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KBS 심야토론, 답답해서 못 보겠네

소한마리-화절령- 2008. 6. 9. 11:02

지금 막KBS 심야토론이 끝났다.
오늘 토론회 보면서 너무 답답해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수출입 업계 자율규제를 언급하면서 이 문제가 쇠고기 협상의 주된 이슈로 떠올랐다.

주로 논의되는 지점은 자율 규제의 실현 가능성이다.
미국 업자들이 동의하겠느냐, 한국 업자들이 또한 따르겠느냐, 결의를 어겼을 경우 제재조치가 있느냐, 남의 나라 업자들에게 어떻게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맡기느냐 등등이다.

이 모든 말들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고 타당한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쇠고기 협상 문제와 관련해서 보면 본질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문제는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 30개월 이하의 다섯 가지 위험물질까지 (30개월 이상 고기는 물론이고) 들어온다는 것.
둘째, 미국 내의 사료조치가 크게 후퇴했다는 것.
셋째,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검역조치를 포기했다는 것.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업계자율규제는 이 세가지 핵심사안을 하나도 건드리지 못한다. 부시가 동의했다는 내용도 위 세가지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업계 자율결의의 요점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유통금지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30개월 미만의 전 연령에 걸친 위험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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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부별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이번 협상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금지는 전혀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그런데도 오늘 심야토론에서도 업계자율규제의 구체적인 문제를 왈가왈부하는데 그래봐야 전부 소용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30개월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뼈나 내장 또한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위험물질을 정의하는 기준도 미국과 달라 뼈나 내장도 위험물질에 들어가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30개월 이상 소가 안 들어오더라도 30개월 미만의 매우 위험한 물질들을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데 무슨 획기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는가. 강화사료조치나 검역주권 문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토론회에 나온 여러 교수님들은 아직도 협상에는 문제가 없고 아둔한 국민들이 과학을 몰라서 무지하게 선동당해 거리로 나섰다는 투로 말한다. 이번 쇠고기 협상을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배울만큼 배우고 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상식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들이 내세우는 그 전문적 지식의 실체 또한 뭇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한국형 지식인의 전형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옆에는 한국형 경제인의 성공모델로서의 이명박이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성공모델의 실체를 똑똑히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쇠고기 협상과 같은 사태가 언제 다시 재발될지도 모르고 또 그 순간에 그 잘난 전문가들이 다시금 엽기적인 논리와 이유로 국민을 팔아먹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솔직히 어떤 때는 이런 나라가 여태 잘 버텨 왔다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아마도 그 신기함의 실체는 나라가 위급에 처했을 때 만사를 제쳐놓고 거리로 달려 나가는 현명한 국민들의 용기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