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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서관리에 힘써야...!

소한마리-화절령- 2006. 6. 21. 14:52

[메아리] 북한에 짜증내는 국민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여러 답변이 나오겠지만 요약하자면 이럴 것이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단일민족국가로서 수천 년 동안 동일한 정치 문화적 전통을 이어왔으므로 이를 계승하고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일은 당연하다."

동방정책을 통해 통일독일의 기초를 다진 독일 빌리 브란트의 유명한 언명, "같은 것은 같이 살아야 한다"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의 논리는 이런저런 이유를 댈 필요가 없는 당위론 차원의 얘기라는 뜻이다.

이산가족의 비극 종식, 진정한 자주성의 회복, 민족의 더 큰 번영 등 다른 답들은 부수적이거나 비현실적 기대에 불과하다. 통일이 가시화할 때쯤이면 이산의 아픔을 체험한 세대는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고, 자주성은 모호한 추상적 개념이며, 통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독일 사례가 보여주듯 도리어 부정적이거나 장구한 세월이 흐른 다음에나 기대할 만한 것이다. 더구나 국경의 의미가 급속히 약화하고 있는 세계경제 추세에서 국토의 공간적 확장을 곧 경제적 비약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다.

그러므로 당위성에 근거한 통일론에는 구차한 전제들이 붙지 않는다. 당위는 '마땅히 그래야 하는' 지고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현실적 이해가 배제된 바로 그 점 때문에 당위론은 한계를 갖는다. 당위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무너질 경우 당위론은 순간에 폐기될 수 있다는 말이다.

● 잦은 무례에 짓밟히는 자존심

장황하게 얘기를 늘어놓은 뜻은 다름 아니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훼손시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최근 6·15 남북공동선언 행사에서 행한 북측 인사의 안하무인식 언동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공들여 정중히 맞아들인 행사에서 국내 정치를 격하게 비난하고 간섭하는 발언을 해댄 것은 모욕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올 초에는 우리 언론사의 보도내용 중 표현 하나를 문제삼아 연로한 이산가족들을 장시간 억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북한이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은 사례는 들자면 끝도 없다.

지난달 다 합의된 남북철도연결시범사업이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무산되는 등 정부 차원의 교류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우리 정부나 행사 파트너들은 번번이 할 말도 못한 채 황망히 파장을 가라앉히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국민의 눈에 이런 태도는 이해나 아량의 성숙함이 아닌, 비굴하고도 남루한 모습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문제는 남북 평화공존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대북 정서를 관리하는 문제가 어떤 정책적 선택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나 통일 관련 단체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소한 예지만 얼마 전 국내 CF에 등장한 북한의 미녀무용수가 촬영 파트너인 국내가수에게 대놓고 "옷이 지저분하고 괴상하다. 머리 물들인 게 조선여성 같지도 않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저렇게 예의도 없는 인간들과 과연 같이 살아야 하느냐"는 통일 회의론이 만만치 않게 번진 일도 있었다.

지난해 북한에서 열린 남북작가회의 뒤 돌아온 여러 젊은 문인들로부터 북에서 느낀 적잖은 모욕감과 실망을 들은 적도 있다. 북한과의 교류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몰염치와 방자함에 진절머리를 내고 "아아! 통일이여, 민족이여" 따위의 감상적 표현에 냉소하는 국민이 늘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 대북 정서 관리에 신경 써야

물론 일차적 책임은 북측에 있지만 따질 것은 당당하게 따지고, 문제삼을 것은 엄중히 문제 삼음으로써 상대에게 예의를 지키고 존중토록 그들의 태도변화를 유도해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6·15 선언의 정신도 그것이다.

그래서 혹 단기적으로 남북관계가 소원해질지라도 이는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통일의 당위성을 훼손치 않고 장기간에 걸친 통일의 건강한 기반 조성을 위해서라도 국민의 대북 정서 관리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일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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