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들·치매 시어머니·천식 남편… 20여년 돌본 어머니의 마지막 선택
[동반 자살 시도했다가 존속살해미수 죄목으로 법정에]재개발로 갈 곳마저 잃어… 친정엄마 명의 오빠재산 탓에 정부지원금도 못 받게 돼
명의 변경 거절당하자 결심… 징역 1년 9개월 집행유예 판결
감혜림 기자 입력 2012.06.26 03:35 수정 2012.06.26 05:57
25일 오전 11시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피고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69)와 뇌성마비 장애 아들(20)을 살해하려 한 김모(46)씨. 그의 죄목은 존속살해미수. 지난 2월 서울 천호동 자택에서 시어머니와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연탄불을 피웠다. 자신도 수면제 8알을 삼키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 연탄불을 붙인 직후 마음을 돌려 남편 윤모(49)씨에게 구조를 요청해 세 식구 목숨은 건졌다.
온몸이 뒤틀려 휠체어를 탄 아들이 법정에 나타났다. 말을 못해 손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어머니가 약을 먹였을 때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손으로 귀를 잡았다. "그렇다"는 뜻이었다. "어머니가 처벌되길 원하느냐"고 물으니 왼손을 크게 저었다. "아니다"라는 의미였다. 그는 "어머니 없이 살 수 있느냐"고 묻자 온몸을 흔들었다. 피고석에 앉은 김씨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만 들썩였다.
김씨의 삶은 기구했다. 1991년 결혼해 낳은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황달에 걸렸고, 뇌성마비로 장애 1급이 됐다. 시어머니는 사고로 자식을 잃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18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 남편은 선천성 천식이 심해져 2년 전 일자리를 잃었다.
시어머니와 아들을 돌보는 일은 오로지 김씨의 몫이었다. 아들이 다섯살 되던 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20년간 아들을 업고 다녀 김씨의 허리에는 철심이 박혀 있다. 네 식구의 한 달 생활비는 김씨가 요양보호사로 버는 50만원과 시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노인연금, 아들의 장애연금을 합쳐 100만원 남짓이었다.
살던 집은 지난해 재개발이 결정돼 비워줘야 했다. 휠체어를 타는 아들 때문에 지하나 2층 이상에서는 살 수 없었다. 겨우 집을 찾아도 "중증장애인에게는 세를 줄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구청에 문의하니 "친정어머니 소유로 2억원가량의 예금이 있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업을 하는 친정 오빠가 세금 감면을 위해 재산 일부를 돌려놓은 것이다. 지난 2월 초 친정 오빠에게 "정부 지원금 받을 수 있게 재산의 소유주를 바꿔달라"고 사정했지만 거절당했다.
김씨는 "나 없으면 시어머니와 아들을 누가 거두겠나 싶어 같이 죽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언니는 "나라도 내 동생처럼 죽으려 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남편 윤씨도 선처를 바랐다.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년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조선일보]
김씨의 삶은 기구했다. 1991년 결혼해 낳은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황달에 걸렸고, 뇌성마비로 장애 1급이 됐다. 시어머니는 사고로 자식을 잃고 알코올 중독에 빠져 18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 남편은 선천성 천식이 심해져 2년 전 일자리를 잃었다.
시어머니와 아들을 돌보는 일은 오로지 김씨의 몫이었다. 아들이 다섯살 되던 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20년간 아들을 업고 다녀 김씨의 허리에는 철심이 박혀 있다. 네 식구의 한 달 생활비는 김씨가 요양보호사로 버는 50만원과 시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노인연금, 아들의 장애연금을 합쳐 100만원 남짓이었다.
살던 집은 지난해 재개발이 결정돼 비워줘야 했다. 휠체어를 타는 아들 때문에 지하나 2층 이상에서는 살 수 없었다. 겨우 집을 찾아도 "중증장애인에게는 세를 줄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구청에 문의하니 "친정어머니 소유로 2억원가량의 예금이 있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업을 하는 친정 오빠가 세금 감면을 위해 재산 일부를 돌려놓은 것이다. 지난 2월 초 친정 오빠에게 "정부 지원금 받을 수 있게 재산의 소유주를 바꿔달라"고 사정했지만 거절당했다.
김씨는 "나 없으면 시어머니와 아들을 누가 거두겠나 싶어 같이 죽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언니는 "나라도 내 동생처럼 죽으려 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남편 윤씨도 선처를 바랐다.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년 9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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