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가난한 사람도…돈많은 사람도…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소한마리-화절령- 2011. 9. 22. 08:10

가난한 사람도…돈많은 사람도…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매일경제 | 입력 2011.09.21 17:35 | 수정 2011.09.22 07:43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서울




◆ 분노의 시대 ① ◆한국인들은 14년 만에 국가 존립 목표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조금만 더 참으면 다시 잘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제 강국 진입을 꿈꿨다. 나라가 잘살게 되면 개인도 함께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열심히 노력해도 가져가는 성과는 국민 평균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국가 목표를 '공동체 이익'에서 '개인 이익'으로 바꿔놓았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달라진 변화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본지는 1997년 4월 '매경비전코리아' 때 국민의식 설문조사와 동일한 질문을 오늘날 한국인에 묻는 방식으로 비교 분석했다.

'최우선 국가목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6명(56%) 꼴로 '삶의 질 개선'을 꼽았다. 1997년 12.9%에 불과하던 소수 의견이 14년 만에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연령과 소득별로는 30대(연령별)와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소득별)에서 삶의 질 개선을 꼽은 비율이 높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62.3%로 가장 높았고 이어 △20대 59.6% △40대 51.5% △50대 50.6% 순이었다. 소득별로는 200만원 미만이 60%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0만~400만원 미만 59.3% △500만~600만원 미만 58.7% △200만~300만원 미만 57.5% △600만원 이상 50.3% △400만~500만원 미만 49.3% 순이었다.

최인수 엠브레인 대표는 "모든 연령대에서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욕구가 공통적으로 높았다"며 "다만 본격적으로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30대와 저소득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다소 높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경제 강국 진입을 꼽은 응답자는 45.7%에서 21.8%로 급감했다. 경제 강국 진입이라는 응답은 600만원 이상(29.1%)이 가장 높았고 300만~400만원 미만(18.9%)이 가장 낮았다. 최 대표는 "300만원대 소득계층에서 경제 강국 진입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떨어졌는데 이 계층이 설문조사 대상 중 24.8%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민주화 성숙은 24.8%에서 16.7%로, 통일한국 기반 조성은 15.2%에서 4.3%로 크게 줄었다. 팍팍한 삶의 무게는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마저 사그라지게 만들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통적인 통일 지지 세력인 대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최우선 국가목표를 통일한국 기반 조성으로 꼽은 계층은 자영업자(6.6%)가 가장 많았고 대학생ㆍ대학원생(3.2%)이 가장 적었다. 이는 무직(6.1%), 경영ㆍ관리직(3.4%)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인식 변화에 경제 과제에 대한 선호도도 크게 뒤바뀌었다.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경제 과제가 무엇이냐'(복수응답)는 질문에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가 63.3%로 가장 높았고 산업구조 고부가가치화는 35.8%로 가장 낮았다. 이는 1997년 정부 부문 개혁 77%,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17%였던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당시에는 산업구조 고부가가치화라는 응답도 61%에 달했다.

국민 상당수가 정부구조 개편이나 산업구조 고부가가치는 이미 충분히 달성한 만큼 불필요한 근무시간 감축,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 완화 등 노동시장 효율성을 높이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매일경제-엠브레인 대국민 설문조사는 9월 1~6일 온라인 패널을 대상으로 2010년 인구센서스 기준 성별, 연령별, 지역별 할당을 거쳐 진행됐다. 신뢰도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0%다.

[기획취재팀 = 이진우 차장 / 이지용 기자 / 강계만 기자 /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