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무릉계곡 -다리 -좌측산록길 -급경사 -산성터와 암석지대 -능선 -두타산 -청옥산 -연칠성령-문간재 -무릉계곡(9시간 전후) 교통: 열차 - 청량리 -동해(오후 2시 출발, 동해시에 7시 40분에 도착), 청량리-동해(청량리 5시출발, 밤 10시 16분 도착) 청량리-동해(청량리서 밤 11시 50분출발, 동해시에 6시35분도착), 동해-두타산(시내버스 수시 출발) 버스 - 강남고속버스터미널 - 동해 (첫차 6시 30분 막차 7시 20분, 30-1시간간격 배차, 요금 우등15800원) 숙박: 두타산 무릉계 아래 상가지역에 민박촌 무릉프라자-0394-534-8855(모텔), 청옥산장-0394-534-8866(여관) , 고향여인숙-0394-534-8033, 대구여인숙-0394-534-8021 두타산 무릉계의 아침 두타산에서 본 청옥산과 고적대 무릉계를 파고드는 아침햇살 |
두타산 산행은 청옥산과 연계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 하므로 두 산을 오르내리려면 빠른걸음으로도 8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로 높고 덩치가 큰 산이다. 해발높이가 낮은 동해시 삼화리에서 올라가므로 서쪽 백두대간의 서쪽에서 올라가는 것보다 몇 배나 힘이 드는 것도 두타산 산행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하여간에 두타산과 청옥산을 등산하고 내려오면 산의 모든 것을 섭렵한 것 같은, 산이 가지고 있는 진수를 다 경험한 듯한 느낌을 갖게된다. 계곡은 무릉계요, 폭포는 용추폭포와 쌍폭이다. 천하에 둘도 없는 암반계곡과 희한의 극치인 폭포이다. 거기다 암릉이 있고 협로가 있고, 암봉이 있고, 좋은 전망대가 있고, 울창한 송림이 있고, 고산을 연결하는 보기엔 유장하나 너무 길어서 힘든 능선이 있고, 고원지대(청옥산-두타산정상)가 있고 아슬아슬한 슬랩횡단지대(박달령에서 내려오다 쌍폭이 가까워지면 ...최근에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가 있고, 무릉계를 내려다보는시원한 암릉이 있고 두타에서 고적대까지의 장쾌한 스카이라인이 있고, 청옥에서 두타로 내려올 때의 빽빽한 활엽수림대가 있고 저지에서는 보기 힘든 거목 활엽수가 무성한 고개가 있고 정상(청옥산과 두타산 두곳)가까운 곳에 샘이 있고 여름이면 무성한 초본류의 고산식물이 있고, 무엇보다도 고산을 정복하고 내려올 때 성취감이 각별하고 너무도 맑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마음껏 숨쉰 청량감이 가슴에 뿌듯하게 남는 산행이 두타-청옥 코스이다. 이 코스는 대청봉에서 백담사, 대청봉-공룡-마등령-설악동, 장수대에서-12선녀탕-남교리, 추성리에서 천왕봉-세석-거림(지리산)등 우리나라 유수의 산행코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아름답고 장쾌한 산행코스이다.
두타산은 높이에 비해 힘이 많이 드는 산이다. 다른 내륙지역(영서지방)산에 비해 해발고도가 낮은 평지인 동해안쪽에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드넓은 암반위로 옥계청류가 수렴처럼 흘러가는 무릉계등 두타산 계곡 어디 아름답고 기이하지 않은 곳이 없지 않지만 대중적인 안목에다 아름다움의 포인트를 둔다면 두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용추폭포와 그 아래 쌍폭이다. 청옥산과 두타산 능선사이로 흘러내려온 물은 용추폭포에서 거대하고도 오묘한 자연의 조각작품을 만들어낸다. 물의 흐름이 화강암을 뚫어 탕(항아리)을 만들고 그 탕에서 흘러내려 폭포를 이룬 것이다. 폭포란 암벽위에서 그냥 떨어져내려도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두타산의 용추폭포는 항아리를 만들어 놓고 항아리속에서 열두번을 휘돌아 떨어져 내리는 희한한 폭포이다. 거대한 선반위에 얹힌 항아리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항아리가 어슬픈 도공이 만든 항아리가 아니라 솜씨를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세밀히 닦고 다듬어 만들어낸 자연의 오묘한 작품이라고 생각해보라.
항아리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높이도 만만치 않다. 이 물은 그아래 또 깊은 소를 만들어 놓고 있다. 용추폭포는 주 산행코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므로 일부러 코스를 이탈하여 봐두어야 한다. 두타산을 먼저 올라가려면 용추폭포에 접근하기 훨씬 전에 급경사를 타는 왼쪽 산록길로 들어서서 두타산성쪽을 향하여 올라가야 한다. 청옥산을 먼저 올라가기로 했다면 용추폭포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서 쇠다리를 건너가며 엄청난 암벽이 위압감을 주며 하늘높이 솟아있는 문간재 암벽 옆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쌍폭부근에서 박달령으로 올라가면 두타산이나 청옥산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두타-청옥산 산행기:
폭우가 내리는 서울을 출발할 땐 과연 오늘 안으로 120밀리(예보가 그랬다)폭우를 뚫고 동해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20밀리라면 강물은 넘치고 길은 끊어지고 낙석은 찻길에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들고 그 사이에 끼여 오도 가도 못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 요즘 내리는 장마비는 심상치가 않다. 의심이 안든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치악재에 도착하기 전 얼마동안은 날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가 뜨음 했지만 주천을 지나면서부터 빗줄기가 거세어지기 시작하여 이대로라면 정선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두타산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선을 지나면서 비는 약해져서 가던 길을 재촉, 정선을 지나 임계에 와서야 비로소 휴식을 취했다. 두타산산행기를 서울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두타산 산행을 하겠다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가 사실은 산행을 위한 기나긴 어프로치이며 정선을 지나고 백복령을 넘으며 청옥-두타산을 멀리 바라보면서 동해를 향하여 굽이 많은 도로를 이리저리 돌아가는 일 자체가 산행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노력이고 보면 그리고 그사이에 산을 생각하는 마음을 제외하면 많은 것이 상실되기 때문에 이 부분도 빠뜨릴 수가 없는 것이다. 휴식을 취한 지점은 임계가 250킬로를 넘는 지점이고 이제 남은 여로는 35킬로 정도밖에 안되었기 때문이다. 임계의 동네밖 텃밭 옆에 자리잡은 막국수집의 막국수는 맛이 좋았다. 빛깔도 검으튀튀할 정도였고 국수가락은 메밀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졸깃졸깃한 것이 야성적인 그윽한 맛(약초냄새가 난다고 생각한 것은 과장일까?)까지 입안 가득히 채운다. 막국수상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툇마루에 누워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는 것은 어릴 때의 기억 때문인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시골에 살던 나의 어린 시절은 꼭 오늘과 같은 날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구름이 광풍에 떠밀려 풀풀 날고 거친 빗방울이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구마 밭, 고추밭을 달려가는 음향을 들으면 수렴같은 빗줄기를 몰고 말달리듯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를 달려가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비록 5분이 안되는 시각이었지만 나는 지친 심신을 바로 펴는데 성공한 느낌이었다. 정선에서 임계로 오는 산길에 광풍이 불고 비가 오는 것을 보니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다. 소나무는 적송과 낙엽송 숲이 각각 나타나곤 했었는데 비바람에 흔들리는 숲은 생명력, 신선함, 지구가 살만한 곳이라는 믿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임계에서 1시간을 쉬웠다가 막국수를 먹고 출발하니곧 백복령이 된다. 백봉령은 780미터에 이르는 높은 재이지만 폭우가 내린 것은 아닌 것 같아 적이 안심이 되었다. 95년 여름처럼, 하루 100밀리 이상의 폭우가 아니면 길이 끊기는 일은 별로 없는데도 왜 비가 오면 길이 끊어질 걱정이 드는지.
산행:
새벽에 창문을 여니 별이 보였다. 밤새 강풍이 불어 산골의 방은 서늘했지만 보일러를 틀어주었는지 방바닥은 뜻뜻한 편이었다. 방값은 1만5천원이었다. 아직은 대목이 아닌데다가 어제 오늘 비가 오는 바람에 찾는 사람이 뚝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삼화사뜰에서 바라본 청옥산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가까운 편이었다. 그동안 지난번 응봉산, 조령산, 소백산 등 장거리산행을 하면서 단련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청옥산까지 올라가는데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무릉계:
두타-청옥산은 강원도 동해시, 삼척시 미로면, 하장면, 정선군 임계면 사이에 있는 산이다. 매표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서 골짜기를 올려다 보면 드넓은 반석위로 낙엽썩은 물이라 약간 노래끼해 보이는 물이 흘러내려오는 무릉계가 보인다. 무릉계는 1000평이 넘는 대반석이다. 반석 주위 군데군데 노송이 서 있는 사이로 무릉계 반석을 내려다 보는 금란정이 왼쪽에 보인다. 금란정으로 오기전 길가에 봉래 양사언이 썼다는 "중대천석 두타동천(中臺泉石 頭陀洞天)"이라고 쓴 일중 김충현이 고증하여 새로이 양각한 글씨가 반석을 떠서 맞추어 만든 돌에 새겨져 있다. 원래의 글씨는 무릉계반석 왼쪽 아래쪽에 남아 있으나 세월의 풍상과 계류에 휩쓸려 내려온 돌과 모래의 힘으로 거의 마멸되어 흔적만 남아 있다시피한 것을 재현하여 옛사람이 감동한 두타산 무릉계의 빼어남을 기린 문장을 전승하려한 것이다. 수백년 내려온 글씨가 최근들어 마모상태가 심해진 것은 국지적 호우가 옛날보다 잦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무릉계의 반석은 그 넓이에 있어서 다른 곳 반석의 추종을 불허한다. 계류는 반석위를 미끄러지다가 작은 소를 만들기도 하고 다시 흘러 다리(매표소옆) 아래로 쏟아져 내려간다.
바위지대와 노송:
두타-청옥산을 오르려면 삼화사를 지나 40분 가량 개울을 따라 올라간 지점에서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삼화사 부근은 무릉계 골짜기가 가장 좁은 병목을 이룬 곳이다. 삼화사 맞은 편은 바위가 비죽비죽 단애를 이루고 있고 중간중간에 노송이 서 있는 빼어난 경치다. 단애의 오른쪽으로는 베틀릿지라는 암릉이 있다. 두타-청옥산능선에서 왔던 골짜기를 내려다보면 삼화사에서 오른쪽으로 두타산성, 왼쪽으로 관음사까지가 바위협곡으로 되어 있어서 가장 돋보이는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일대의 바위는 조령산이나 도봉산처럼 슬랩성 암석이 아니라 문경군의 황정산(작성산)처럼 일정한 크기의 주상형(기둥형)바위가 산록에 비죽비죽 솟아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학소대와 폭포:
삼화사(이곳에서 정상까지는 6.7킬로)를 지나면 오른쪽 급경사위로 관음사 가는 길이 나타나고 곧 이어서 개울이 보이면서 오른쪽으로 한쪽은 부분부분 바위옷으로 검게 변색된 붉은 색이 도는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한 단애와 맞은편은 세번의 굴곡을 이룬 암반으로 되어 있는 골 사이로 옥수청류가 수렴을 이룬 채 떨어지는 가경이 나타난다. 여기가 학소대이다. 기암 사이에 소나무가 군데군데 서 있고 하얀 포말을 이룬 폭포는 와폭을 이루어 하얀 비단폭을 드리운듯 암반위를 미끌어진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한번 넓은 암반위에 앉아서 땀을 식히며 폭포와 주변경관을 차근히 구경하고 싶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은 누만년을 내려오는 사이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그런 쪽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계곡풍경:
조금 더 가면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위에서 상류쪽을 바라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암봉같은 거대한 바위 서너 너덧개가 개울가에 솟아 있는 사이로 청류는 암반위를 미끄러지고 옥수는 소를 이루며 협곡사이로 사라지고 있다. 다리를 넘어가면 왼쪽으로 두타산성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개울가 암반위로 나와 물을 받으며(두타산성 위에서 오른쪽 계곡길-산성12폭 계곡길)로 가지 않고 바로 능선으로 올라갈 경우엔 물이 없으므로 여기서 물을 준비하고 가야한다) 상류쪽을 바라보니 적송 3그루가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고 붉게 빛나고 있다. 마치 단청을 칠한 듯한 색깔이었다. 우리 단청의 붉은 빛은 이색을 모색(母色)으로 한 것은 아닐까하는 연상이 퍼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신성한 붉은 색 적송 둥치를 목도하려면 오로지 새벽시간에 이곳에 도착하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몫일 것이다. 암반에서 하류를 바라보면 왼편으로 단애위로 소나무가 있고 맞은 편에도 수림이 있는데 아침햇살이 골짜기사이로 스며들어오면서 그암벽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곳 암반에 앉아서 바위위를 미끄러지며 소안으로 쏟아지는 계류와 부근의 바위와 소나무를 바라보며 세상의 시름을 잊어버리는 것도 해볼만한 일이다. 물을 준비하고 급경사를 20분 정도 올라가면 두타산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곳(중경과 근경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두타산 정상이나 청옥산 정상에서는 원경만 있으므로 경관이 빼어난 곳은 없다)
두타산성에서의 조망:
두타산성으로 올라가면서 숲사이로 보이는 하늘높이 치솟은 암봉과 단애는 그 높이에 있어서나 규모에 있어서 압도적인 바위이다. 이 바위옆에 자체높이도 엄청난 전망대가 있어서 계곡을 내려다보거나 맞은편 산록을 바라보거나 골짜기 안쪽의 높은 산능선을 조망할 수 있다. 중경 또는 근경을 높은 바위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것처럼 가슴을 상쾌하게 하는 것은 없다. 중경이나 근경이 수려한 바위, 작은 암봉등으로 이루어진 곳이면 조망의 효과는 배가된다. 20대로 보이는 7,8명의 젊은 하이커들이 단애위로 올라와 더러는 드러눕고 더러는 벼랑끝에 서서 사진을 찍고 고함을 지르고 하는 것은 그들의 감정이 암벽위의 조망위라는 위치에 영향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곳의 풍광은 두타산에서도 용추폭포, 쌍폭과 함께 대표적인 것이다. 강풍이 불어 바위끝에 서기가 어렵다. 바위틈에 선 소나무에서 요란한 바람소리가 난다.
삼화사에서 계곡으로 들어오는 사이 강풍에 찢기고 부러지고 길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나무가지와 잎들이 낙엽이 떨어진 것처럼 수북히 쌓인 곳이 많았다. 청옥산 정상만이 구름에 조금 가려졌을 뿐 두타산 고적대는 구름이 없어 오늘 하루는 예보와는 달리 온종일 비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타산성에서 강풍을 맞으며 투명한 대기속에 죽죽뻗은 암벽과 단애 수려한 소나무들을 내려다보는 사이 선경이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바람은 산을 역동적으로 보이게 한다. 바람이 고요한 날에는 거대한 정물처럼 보이던 산이 일시에 역동감으로 충전된 활력으로 요동치는 것이다. 두타산성에서 골짜기를 건너 관음암 아래와 위쪽에 거대한 폭포가 있어서 바람속에서 하얀 포말을 날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수원이 되는 골짜기는 길지 않지만 그곳의 승경은 여름날 비가 오고나면 더욱 돋보일 듯하다. 두타산성을 중심으로 골안 이쪽저쪽은 기둥형 바위가 비죽 비죽 솟아있어서 특이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경관을 근경에서 바라 볼 수 있는 것이 두타산성의 입지적 매력이다. 두타산성에서 위로 조금 올라가면 길이 둘로 나뉘는데 오른쪽 길이 작은 지계곡, 왼쪽길이 쉰움산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나는 두타산의 대표적인 능선코스이다. 오른쪽 산성12폭 계곡코스는 조금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폭포의 상단이 보이며 곧장 숲속 계류옆으로 난 길로 가게 되는데 평탄한 숲길은 떡갈나무와 단풍나무류의 활엽수가 무성하여 한여름에도 시원한 산행길이 되어준다. 계곡길이 끝나는 곳에 시원한 폭포가 있고 길은 오른쪽 산록을 타고 올라가는 깔딱고개로 이어진다. 몇 군데 로프가 매어져 있는 곳이 조금 힘든 곳이지 다른 구간은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코스가 이 코스이다.
노송능선:
능선위로 올라가면 거목 소나무들이 능선위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데 이 능선의 소나무는 두타산을 1킬로 남겨둔 지점까지 계속되어 아름다운 노송의 오솔길을 만들어주고 있다.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걸을 수만 있다면 무상의 환희를 맛볼 수 있는 코스이다. 노송 가지 사이로 두타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청옥-고적대의 스카이라인이 가슴속에 깊이 새겨진 포부처럼 시야 속에 선명하게 들어오지만 이 구간은 두타산 코스의 첫 5분의 1에 해당되는 구간이어서 이 능선에서 어정거리는 사람은 없다.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능선은 암릉은 아니나 너덜지대처럼 돌도 된 부분도 있어서 걷기는 까다롭기도 하지만 가장 기분 좋은 산행길을 제공해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장송에 부딪치는 강풍소리는 요란하지만 활엽수가 바람에 부대끼며 요동을 치는데도 노송은 둥치가 조금 흔들릴 뿐 별다른 신경질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는다. 두타산 정상에 이르기 까지는 아름다운 조망을 제공하는 전망대가 여러군데 있어서 두타산-청옥산-고적대로 이어지는 호방한 능선을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은 계곡아래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바람:
평탄한 능선길을 가노라면 조금 가팔라지면서 바위가 돌출한 전망대가 되곤 하는데 모진 강풍이 부는 오늘은 전망대끝에 서서 골짜기를 내려다 보기에도 힘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바람은 자칫 따분해보이는 원경의 조망을 앞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해준다. 바람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산록을 가득채운 수림을 빡빡 밀어부치며 올라와서는 능선을 넘어갈 때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사실 계곡의 물소리와 폭포소리를 분간하기는 어렵다. 멀리만 보이는 고적대 능선, 청옥산 능선이 바로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한다. 바람이 그쪽에서 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솔길에는 단풍철 낙엽이 쌓이듯이 생가지와 생잎이 수북히 쌓이고 있다. 바람이 긁어낸 것이다. 그양은 엄청나다. 바람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정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전망대에 서서 올라온 능선을 바라보면 노송이 능선을 중심으로 하나의 벨트를 이루며 일자형으로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능선길이 큰길이라면 노송은 마치 가로수처럼 한쪽능선을 따라 서 있는 것이다. 조금 위쪽에서 보니 노송의 솔잎 중 계곡쪽으로 난 솔잎끝이 유독 붉은 빛을 띠고 있는 것이 특이하게 보인다. 태백산 주목이 강풍의 피해를 입어 말라죽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곳 소나무들도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능선은 두타산에서도 가장 바람이 심한 곳이다. 남북으로 뻗은 능선이라 편서풍의 영향을 온 능선으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 때 산록을 원경으로 보고 있으면 산의 어느부분도 움직임이 정지된 곳이 없다. 산 전체가 좌우로, 상하로, 대각선을 그으며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람으로 인한 랜드스케이프의 아름다운 일부를 놓치지 않았던 것은 행운이다.
두타산 정상:
두타산 정상은 1353미터높이이다. 정상에서는 능선에서와 마찬가지로 동해시가 보인다. 한자로 두타산(頭陀山)과 아라비아 숫자로 높이를 음각한 표지석이 있다. 능선은 밋밋하고 헬기장이 있으며 바람부는 쪽으로 키작은 관목숲이 형성되어있고 동해쪽은 초본류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서쪽으로는 청옥산에서 고적대로 뻗은 능선이 아름답다. 청옥산에서 하장면으로 뻗은 큰 능선 사이에 깊은 계곡이 보이고 댓재로 가는 능선길 표지판이 보인다. 댓재는 두타산의 중턱에 난 영서-영동을 잇는 810미터 높이의 고갯길이다. 청옥산 뒤쪽인 삼척시 하장면과 고개를 넘어 영동지방을 이어주어 삼척에서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댓재에서 오를 경우 상당히 높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므로 상대적으로 쉽게 정상에 올 수 있으나 코스길이는 삼화사에서 올라오는 길보다 긴 편이다. 두타산에서 청옥산으로 가려면 높이 200여미터를 내려와서 오르락 내리락하며 능선을 타다가 청옥산 정상으로 가야한다. 두타산 정상에서 청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박달령 부근에서 조금 솟아 있을 뿐이어서 청옥산 까지는 4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청옥산으로 올라가며 깊은 활엽수림의 녹음아래 청량한 공기를 마시는 맛은 일품이다. 이곳의 녹음은 두타산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산록으로 바람맞이쪽이 아니라서 아름들이 키큰 나무들이 들어서있기 때문에 공기의 맛은 더욱 청량한듯하다. 청옥산 정상은 넓은 공터가 있고 정상에서는 아주 가까운 50여미터 남쪽으로는 석간수가 있어서 목을 축일 수 있다. 물맛이 좋으며 여름엔 시원하기 이를데 없는 생수이다. 청옥산 정상 능선으로 들어서면 활엽수는 키가 작아지고 바닥엔 무릎까지 자란 초본류가 펼쳐져 있어서 싱그런 풀내음이 진하게 난다. 청옥산에서 연칠성령으로 가려면 헬기장에서 용추폭포쪽으로 난 길로 들어가야 한다. 헬기장에서 곧장 서쪽으로 가면 능선길이 되고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비경지대인 삼척시 하장면이 된다. 정상에서 서쪽길로 들면 흰적골로 내려가는 능선이 된다. 비경지대이긴 하나 골짜기가 워낙 길어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비경지대를 답사하고 싶다면 이곳은 전혀 오염되지 않은 원시그대로의 풍치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지역임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하장면 중봉리에서 청옥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산림청에서 막아버렸기 때문에 그쪽에서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한다. 급경사를 내려가면 폭포 아래쪽에 합수점에 이르고 합수점에서 물을 건너면 보일듯 말듯 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길은 점점 희미해지거나 아주 없어지는 곳도 있어서 이곳으로 내려올 때는 유의해야 하나 새로운 계곡을 발견하는 재미는 무엇과도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안겨준다.
두타청옥산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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