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무슨 죄를 지어 이렇게 사나" 폐지수집상 노인…"

소한마리-화절령- 2008. 8. 25. 18:10

폐지수집상 노인…"무슨 죄를 지어 이렇게 사나"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8.25 17:24



【춘천=뉴시스】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이리 사나 모르겠어"
25일 오전 강원 춘천시 퇴계동 음식점 앞에서 만난 김복례 할머니(가명.74)는 가게 앞에 버려진 빈박스를 주워 모아 자신의 낡은 손수레에 담은 뒤 힘겹게 일어섰다.

김 할머니는 3년전 알코올중독이던 아들을 돌보기 위해 폐지수집에 나섰지만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하다.

지금은 곁에 있던 아들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 할머니 홀로 1kg에 100원정도 되는 폐지를 팔아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 할머니는 "좋은 집에서 자식들이랑 사는 노인네들이 제일 부러워. 나같은 늙은이는 얼른 죽어야지"라며 자신의 처지가 힘겨운 듯 눈물을 내비췄다.

29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 춘천시 효자동 작은 가게 앞에서 불편한 다리를 절뚝대며 박스를 주워 나르는 안봉균 할아버지(77.가명).

1년 전 병으로 앓아 누운 할머니와 먹고 살기 위해 폐지 수집에 나선 안 할아버지는 "요즘엔 폐지 줍는 노인들이 많아 새벽 4시에 나와야 해. 이걸로 먹고사는 것도 힘들지"라며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이리 사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할머니와 안 할아버지가 하루 종일 주워모아 생기는 돈은 3000원∼1만원 정도지만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어디가서 밥 한그릇 사먹기도 어렵다.

최근 인구 고령화와 가족 해체 등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폐지수집 등을 통해 근근히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보완해 줄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25일 고물수집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폐지를 주워 팔러오는 노인들의 숫자가 2배 가량 늘었고, 폐지수집 연령대도 50~60대에서 70대의 노인층이 고령화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고물가와 고유가로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노인들의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어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사회복지기관 관계자는 "폐지를 줍는 노인분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관에서는 노인 일자리 사업 등 많은 부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장혜준기자 wshj200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