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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 매니저 "13년째 계약직… 정규직은 대졸자만 된대요"

소한마리-화절령- 2011. 7. 12. 12:58

 

패스트푸드점 매니저 "13년째 계약직… 정규직은 대졸자만 된대요"

한국일보 | 입력 2011.07.12 02:37 | 수정 2011.07.12 09:17

 




[우리 시대의 고졸] < 2 > 뿌리 깊은 차별들
시작부터 임금격차… 평균초임 대졸의 67%
1,2년 단위 계약 조건에 비정규직 못벗어나

경북 경주시에 사는 이모(32)씨는 최근 다시 백수가 됐다. 6개월 동안 다녔던 자동차부품회사를 최근 그만 둔 이씨의 최종 학력은 고졸. 다니던 회사에서 경력을 쳐줘 월급은 200만원 정도를 받았다. 하지만 정규직보다는 적게 받은 것이었고, 수당 보너스 사원복지 등 모든 것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어쩔 수 없었다.

이씨는 백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이씨는 "우리 사회는 다 똑같은 것 같다. 경영자는 우리에게 돈을 적게 주기 위해 고졸이란 딱지를 갖다 댄다"고 푸념했다.

19.2%. 교육과학기술부가'2010년 전문계 고등학교 현황'자료에 공개한 졸업 직후 취업한 전문계고 학생 비율이다. 그러나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했다고 해도 대부분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하고, 임금 승진 복리후생 등에서 대졸자들에 비해 열세에 놓이게 마련이다. 학력 인플레로 대학 진학자가 급증한 요즘 고교 졸업자들의 삶은 시작부터 험난하기만 하다.

고졸 초임은 대졸자의 67%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학력별 초임'에 따르면 2009년 고졸자들은 월 평균 137만원을 벌어 대졸자 평균(203만원)의 67%에 불과했다. 게다가 고졸자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고된 업무에 시달리느라 전문성을 키울 여유도 없었다.

국내 유명 패스트푸드 가맹점에서 13년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정모(34)씨는 직영점 매니저가 되려던 꿈을 일찌감치 접었다. 직영점 매니저만 되면 지금 받는 월급(150만원)보다 두 배는 더 받을 수 있지만 응시 자격이 대졸자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1997년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뒤 점포 관리자로 입사한 정씨는 지금까지 매년 재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이다. "하루 10시간 주6일을 일해도 초과 근무수당이 없고 휴일도 평일 중 하루에 불과했죠. 정규직 매니저라면 달랐겠죠. 이런 상황에서 무슨 대학 입학 준비를 하겠어요." 그는 고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에 혀를 내둘렀다.

지표상 임금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학력별 초임'자료에 따르면 2009년 전체 고졸자 초임을 100으로 봤을 때 대졸자는 140.4로 2002년 130.6과 비교해 차이가 커졌다.

파견직 전전하다 빈곤층 추락

답답한 마음에 고졸 노동자들은 대학 문을 두드리고 있다. 97년 고교 졸업 후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피아노 학원 강사로 일하는 한모(34ㆍ여)씨는 지난해 인근 전문대학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학부모들이 어느 음대를 졸업했냐고 물을 때마다 자격지심을 느꼈다"는 그는 "원장님이 '이젠 대학 졸업장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떠밀리듯 입학했지만 등록금이 부담"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 2년 단위로 계약하는 근로조건은 고졸자가 비정규직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고교 졸업 후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파견직으로 카드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김모(24ㆍ여)씨는 병원 간호조무사, 대학 행정조교 경험도 있다. 하지만 매번 원청업체가 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아 1년 만에 일을 그만둬야 했다. 다행히 2년 단위 계약을 연장해 총 6년의 근무가 가능한 지금 회사를 만났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끝난 건 아니다. "10년 뒤에도 파견직에 머무를까 봐 두려워요. 계약직, 정규직 전환만을 바랄 뿐이죠."

전문가들은 이들이 우리 사회의 잠재적 빈곤층이라고 경고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연구위원은 "고졸자들을 저임금 단순노동으로 내몰고 임금 등 처우에서 불공평한 대우가 계속되면 이들은 우리 사회의 신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적 인식 변화에 기반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