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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대공황' 운운하는 진짜 이유

소한마리-화절령- 2008. 10. 6. 21:17

부시가 '대공황' 운운하는 진짜 이유

프레시안 | 기사입력 2008.10.06 19:03



[해외시각]"충격요법으로 중산층 재산 털기"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기득권을 위한 정권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정책'이라며 강변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정책이 있다. 바로 감세와 규제철폐다.

이 정책들은 적하이론(trickle down:낙수효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부자의 세금을 많이 깎아주고, 규제를 철폐하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서 모두가 나눠먹을 파이가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위기는 감세와 규제철폐의 효과는 '역수(逆水)효과'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말 진통 끝에 미 의회를 통과한 7000억 달러짜리 구제금융안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재산을 월가의 금융업체들에게 바치는 것일 뿐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4일(현지시간) < 뉴욕타임스 > 가 보도했듯, 대규모의 국민의 혈세를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매입해주는 데 쓰기 위해 평가작업에만 6주 정도 걸리는 구제금융안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구제금융안은 시급한 시장의 신뢰 위기를 진정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혹평을 받으며 의회 통과를 전후로 뉴욕증시는 물론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폭락 사태를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의 진보웹사이트 < 커먼드림스 > 는 최근 'Trickle Down Has Finally Trickled Up'이라는 칼럼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수많은 미국인들의 절망감을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로이터=뉴시스
예금자 보장액을 대폭 늘리자 법안 통과?

"로널드 레이건의 '적하이론' 경제정책이 중산층을 도태시키려는 의도를 점잖게 말한 것임을 기억할 정도로 나이든 사람들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결코 놀랍지 않다.

낙수효과로 생긴 것이 있다면 이제 다 위로 토해냈고, 노동 계층의 미국인들은 엉터리 정책의 대가를 평생 치르게 생긴 것 같다. 그 대가는 우리의 평생 저축, 우리의 집, 보다 나은 조국으로 만들겠다는 희망을 잃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다. 공화당이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을 뽑아주면 가장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성공적으로 설득한 때부터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어낸 미국인들은 이후 경제가 흔들리자 과도한 규제와 큰 정부 탓이라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독과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모기지 채권 부실과 신용카드 부실, 자동차 대출 부실이 양산됐다. 또한 이런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믿기 힘들 정도의 탐욕의 탑이 쌓아졌다가 현재 무너지고 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하원은 한차례 부결시켰던 구제금융안이 예금자 보장액을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늘리자 통과시켰다. 그 정도의 돈을 저축하고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층의 평균 순자산이 도대체 얼마인가?

이번 법안이나 의회는 방만한 대출로 현재의 사태를 불러온 근본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미국의 시민들이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향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클라인 "경제위기 내세워 사회보장제도의 기업화 추진될 것"

그런가 하면,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폭로한 < NO LOGO > 라는 저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주목받아온 나오미 클라인은 세간에 떠돌고 있는 '금융위기 조작설'을 정면으로 제기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 쇼크 독트린 > 이라는 저서에서 이번 금융위기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기업가들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했다. 7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은 일부 기업들에게 납세자의 혈세를 바치는 '특혜 덩어리'이며, 이런 특혜조치를 대국민 협박을 통해 끌어내기 위해 경제위기를 의도적으로 유도했다는 것이다.

클라인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경제위기가 단순히 대규모 구제금융 정도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하듯이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구제금융안은 실효성이 없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서 결국은 더 큰 재앙을 초래하도록 돼 있으며,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차기 행정부에서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기업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시 행정부가 '쇼크 독트린'을 곧잘 써먹고 있다는 근거로는 9.11 테러가 대표적이다. 9.11 테러 자체도 조작설이 무성하지만, 이 사태를 이라크를 침공하는 명분으로 삼기 위해 억지로 연결시킨 과정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지난 4일 미국의 유명 시사토크쇼 '스티븐 콜베어 쇼'에 출연, "그들은 자신과 동료들을 배불리게 하기 위해 충격을 사용한다"며 "이후 사람들은 점점 쇼크에 무감각해지고, 루디 줄리아니가 9.11사건 이후 퇴임한 뒤 국토안보산업에 뛰어든 것조차 신경쓰지 않게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금융 패닉 조장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

미국의 워싱턴 소재 진보 싱크탱크인 CEPR(경제정책연구의 공동소장 딘 베이커도 'The Panic-Provoking President'라는 칼럼에서 "부시가 패닉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 역사장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금융 패닉을 조장하려는 대통령은 처음"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이 전국에 방영되는 TV로 "미국이 대공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부시의 발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책임했다"면서 "정직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속에 있을 때 '우리에게 두려워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라고 말한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 폴슨 재무장관, 버냉키 FRB 의장의 협박전술은 충분한 패닉을 불러일으켰다"면서 "현재의 경제위기가 거의 전적으로 그들의 정책실패의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 패닉을 조성하려는 이런 노력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주택가격 거품을 방치해 만든 8조 달러의 거품이 현재 꺼져가고 있다"면서 "이미 4조 달러가 사라지고, 내년 중 나머지 4조 달러가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현재 경제 위기의 뿌리"라고 지적했다.

이승선/기자 ( editor2@pressi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