 위험성 등으로 인해 객관적 분석이 어려운 존재였다. 물론 북한 관련 정보는 아직도 불명확하고 불충분하다. 북한 방문의 문턱은 아직 높고 북한 주민과의 접촉은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북한 방문객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 북한 지역과 북한 사람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아 정보의 제한성은 계속된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북한의 공식 간행물을 보기란 여전히 어렵다. 북한의 공식 자료가 부족한데다 그 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일반인은 북한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극히 제한적으로 얻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분단 현실과 현대사의 경험을 감안할 때 북한 정보 및 연구는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적 가치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북한에 대한 온정적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측과 북한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는 측은 똑같은 사실을 놓고도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놓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 관련 정보의 질과 양이 그 어느 때보다도 향상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족의 화해협력 분위기 아래 북한에 대한 접근이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남북간의 각종 행사와 교류가 늘어나면서 민간접촉이 활발해지고, 이에 힘입어 민간 차원에서 북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적지 않은 민간인들이 북을 다녀오면서 직접 보고 듣는 정보가 늘어나고 북한에서 직접 가져온 서적 등 각종 자료를 통해 북한의 실상과 현실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다른 한편 탈북자의 증가에 따른 사실적 정보의 증가도 빠트릴 수 없다. 남북간의 인적, 물적 교류와 접촉의 증가는 북한 정보 원천에 대한 민간의 접근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냉전시기에 정부 당국과 관변 기관이 장악했던 북한 정보의 독점현상이 깨어지고 있다. 북한 정보의 '수신자'에서 '발신자'로 민간의 북한 정보 접근의 확대는 국내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냉전시기에는 북한 관련 정보의 해외 의존도가 적지 않게 높았다. 즉 미국과 일본 등 외국인들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측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정보 프리미엄이 있었다. 이 때문에 우리 스스로 제3국 정부와 연구기관 및 연구자의 북한 정보와 분석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남북 당국관계의 개선 및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의 확대는 남한의 북한 정보와 분석 능력을 일거에 끌어올리고 있다. 냉전 시기에 북한 관련 정보의 '수신자'였던 우리가 지금은 '발신자'의 역할을 자임할 정도가 된 것이다. 사실 제3국의 북한 관련 정보와 최근 남한 정부와 민간이 획득하고 쌓아가는 북한 관련 정보를 비교하면, 질과 양 모두 남한이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설득력 있고 구체적인 분석과 설명이 이제 남한 정부와 남한 연구자들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한반도 연구가 '대북협상 전술 연구'에 치중하다 보니 미국 내에서 북한의 내부 변화를 제대로 설명해내는 분석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동서 냉전시대에 미국이 공산권 내부사정에 관한 각종 연구를 진행한 과거와 비교해보면 완전히 달라진 형국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 등지의 무분별하고 무근거한 북한 관련 도서가 최근 남한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국제사회에 설명하면 좋겠지만 북한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를 않는다. 그러다보니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진정으로 바라는 남한의 시민사회가 북한의 내부사정 및 한반도정세 변화를 설명하는 책임을 떠안고 있다. '6.15시대'의 정세 틀이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만큼 이제 북한에 대한 정보와 설명도 그에 걸맞게 달라져야 한다. 이 점에서 남한 지식사회의 역할이 크고, 전문가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것이다. 북한 실상과 고민, 실시간 접하기 이에 따라 〈프레시안〉은 소장 연구자들을 비롯해 북한전문가 350명이 참여하고 있는 〈북한연구학회〉 관계자들과 심도 있게 토론한 끝에 '2006년, 북한은 지금 어디로?'를 집중연재하기로 했다. 연재는 경제, 정치ㆍ군사ㆍ외교, 사회ㆍ문화 등 세 분야로 나눠 각 분야별 10회, 총 30회를 주 2회(월ㆍ금요일) 게재한다. 〈북한연구학회〉는 각 분야의 생생한 정보와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 연구자들을 선정해 집필을 의뢰했다. 우리가 기획연재 형식을 택한 것은 북한 '뉴스'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사실분석에 입각한 흐름과 관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분석 기고문을 연재하는 것은 전문가집단과 독자들 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관점에서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고, 전문가들은 인터넷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 '현실적 수요와 연구 방향' 설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신문과 종이신문의 차이를 반영한 기획연재인 것이다. <프레시안〉과 〈북한연구학회〉는 기획연재를 시작하면서 독자들에게 세 가지를 다짐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관점을 제시하려고 한다. 연구자(집필자)별로 시각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객관적 분석'을 중시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망원경'(거시분석)과 '현미경'(미시분석)이 적절히 배합될 것이다. 둘째, 구태의연한 북한관을 고집하기보다는 '6.15시대'에 걸맞는 '미래지향적 북한 인식'을 제시하려고 한다. 한반도 정세와 북한의 내부사정이 진행형이기 때문에 완벽한 고정불변의 관점이 아닌 융통성 있는 '열린 관점'을 보일 것이다. 특히 북한의 고민과 노력을 최대한 보여줄 것이다. 셋째, 북한 전문가들과 독자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토론의 장'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모두가 남한 사회의 정치적 분열구도와 정파적 이익에서 빠져 나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민족문제를 다룰 수 있는 체질을 만들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과 〈북한연구학회〉는 기획연재가 '6.15시대' 북한이해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연재가 논의의 끝이 아니라 균형 잡힌 북한 인식을 위한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을 꿈꾼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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