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회전을 앞두고 민주진보 집권과 야권통합을 위한 연합정치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민주진보 집권과 야권통합을 위한 국민운동을 추진해온 <시민주권> 모임은 긴급 운영위원 회의를 개최, 야권통합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와 위상과 역할을 달리하는 새로운 전국적 <통합추진기구>를 발족시키기로 결의했다.
<통합추진기구 제안자 모임>은 8월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적 명분과 정치적 영향력을 갖춘 전국적 통합추진기구 건설과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9월4일경 대규모 공식기구를 발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단위 조직(권역 및 중대도시별 지역기구)을 건설하고, <통합추진기구>를 확산하는 전국투어단(문성근, 조국, 남윤인순 등 공동단장)을 구성 전국순회 홍보와 조직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정치권에도 상설대화기구를 제안, 통합적 질서 구축을 위한 적극적 혁신과 변화를 촉구하는 정치활동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통합추진기구>는 민주진보 진영의 집권을 분명한 목표로 삼아 민주-진보진영 간의 연합정치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정당통합을 추진하고, 통합추진과정은 통합주체세력 형성과정이자 집권주체세력 형성과정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통합추진기구>의 우선적 역할은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 통합적 질서 구축을 위한 양보와 결단을 촉구하는 정치활동을 강화해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통합전당대회가 되도록 지도부 선출과 공약, 당론 채택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음은 이해찬(前참여정부총리) 시민주권 상임대표가 야권통합과 <통합추진기구>와 관련 지난 8월8일 한겨레신문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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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통합은 왜 해야 하나?
“2012년은 우리 사회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시기가 될텐데, 그 시기를 주도할 정치세력을 내년에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토건세력이 주도하느냐, 삶의 질을 중시하는 민주적인 세력이 하느냐에 따라 사회의 성격은 많이 달라진다.
유럽을 보면, 80년대를 어느 쪽이 주도했냐에 따라 독일, 영국, 프랑스 같은 사회로 가느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사회로 가느냐로 많이 달라졌다. 당시엔 몰랐더라도 20-30년 지나고 보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지금도 디폴트로 갈 정도로 동요하고 불안한 사회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안정된 정당체계를 통해 규모가 있는 선진국 중에 가장 안정된 사회다. 삶의 질이 아주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도 어느 쪽으로 가느냐가 내년에 정해지면 20년쯤 갈 거다. 그러므로 반드시 민주진보진영이 이겨야 한다. 그런데 민주진보진영은 87년 이후 총선, 대선에서 한 번도 연합을 해본 적이 없다. 작년 지방선거만 부분적으로 좀 했을 뿐, 경쟁만 했다. 각 진영의 힘은 적으면서 연합을 못 해서 소수파로 끝났다. 내년엔 처음으로 정치적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연합해서 민주진보진영이 향후 2013년 이후 역사의 발전을 이끌자는 게 통합의 목적이다.”
-1987년 이전으로 민주진보진영을 복원한다는 의미가 있을까?
“그 땐 지역적으로도 세력적으로도 연합을 했다. 87년 국민운동본부는 전체가 망라된 연합체였다. 그걸 그대로 복원하는 건 아니지만, 당시 군부독재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 세력이 연합해서 6월항쟁을 승리로 이끌어냈다. 이를 선거 공간에서 제 세력이 연합해서 민주진보진영이 집권하는 새로운 역사적 승리를 만들어내는 의미다.”
-야권통합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진보정당은 통합을 안 하겠다고 하는데?
“작년 지방선거부터 이번 보궐선거까지 연대가 조금 이뤄졌다. 그걸 통해서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승리할 수 있다는 데까지는 인식을 같이하는 듯하다. 일대일을 어떻게 만들거냐, 하나의 통합정당으로 만들거냐, 아니면 후보단일화를 해서 만들거냐의 방식을 놓고 이견이 좀 있다. 후보단일화를 얘기하는 쪽은 자기들이 소수파라서 단일정당을 만들면 그 당에 들어가 매몰돼 정체성 잃을 거란 우려를 하고 있고, 단일정당을 만들자는 쪽은 후보단일화만 갖고는 은평이나 김해처럼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불확실하다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
내 생각엔, 단일정당을 만드는 게 승리에 더 확실하다.
뿐만 아니라 단일정당을 통해 진보세력 30~40명이 원내에 진출하면 그건 정체성을 잃고 흡수되는 게 아니라 당을 주도하게 된다. 2013년부터 20년 동안의 우리 사회의 정치적 요구는 복지, 환경, 평화, 교육, 의료 등이 될 것이다. 삶의 질을 요구하는 쪽으로 우리 사회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산업, 경제성장, 무역, 토건 등이 주도적 가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정당으로 당선되는 진보세력 30-40명이 생기면 기존 민주당에서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주도세력이 되는 것이다.
가령, 13대 평민당 국회 때 평민련이 입당해서 10석쯤 차지했다. 평민당 의석은 전체 70석 정도로, 평민련은 7분의1 밖에 안 됐다. 그런데 한 위원회에 한명씩 들어가서, 각 위원회를 끌어갔다. 광주청문회, 환노위, 교육위 등 모두 이끌었다. 아주 열심히 하는, 준비된 30~40명이 되면 한 위원회에 2~3명씩 들어간다. 게다가 (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있다면, 표결에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고, (각 위원회에) 주도적인 사람 두 세 사람 있으면 그 당은 그쪽으로 가는 거다. 그 30~40명이 당을 주도한다. 소수로 전락해서 매몰된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150명 중에 최소 50명은 되지 않겠나. 3분의 1이다. 진보 진영도 자신감을 좀 가져야 한다. 내가 20년 정치하면서 경험을 보면, 정치도 결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하는 방향으로 주도권이 넘어간다.”
-야권통합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선거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통합이 이뤄지는 건 예비후보 등록인 12월 11일 전까지는 해야 한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각자 자기 사무실을 얻고 플래카드 내걸고 예비선거운동을 시작한다. 그 뒤에 하려면 무지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한 두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따라서 그 이전에 일대일 구도가 짜여져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민주당 통합전당대회를 열자는 것도 하나의 의견이 될 수 있겠고, 그 이전에 통합 구조를 짜놓고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여는 선통합 구도가 합의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방식은 여러가지지만 시한은 예비후보등록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야권통합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새로운 기구를 만드나? 원탁회의도 있는데? “8월 중순 통합 추진을 위한 시민단체와 민주 인사들의 모임이 첫발을 뗀다. 가칭을 통합추진모임이라고 들었는데 최종 결정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모임과 원탁회의가 서로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할을 분리해서 볼 수 있다. 원탁회의는 주로 원로들이 참여해 2013년 이후 비전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되고, 이 모임은 제 정치세력을 통합하는 걸 맡게 될 것으로 안다. (원탁회의의 이름인 ‘희망 2013·승리 2012’에서) 2013년 희망은 주로 원탁회의의, 2012 승리는 주로 통합추진모임의 몫이다.
-통합추진모임의 구체적 일정과 참여자는?
“지금 논의중이다. 8월 중순 제안자 모임을 열고 9월 초에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야권통합에 찬성하는 대부분의 시민단체와 민주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안다. 이 모임은 ‘100만 민란’ 서명자 15만명 가량을 기반 삼아 9월부터 국민운동기구를 전개하게 될 것이다. 전국 단위로 조직하려는 것이다. 이 모임이 전국 각 지역단위에서 발족할 수 있도록 독려도 하고, 지방 강연도 다닐 것이다. 부산·경남, 광주·전남, 인천, 경기남부, 경기북부 등 큰 권역별로 추진하려 한다. 여기에 힘이 실려야 각 당을 참여시킬 수 있다. 이 기구를 중심으로 민주당과도 대화하고 진보정당과도 대화해서 통합의 접점을 찾아주겠다는 것이다.”
-통합추진모임은 제3의 정치 세력인가?
“아니다. 일단 정당 사람들이 들어와 있지 않다. 실무진 워크숍을 통해 정치적 역할에 대해 내부 정리를 했다. 모임에는 통합추진 활동까지만 할 사람도 있고, 필요하다면 입당까지 해서 통합이 실질적으로 영글도록 역할을 해 줄 사람도 있다. 출마할 사람도 있지만, 많지 않다. 출마하겠다는 건 인정해주기로 했다. 제3의 정치세력은 아니고 현재 있는 세력을 통합해서 2013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좋은 정당을 하나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통합을 성사시키고 2013년 이후 공동정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할 사람들이다. 비전 2013 원탁회의가 제시하는 새로운 공동정부의 정치적 방향을 같이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원탁회의는 어떻게 돼가고 있나?
“오는 11일 내부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지난번 모임에선 충분한 토론을 못했기 때문에, 내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브레인 스토밍을 하려고 한다. 향후 어떤 입장을 가지고 활동을 어떻게 해 나갈 건가에 대해 그날 전체적으로 모여서 4~5시간 가량 집담회를 해보자는 것이다. 원탁회의의 의제는 동북아 평화체제, 보편적 복지 문제, 환경, 노동, 교육 등 2013년부터 한 세대가 지향할 정책들이다. 연정을 안 해봤기 때문에 공동 진로 모색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없었다. 정책 노선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연정해서, 속도를 낼 것이냐 하는 논의가 될 것이다.
-야권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의지와 역량이 한계를 보이는 것 같은데? “6·2 지방선거나, 4·27 보궐선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자기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된다, 어떻게든 연대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런데 최근 와서는 연대가 되면 더 좋지만 혼자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나오는 것 같다. 통합 의지가 더 강고해지는 게 아니라 산만해지는 흐름이 있다. 현 지도부는 통합해야 한다고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통합하려면,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뭘 해야 하냐를 준비해야 하는데, 준비가 가시화되지 않으니 밖으로 보여지기엔 통합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걸 촉구해야 한다. 전당대회가 본격화하기 전에 전당대회 준비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도체제는 어떻게 할거냐, 공천 방식은 어떻게 할거냐, 당 진로는 뭐냐, 의사결정구조는 어떻게 할거냐 등의 방안이 통합 정신에 반영돼야 한다. 그 준비 작업을 빨리 해야 다른 당이 이를 검토할 수 있다. 안이 없으니까 통합하자는 말은 하지만 검토할 대상이 없는 것 아닌가.
진보 세력도 9월초까지 가부간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 안 되면 각자 민주당과 단일화해야 하는데, 협상력도 떨어지고 시간도 지지부진해진다. 진보진영도 9월 초까지는 단일대오를 빨리 갖추도록 요구하고, 그렇게 되면 구체적 내용에 관한 얘기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이 부진한 이유는 뭘까?
“87년 이후 25년 동안 각각 10년씩 여야가 정치를 이끌어왔다. 결과를 놓고 보니, 대의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정당정치인데, 정당정치가 발전하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 쪽이 그랬고, 진보정당 쪽도 15년간 대중정치를 했음에도 정치적으로는 발전을 못했다. 역대 야당 가운데 현재 민주당이 최약체 야당이다.
향후 대의정치를 정당정치로 끌어가야 하는데, 좋은 정당을 만들지 못하면 이런 정치적 취약성을 극복할 수 없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좋은 정당정치가 자리를 못 잡았고, 영국, 프랑스, 독일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 정당 정치가 자리잡았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당도 나라도 발전한다.
우리는 나라는 발전하는데 정당은 발전을 못해 정치 불안이 계속된다. 이렇게 된 건 분단과 지역주의가 큰 몫을 했다. 분단에 의해 진보의 가치가 제대로 발현할 수 없는 정치적 탄압구조가 온존해왔고, 지역구도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균형이 이뤄졌다. 분단은 극복할 수 없더라도, 지역은 극복될 가능성이 90년 3당합당 이후 20년만에 처음 온 것이다. 전국 정치지형이 바뀔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기회에 지역 구도를 극복해서 전국 정당을 만들어 비전을 공동으로 모색해가는 정당정치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 점에서 내년은 매우 중요하다.”
-내년엔 총선을 먼저 치르고 대선을 나중에 치른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박근혜 대세론’을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에서 41개 의석 중에 민주진보진영이 4개를 가지고 있다. 37개가 한나라당으로, 33개 차이다. 얼마나 큰 차이냐 하면, 대구·경북을 다 합친 27개보다도 6개 많다. 부산·경남의 그런 구도 때문에 전국적인 정당 불균형이 온다.
사실 그 지역이 와이에스가 3당합당하기 전, 통일민주당이 독자적이었을 때까지는 개혁적인 진영이었다. 20년 동안 사라졌는데, 그게 복원되는 거다. 그렇게 돼야만 각 당이 전국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거점이 대구·경북으로 갇힌다. 부산·경남이 독립하는 것이다. 다 복원은 안 되지만 부분적으로 복원되면서 한나라당의 영남패권주의가 종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박근혜 대세론은 취약해진다.
-3당합당이 우리 정치를 얼마나 왜곡시켰다고 보나?
“다른 분들은 현실 정치를 안 해봐서 3당합당 이후 우리 정치가 얼마나 왜곡됐는가에 대한 실감이 덜한 것 같다. 저는 국회에서 쭉 활동하면서 3당합당 이후에 나타난 파행을 너무 많이 봤다. (국회에서 여야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이유가, 충돌해도 그 지역에서 나오는 사람은 아무 상관이 없으니 별 짓을 다 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국회 토론도 안 된다. 88, 89년 3당합당 전까지는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한번도 없었다. 단독 표결 처리도 없었다. 그 당시엔 전부 협상을 통해서 했다. 그 이후로는 협상이 없고 계속 강행처리다. 해마다 연말이면 강행처리 아닌가. 지금까지.”
-총선에서 정치지형을 바꾸면 어떤 장면이 벌어질까?
“총선 이후 19대 국회가 꾸려져 6월부터 시작하면 대선국면을 주도하게 된다. 거기서 4대강 문제니, 삼화저축은행 문제, BBK 문제 등이 다 다뤄질 것이다. 제대로 따져보자는 거다. 여소야대가 될 가능성 높다. 통합정당이든, 단일화하든 여소야대 가능성이 높아 19대 국회는 굉장히 활발한 국회가 되고, 2013년 복지, 평화 등이 반영되는 예산을 주도할 수 있다.”
-손학규 대표는 잘 하고 있다고 보나?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제1야당 대표는 전체 진영이 아니고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고유의 역할이 있다. 또 제1야당 대표는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정부를 견제하면서 새로운 비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은 두 가지 기능이 모두 약하다.
가령, 영수회담을 했으면 뭔가 성과를 얻어내던가, 안 들어줄 수 없게 야무지게 비판을 하던가 해야 한다. 옛날 김대중 전 대통령 모실 때 생각해 보면, 청와대에 가기 전에 얻어낼 것과 지적할 것을 많이 준비해서 간다. 하고 와서는 본인이 직접 브리핑한다. 뭘 얻어냈다, 뭘 지적했다 등 영수회담하고 나면 성과가 뭔가 나온다. 가령, 지방자치제를 처음으로 얻어낸 것 아닌가. 91년 지방의회 선거, 95년 자치단체장 선거에 대한 담판을 청와대에 가서 얻어낸 거다.
그런 성과가 나와야 새로운 국가에 대한 정책 비전이 제시되는 건데, 이런 거 없이 영수회담만 하니까 리더십이 안 보인다.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도 단호해야 한다. 가령, 도청사건이나 삼화저축은행 사건이나, 이런 게 발생하면 당의 명운을 걸고 싸워야 하는데 약해보인다. 그런 데서 오는 리더십의 한계가 보인다.”
-대선 후보로서 손학규라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으로선 유력한 후보다. 당대표가 된 과정을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호남으로 승리해야겠다는 열망이 반영됐다. 지금은 중요한 후보자고, 그건 틀림없다. 한나라당에서 왔다는 약점은 당내 선거와 분당 선거에서 다 털어냈다고 봐야 한다. 그럼 민주당 후보, 또 민주진영 후보로서의 자기 입장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 단독으론 안 된다고 보기 때문에 통합에 대한 추진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진보진영과도 연대가 성립할 수 있다. 통합의 당위론이 아니라 구체적 노선이나 당 운영 방식이나 공천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비공식적 자리에서 그런 요구를 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두 가지 측면을 같이 봐야 한다. 국민참여당이 김해에서 성공하지 못하면서 유시민 대표에 대한 평가가 낮아졌다. 그래서 공간이 생긴데다, 손학규 대표가 예상만큼 강한 리더십을 못 보여주니까 수요가 생겼다. 곧, 후보로서의 수요다. 또 하나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민주진보진영이 내년에 어떻게 성과를 크게 내느냐가 아주 중요한데, 여기에 문재인 이사장, 김두관 지사, 민주노동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는 점이다.
민노당과 김두관 지사는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과 친노진영이 함께 할 수 있는 고리로서의 문재인 이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수요와 기대가 나오니까 문재인 이사장이 부상한다. 지역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전국단위 대선후보로서 가치가 떠오른 셈이다.”
-권력의지가 부족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대선 후보나 대통령의 자격으로서 권력의지는 물론 굉장히 중요하다. 권력의지가 없으면 당선이 돼도 못 끌어간다. 문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자기 정치를 아직 안 해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치만 해와서 권력의지가 아직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때부터 집권, 집권 이후 탄압 과정까지를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 방어와 공격을 같이 해 본 사람이다. 권력의 속성을 잘 안다. 때문에 본인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달려있다.
문 이사장은 같이 일해보면 아주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하면 혼신을 다해서 하는 사람이다. 아직은 좀더 봐야겠지만 권력의지가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마음 먹기에 따라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권력의지가 아니라 아주 좋은 권력의지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이해찬 대표가 직접 정치에 나설 생각은 있나?
“민주진보진영은 원체 진영의 역량이 약해서 시달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조 이래 진보진영 집권한 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밖에 없다. 정조가 1800년경 돌아가셔서 210년 됐는데 진보진영이 집권한 건 10년 뿐이다. 200대 10이다. 이쪽 진영이 원체 취약하다. 저는 이쪽 진영 역량을 강화시키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정치를 할 생각은 없고 진영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일을 하려 한다. 이것(통합추진모임)도 그런 일이다. 내가 자유로우니까 민노당과 대화가 되고, 참여당도 대화가 되고, 민주당과도 대화하고, 시민사회도 대화가 된다. 어느 한쪽에 속해있으면 두루 대화하기에 옹색해서 안 된다. (정치적 재기를 한다고 알려지면) 진정성 있는 대화가 안 된다.”
-내년 총선 대선 전망은? 집권할 수 있겠나?
“내년 총선이 먼저라는 게 중요한 의미다. 총선을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따라 대선 구도가 전혀 달리 짜여진다. 총선에서 민주진보진영이 이기면 대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후보단일화가 되기 때문이다. 97년부터 지금까지 대선에선 민노당 후보들이 단일화를 안 했다. 총선에서 공동으로 이긴다는 것은 대선도 단일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연립정부가 처음으로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연정도 아니고 정책연합도 아니고 선거를 이기기 위한 연대만 해본 적이 있었을 뿐, 실질적인 연정은 안 이뤄졌다.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 공동정부를 짜면, 각자는 약한 진영들이 공동으로 진로를 같이 모색해 가는 공동정부가 만들어진다. 우리 역사상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 와서 뼈저리게 반성하는 게, 열린우리당 정부 때 총리 시절에, 민노당과 전혀 공조가 안 됐다. 차라리 우리가 145석 되고, 민노당이 10석이면 민노당 없이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 정책적 양보를 하면서 연정을 했을 것이다. 민노당도 여기(열린우리당)가 150석 넘으니까 자기들이 와봐야 몫이 없고 들러리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연정이 아니라 현실적이지도 않은 이념적 비판만 하면서 척을 지게 됐다. 한나라당보다 더했다.
현실적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전혀 안 돌아갔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면서, 차별 않고 가능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추구하는 정책을 함께 모색해야 했다. 그런데 그걸 다뤄야 할 노사정위원회가 마비돼 있었다. 조건이 연정을 하게끔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그런 조건을 만들 수 있겠다고 본다.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연대, 공동정부, 공동비전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내년에 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거의 전망이 보이지 않았는데, 김상곤 교육감 때부터 조금씩 보이면서 2년만에 많이 발전했다.”
-잘 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어려운 일이다. 다만, 민주당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이 있었다. 2008년 여름 서거 2주일 전쯤이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오셔서 땡볕에 고생한 게 큰 원인이 됐던 것 같다. 그래서 건강이 아주 나빠지셨다. 당시 저하고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이사장이 김 전 대통령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정세균 대표, 안희정 지사, 문성근 대표 등도 함께 했다.
그때 여러가지 말씀을 하시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제 오래살 것 같지 않다. 몸이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 그런데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민생경제도 무너지고, 민주주의도 무너지고, 남북관계도 무너지고, 다 무너져내려간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당신들이 해야 되는데 걱정스럽다.’ ‘통합을 해야 한다. 모든 세력이 통합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70%고 나머지가 30%니까 민주당이 70을 먹고 나머지에 30을 주겠다는 자세로 통합하려 하지 말고, 내가 70%지만 70을 내주고 30%만 먹고도 통합하겠다, 이런 자세로 해야 한다. 이건 내가 죽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이다.’
그게 결국 정치적 유언이 됐다. 얼마 안 돼 입원을 하셨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게만 하는 소리가 아니고, 모든 정치적 세력에게 하는 정치적 유언이라고 봐야 한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정권교체도 하고 이걸 다 끝내놓으신 분이 하는 걱정이었다. 모든 세력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김외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