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오 칼럼] '복사골 마라톤 참가기' | ||||||||||||
안중근의사 추모 마라톤 대회에 친일전력의 조선일보라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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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오(참여와 개혁실천 부천시민사회단체협의회 공동대표)
11월의 마지막 휴일 28일 아침, 부쩍 차가워진 날씨가 약간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이왕에 마음먹고 나선 걸음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종합운동장을 향해 나섰다. 지난 주 일요일 잠실에서 열린 손기정 마라톤에서 32Km를 2시간 40분대에 완주한 뒤 충분히 몸을 정비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동네 부천에서 열리는 달리기 대회이니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안 뛸 수 없는 일이다. 길어야 10Km 코스이니 어떻게든 뛰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시간에 맞추어 대회장에 도착하니 날씨는 춥고 무언가 속을 덥힐 거리가 있겠지 하고 대회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 출구에서 어묵 국물과 커피 냄새가 찬 공기를 타고 발걸음을 이끈다. 둘러보니 이른 아침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든 행상 두어 명이 갖가지 꼬치구이와 어묵을 끓이고 있다. 아니 그런데 그 옆에는 조선일보가 이름도 선명하게 새긴 현수막을 붙이고 줄줄이 대여섯 개의 천막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현수막과 함께 청소년을 상대로 한 이른바 NIE, 즉 '신문 활용교육'을 광고하며 아침부터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조선일보의 호객행위에 동참할 수 없어 행상 아주머니가 파는 천 원 짜리 커피를 사 마셨다.
그런데 자세히 둘러보니 그뿐 아니다. 대회장 본부석 한가운데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마라톤대회'라고 쓴 커다란 현수막보다 더 높은 곳에 조선일보의 대형선전물이 굽어보고 있다. 아니 구국 항일투쟁의 영웅 안중근의사를 추모하는 대회에 대표적인 친일전력의 조선일보라니~! 대체 대회를 주관하는 부천시육상경기연맹 관계자들의 정신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더구나 대회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는 부천시 당국자들은 또 무슨 생각인가? 이번 대회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내년에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출발 시간이 다가와 낭랑한 목소리로 몸 풀기 체조를 이끄는 여성을 따라 스트레칭을 마쳤다. 둘째아들과 함께 출전한 강호정 변호사, 부천시민연합의 신종남 선배 등등 아는 분들이 눈에 띄니 반갑다. 곧이어 대회를 시작을 알리는 공식행사가 이어졌다. 지난 주 손기정 대회에서는 국민배우 장동건과 강제규, 이봉주 선수가 바로 눈앞에서 간단한 격려의 인사를 해주어서 제법 유쾌한 기분으로 레이스를 펼쳤는데 오늘은 장동건 못지않게 한 인물 하는 김만수 시장이 짧고 힘있는 격려사를 들려주어 조선일보로 약간 잡친 기분을 만회할 수 있었다. 김관수 시의회 의장 등 아는 이들이 나와서 그런가, 역시 우리 동네에서 치르는 달리기라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이들이 많은데 인천에서 온 건각(健脚) 한 사람은 줄넘기를 하며 10Km를 나를 비롯한 수많은 달림이들을 앞지르며 기를 죽인다. 나도 최선두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대열에서 뒤처지지는 않고 달리고 있지만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골인지점이 3Km 정도 남은 지점에서 속도를 내보았다. 다음 달 풀코스 첫 도전을 앞두고 10Km를 40분 초반, 즉 45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보행자들이 오가는 길이어서 마음껏 달리기는 좀 그렇지만 다른 이들도 같은 조건이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출발했던 운동장 입구가 보인다. 마지막 피치를 올려보지만 지난 주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지난 주를 핑계로 연습이 부족해서일까, 앞선 주자를 따라 잡기보다 나를 앞지르는 주자가 더 많다. 어차피 누구를 이기고 입상할 실력은 못되니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 되는 것인데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운동장에 들어서 트랙을 3/4바퀴 가량 돌면 골인이다. 남은 힘을 다해 질주한다. 숨은 턱에 차지만 발걸음은 더디다. 한 5년만 젊었으면,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드디어 골인, 시간은 44분 50초를 가리키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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