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관련 소식자료

오늘의북한소식47

소한마리-화절령- 2006. 11. 22. 21:01
 

북한 소식지 47호

(2006년 11월호)

오 늘 의

북한 소식 

  North Korea Today

사)좋은벗들 북한연구소

Research Institute of North Korean Society

Good Friends :

Center for Peace,

Human Rights & Refugees

06.11.22

전화 02) 587-8996

전송 02) 587-8998

137-875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3동 1585-16호




성홍열 전국적으로 확산, 방역 비상


  지난 10월 중순 량강도 혜산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한 성홍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당국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성홍열은 감기 증세와 비슷한 발열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도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이 급속히 늘어남에 따라 뒤늦게 서야 전염병으로 진단내리고 관련 기관에 통보를 했다. 정상적인 방역대책이 없다보니 감염자들이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단 북부 내륙지방인 량강도 혜산시는 감염자가 너무 많아 격리지대로 선포해 일체 여행 및 출장이 제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처에도 불구하고 이미 량강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강원도 문천 지역에까지 퍼졌고, 평안북도 문덕군, 함경북도 길주군과 청진시 등에서도 성홍열 감염자들이 확인되었다. 페니실린과 항생제가 있으면 치료가 가능한데도 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통제가 쉽지 않다. 한편 페니실린은 국가 공급시 한 대당 40원 하지만, 시장에서 개인들이 사려면 한 대당 500원 이상 주어야 한다. 약품을 구할 수 없는 주민들로선 전염병 예방은 물론 치료 혜택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당국 성홍열로 비상방역위원회 조직


  보건성에서는 비상방역위원회를 조직하고 각 지역의 감염지대 차단과 확인 및 치료 사업을 조직하고 있다. 감염자나 환자들을 병원이나 집에서 격리시켜야 해서 량강도는 통행까지 차단하고 있다. 배급과 임금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격리 조치는 주민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배급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부양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여 먹고 살아야 하는 환자들로선 격리와 통제는 더 이상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움직여야 먹을 게 생긴다는 생각으로 몰래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다보니 전염병 확산은 불가피하다.


  당국에서는 량강도는 물론 강원도 문천시 등을 통제하는 한편 각 도, 시, 군에 긴급 치료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국가에서 예비로 보유하고 있던 페니실린과 항생제를 환자들에게 긴급히 배정하고,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성홍열에 대한 교육용 CD를 배포해 교육하고 있다. 이 같은 긴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예방 및 치료수단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감염자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미 함경북도의 길주는 물론 청진의 포항, 수남, 신암 구역까지 환자가 발생했다. 이런 속도로 퍼져나가면 전국적으로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국에서는 극단의 경우 전국 모든 지역의 통행을 차단할 가능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천시의 한 진료소 의사는 “홍역도 아닌 성홍열까지 전염되니 민심은 뒤숭숭해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약품은 철저히 본인이 부담해야 하니, 이 병이 생긴 집들은 무조건 격리시키는 바람에 장사를 못해 돈을 벌 수 없어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급도 로임도 더욱 바랄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집안이나 병원에 격리되어 있으면 죽으라는 소리가 아닙니까? 정말 어쩌다 이런 전염병까지 돌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전국에 이 병이 돌게 되면 미공급자인 숱한 사람들이 앉아서 죽기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량강도에서는 이 전염병이 중국에서 넘어온 병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못 먹고 못사니 이런 병이 생긴 것이지 잘 먹고 잘사는 곳에서 병이 생길까?”라며 전염병이 쉽게 발발하고 이에 속수무책인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평양의 한 간부는 순천제약공장에 페니실린의 주원료인 옥수수만 제대로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국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데, 페니실린 생산을 위해 옥수수를 확보하라는 당국의 지령이나 방침이 내려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외부에서 원조하는 옥수수 중 일부를 페니실린 생산용으로 확보하고 약품을 적극적으로 생산해왔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이 확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당국의 인민보건에 대한 무신경함을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개인 투자 기업소에 일하려는 풍조 확산


  표면상 국가의 기업소이지만 사실 개인이나 큰 기관기업소에서 투자해서 운영하는 기업단위에서 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국영 기업 외에는 개인 투자 기업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경제난 이후 개인 수공업과 장사가 확대되면서 돈을 번 개인들이 공개적으로 국가가 운영하다가 자금, 자재, 원료 때문에 파산한 기업소와 식당, 상점, 봉사시설 등에 투자하고, 그 이윤의 일부를 국고에 넣고 나머지는 자기 사업 확대와 노동자들의 임금 지불을 한다. 국영 기업에서 노동자 임금이 보통 2,000-3,000원이라면, 개인 기업소에서는 2만원-5만원까지 지불해주는 곳들이 많다. 자연히 노동자들의 생산의욕과 생활 의지가 높아 국영기업 대신 개인 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가는 이런 실태를 간과할 수 없어 대책을 세울 것을 각 도, 시, 군에 종용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것마저 허용하지 않으면 더 많은 실업자와 빈곤자가 생겨 국가의 안전과 민심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 아직 정면으로 문제 삼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돈 있고 권세 있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명목으로 개인 기업소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는 이제 국가가 아니라 개인 기업에 종사해야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인식이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다.






전국 고구마 도매로 이름난 평남 성천군 신성천


  평안남도 성천군에 위치한 신성천은 고구마 도매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전국 각 지역의 고구마 장사꾼들이 기차로, 서비차로 고구마를 수백 kg 내지 수십 톤씩 사서 고구마가 귀한 북쪽 지역으로 가져간다. 고구마의 전국 유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여객 열차이다. 열차원과 승무화물원들이 장사꾼들과 손잡고, 이른바 ‘합영장사’를 하고 있다. 장사꾼은 돈을 대고, 열차원과 화물원들은 수송을 맡는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다.


  약 10여 분이라는 짧은 정차 시간에 수백 kg의 고구마를 열차에 싣느라 각 열차 칸과 역 구내는 소란스러운 진풍경이 벌어진다. 국가의 규정에는 여객열차의 수화물 취급은 차표 소지자 한 사람당 20kg 이하의 짐을 소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고구마 장사꾼들이 이 규정을 곧이곧대로 지킬 수는 없다. 이 때 열차원과 화물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백 kg 이상 되는 고구마를 신속히 열차에 싣는 것이 관건인데, 아무래도 일반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고, 명백한 규정위반이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열차승무원, 역전 보안원, 역전 검열대, 보위대, 열차 승무안전원, 여객 전무 등 열차 관계자들은 이미 뇌물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고, 신성천 주민들은 고구마를 날라주고 실어주면서 돈을 받기 때문이다. 어느덧 신성천의 고구마는 여객 열차를 매개로 많은 이들의 생계를 이어주는 고마운 명물이 되고 있다.



대학생들 송이버섯 철엔 보름씩 송이벌이 동원


  공식적인 학비는 없지만 학교에 내야하는 돈들이 많아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민학교와 중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붕 보수공사, 기숙사와 강당 재건축 공사 등 일명 학교 꾸리기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공사비용은 물론, 교육 기자재, 난방용 땔감, 부식물 등을 일체 국가의 지원 없이 학교 스스로 마련해야 하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거둬들이고 있으나 이마저 부족하기 일쑤다. 난방용 땔감을 구해오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학교에서는 열흘 정도의 기일을 주고 학생들더러 땔감을 구해오도록 한다. 시내에 사는 학생들로선 나무를 구해올 데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장에서 나무를 사오는데, 최소 5만 원 이상의 돈을 써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송이버섯 철에는 보름의 기일을 주고 10만원에 상당하는 송이버섯을 벌어오도록 내보내기도 한다. 올해 송이버섯이 잘 나오지 않아 10만원 달성은 더더욱 불가능한 조건이 되었다. 나무나 송이버섯을 구해오지도 못하고 돈으로 내지도 못하는 학생들은 결국 자퇴하는 길을 선택한다. 원산 농업대학교, 함흥 수리대학교, 청진 의과대학교, 경제 전문학교, 회령 농업전문학교 등 어느 지역의 어떤 대학교를 막론하고 이런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좌판 단속에 상인들 분개


  시장 안에서 매대를 갖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세 부담이 높아 시장 밖에서, 또는 마을 골목길 어귀에서 좌판을 하는 행상들도 많다. 시장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보다 장세는 더 적게 내지만, 이들 역시 100-500원 상당의 장세를 내야 한다. 좌판 행상들은 아무래도 장세의 부담이 높아서 밖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므로 장세를 잘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에 걸려드는 비율도 그만큼 높다. 보안원들이 쭉 돌면서 쫓아내고, 당 상무(당, 행정, 사법 일군이 포함된 단속반)들이 골목을 포위하면서 붙잡은 상인들에게서 벌금 조서도 없이 500-1,000원의 벌금을 받아간다.


  주민들은 “저 놈들이 술이나 맥주 생각이 나면 식당에 가려고 좌판 단속한다며 돈을 빼앗아간다”고 단속원들에게 대들기도 한다. 물론 규정대로 하자면 승인되지 않은 장소에서 물품 파는 것을 단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의할 명분은 없지만, 벌금조서도 없이 돈을 받아가는 경우에 “어느 손에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데” 호락호락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무조건 당 상무가 나와서 돈을 빼앗아가는 데 대해 분개하는 주민들이 많다.


어려운 생활난으로 점점 몰인정해가는 사회


  주민들이 생활고에 지치면 지칠수록 공산주의 미풍 양식은 물론 나라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 자녀에 대한 사랑 등 당국이 강조하던 미덕들이 상대적으로 빛을 잃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옛글에는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신하의 도리라고 해왔으나 현시대에 와서 이 말은 하나의 선전일 뿐이다.”고 믿는 주민들이 많다. 그들은 국가 정책의 잘못으로 경제체제가 파산되어 지금까지 수많은 사망자와 조국반역자를 만들고 있다고 본다. 1990년대 초반까지 유지되어 오던 사회주의체제가 조용히 시장경제로 이전되면서 빈곤층과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살 길을 찾아 중국과 한국, 세계 각지로 떠나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보고 있다. “아니 먹을 것이 없어 굶으면서도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 죽을게 뭐요. 하다못해 옆집인 중국이라도 가서 빌어먹어도 살았을 게 아니요”라는 생각이 주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렇게 사회의 변화와 그에 따른 주민들의 변화된 사회인식으로 점점 비정한 사연들이 늘어가고 있다. 부모를 천대하고 자식을 버리며 부부가 쉽게 이혼하는 현상으로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고원읍 할머니 생활고에 지쳐 자살


  지난 10월 고원읍에서는 한 할머니가 목을 매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워 온 할머니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남편을 잃은 뒤 혼자서 자녀들을 키우고 모두 짝 지워 출가시켰다. 자녀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기 몫의 재산이 하나도 없었던 할머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급기야 아들 집과 딸집을 전전하게 되었다. 자녀들의 생활수준도 빠듯한 처지라 한 해, 두 해가 지나자 결국 눈칫밥을 먹게 되어, 자녀들의 집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할 수 있는 장사거리도 만만치 않고 몸은 아프고 병들어 이 집, 저 집에서 밥 한 술 얻어먹는 식으로 근근이 살아왔다. 같은 인민반에서도 할머니의 딱한 처지를 알고 쌀을 조금씩 모아주었으나, 임시변통일 뿐 안정적인 생활 대책은 아니었다. 한동안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궁금해진 인민반장이 집안에 들어가 보니 싸늘한 방에서 벽 옷걸이에 줄을 매달아 목을 매고 자살한 할머니를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거지가 된 것을 알고 있을까요?”


  순천 시장에서 꽃제비로 살아가는 12세 여자아이는 부모의 이혼으로 집을 나왔다고 했다. 부모님이 집까지 팔며 생계를 꾸려가려고 노력했으나 일이 잘 못 되어 이혼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도 집이 있었어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내가 이렇게 거지가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장사해보자고 돈을 꾸었다가 협잡당하여 집까지 팔게 되자 아버지는 어머니와 갈라지고 나와 같이 살았는데 매일 술 마시고 주정을 부려 나도 집을 뛰쳐나왔어요. 우리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디로 가야 엄마를 만나겠는지. 우리 엄마는 내가 거지가 된 것을 알고 있을까요?”라며 힘든 나날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 죽고, 떠나고, 혼자 남은 할머니 생계 막막


  황해남도 배천에 사는 한 65세 할머니는 남의 집 빨래, 물 긷기, 김매기 등 각종 삯벌이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일굴만한 땅도 없고, 장사 밑천도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흔 된 할아버지와 함께 산나물에 옥수수가루를 섞어 풀죽을 끓여 마시며 근근이 살아왔다. 두 노인 모두 영양실조에 걸린 것은 물론이고, 페라그라라는 비타민 결핍증에 시달렸다. 시집 간 딸들은 6년 전 외손주들을 떠맡기고 중국에 갔으나 소식이 끊어진지 오래이다. 군에 갔던 아들도 영양실조로 3년 만에 감정 제대되어 집에 돌아왔다. 몸이 안 좋은 상태였음에도 가을에 농장 밭에 들어가 옥수수와 감자 등을 훔쳐다 연로하고 병든 양친을 약 두 달간 부양했다. 그러다 돼지, 닭, 토끼 등 남의 집 가축에까지 손대다 해당 구역 보안서에 붙잡히게 되었다. 10일만에 풀려나왔으나 취조 과정에 가뜩이나 허약한 상태에서 구타를 심하게 당해 나온 지 5일 만에 죽고 말았다. 당시 아들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아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할아버지가 결국 보름 만에 그 뒤를 이었다. 할머니 혼자 남아 외손주들을 키우고 있으나 혼자 몸으로 올해를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이웃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할머니마저 돌아가시면 외손주들은 꽃제비로 떠돌 것이 자명한 일이지만, 이런 집이 한 두 집이 아니라 생활고에 지쳐있는 이웃들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토끼가 먹는 풀로 풀죽 쒀먹는 사람들


  회령에 사는 24세의 젊은 남성은 군대에 간 지 2년 만인 작년에 영양실조로 감정제대해 집으로 돌아왔다. 여동생은 3년 전에 중국으로 가고, 어머니와 둘이 산과 들에서 토끼들이 먹는 풀을 뜯어먹으며 살아왔다. 토끼가 먹는 풀은 독이 없어 중독될 위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웃들이 지나가며 “그 풀은 무엇에 쓰는가?” 물어보면, 차마 토끼가 먹는 풀을 먹는다는 말을 못해 토끼에게 먹일 풀이라고 둘러댔다. 때로는 풀독이 올라 얼굴이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그 후부터 가성소다에 풀을 재웠다 먹기도 했는데, 영양실조에 여러 다른 병이 겹친데다가 결정적으로 결핵에 걸려 얼마 전에 사망했다. 홀로 남은 어머니는 아들을 묻은 지 두 달 만에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웃들은 아마 딸이라도 찾아간 모양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갈 길 잃은 노인들, 대합실에서 굶어죽어


  지난 9월 함흥 역에서는 66세 할머니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이 할머니는 고난의 행군 시기 남편을 잃고 그동안 회령의 막내아들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그 집의 식량사정이 점점 악화되자 막내아들과 며느리는 의논 끝에 어머니를 청진에 있는 둘째 형님 댁으로 보내기로 했다. 둘째 집으로 옮긴 할머니는 그 곳에서 1년 반 정도 기거했으나 이들 부부 역시 어머니를 부담으로 느껴 평안남도 평성에 있는 큰 형님 댁에 가시라고 여비 1,500원을 주고 기차에 태워 보냈다. 이때가 올해 7월 중순으로 양덕에 큰 수해 피해가 나서 철교가 내려앉아 한 달 반 이상 기차 운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할머니는 함흥 역에 일단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 1,500원이라는 얼마 안 되는 여비로 함흥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역 대합실 생활 열흘 만에 자는 듯 굶어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이 할머니를 포함해 이렇게 역에서 죽어간 사망자가 수해 이후 한 달 반 사이에 95명이 넘었다.


의사들 은밀히 개인 시술하고 돈 받아


  주요 도시의 병원들에서는 국가로부터 의약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자, 의사들 스스로 약과 치료설비를 구해 환자들을 치료하고 개인적으로 치료비를 챙기는 이른바 개인시술 행위를 하고 있다. 실례로 구강과(치과) 의사들은 이를 뽑거나 틀니를 끼는데 필요한 마취약과 석고 등을 자체로 구해 틀니 끼우는데 3만 원 정도 받고 있다. 다른 외과나 내과 의사들 역시 약품을 챙겨 환자들에게 처방해주는 대신 시장 가격으로 약값을 받고 여기에 치료비를 더해 받는다. 시장에 나가 옥수수 국수나 두부를 파는 등의 장사를 하는 식으로 근근이 살고 있는 의사들이 여전히 많이 있지만, 수완이 좋은 의사들 중에는 이렇듯 개인 시술을 하면서 돈을 챙기는 사람들도 많다.


















10월 중순 주요도시 물가동향

(단위: kg, 북한 원)

 

청진

김책

함흥

고원

양덕

신성천

신양

회령

사리원

해주

원산

신의주

평양

입쌀

1,100

900

900

800

700

900

750

1,050

600

550

850

800

800

안남미

600

600

700

650

600

600

600

600

550

500

600

600

600

찹쌀

1,350

1,100

1,100

850

800

950

800

1,200

650

600

900

900

850

옥수수

500

350

330

300

280

250

250

310

200

250

350

330

300

옥수수쌀

600

450

400

400

350

350

350

400

300

350

450

400

400

옥수수

국수

550

370

350

320

300

270

270

330

220

270

370

350

320

밀가루

800

900

900

850

800

850

800

900

850

800

900

800

800

녹말가루

1,000

1,000

900

900

950

950

900

1,000

900

900

900

900

850

소금

250

230

250

250

250

250

250

280

250

250

250

250

250

된장

200

200

200

200

250

250

250

200

200

200

200

250

200

기름

2,400

2,400

2,300

2,250

2,500

2,600

2,500

2,400

2,300

2,300

2,300

2,500

2,300

맛내기

4,500

4,600

4,500

4,400

4,500

4,600

4,500

4,600

4,400

4,400

4,400

4,500

4,300

사탕가루

2,000

2,200

2,000

2,100

2,100

2,200

2,100

2,100

2,000

2,100

2,000

2,100

2,000

고춧가루

5,500

5,500

5,000

4,800

5,000

5,000

5,000

5,500

5,000

5,000

4,500

4,800

5,000

미나리

400

400

380

350

350

350

350

400

350

380

350

350

350

사과

1,000

1,200

1,000

1,500

1,500

1,500

1,500

1,500

800

1,000

1,100

1,100

900

400

500

1200

1200

1,200

1,500

1,200

1,000

900

900

1,000

1,000

1,000

배추

200

200

150

150

200

200

200

200

150

150

150

150

150

무우

150

200

150

150

150

150

150

150

110

150

150

150

150

마늘

2,800

2,800

2,800

2,300

2,800

2,800

2,800

2,000

2,500

2,500

2,500

2,500

2,500

위안화

(100원)

3만

9천100

3만

9천

3만

9천

3만

9천

 

 

 

3만

9천

3만

9천

3만

8천

3만

9천

3만

9천

3만

9천100

달러

(100$)

33만

32만

5천

32만

5천

32만

 

 

 

33만

31만

5천

31만

5천

32만

33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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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평


페니실린 한 대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2006년 한 해를 곧 마감할 때인 요즈음, 북한 주민들에게 불행이 또 겹치고 있다. 수해 복구만으로도 힘에 부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염병까지 돌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량강도 혜산에서 발병한 성홍열이 북한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량강도 지역에서는 이미 여행 및 출장,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이어 성홍열 발병이 확인된 지역들에서도 통제 조치가 내려졌다. 전국적으로 비상방역조직위원회가 조직되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성홍열은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주로 발병하는 전염병으로 세균에 의해 감염된다고 한다. 잠복 기간이 1-7일 정도로 감기 증세와 비슷한 발열, 두통, 오한, 편도선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치료는 페니실린 주사와 항생제 등의 투여, 충분한 영양과 수분 섭취와 안정을 취하면 된다.

 

  성홍열은 결코 심각한 질병이 아니다. 특별히 어려운 치료 기술과 대단한 의료장비가 필요한 질병도 아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 속에서 주민들은 사망에까지 이르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게다가 격리 치료를 하려고 해도 현실 여건상 격리가 거의 불가능해 매우 빠른 속도로 전염이 확산되고 있다. 병원이나 집안에 가만히 누워 한 대당 500원 이상의 돈이 드는 페니실린을 투여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500원이 어떤 돈인가? 시장에서 옥수수를 1-2kg 사서 가족의 허기라도 면하게 해 줄 수 있는 귀한 돈이 아닌가. 그 돈을 벌기위해서라도 아픈 몸을 움직여 장사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믿는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아무리 각 지역을 통제해도 굶주려 죽느니 차라리 전염병에 걸리더라도 움직이며 먹을 것을 입에 물고 죽겠다는 각오로 각 지역을 넘나드는 주민들을 통제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북한 당국이 손 쓸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말이다.

 

  성홍열로 사람이 죽어간다는 사실은 의료기술이 발달한 현대의학 상식으로 이해하기란 어렵다. 깨끗한 식수와 깔끔한 소독, 안정적인 영양공급과 간단한 항생제 등 몇 가지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얼마든지 더 이상의 전염을 막을 수 있는데, 온 나라가 통행금지다 차단이다 전시상태보다 더 한 조치를 해야 하는 이런 상황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런 일을 상상하기도 어렵고 직접 겪어보지 못한다고 해서 북녘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이 쉽게 간과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려운 위기를 연속해서 겪고 있는 북녘 이웃들에게 한시 바삐 손을 내밀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 

 

 남한 당국은 물론 국내외 의료보건단체, 대한민국 적십자사, WHO 등에 호소한다. 지금 당장 필요한 항생제와 해열제, 방역장비 등을 북한에 지원해 주어야 한다. 또 더 이상의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격리 치료가 효과적으로 될 수 있도록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해 한시적이나마 식량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 당국은 감염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배급을 실시하는 동시에 성홍열의 정확한 실태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외부에 긴급지원을 요청하기 바란다. 북핵 문제다 북한인권문제다 여러 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지금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서로 협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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