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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 기업’… 당신을 24시간 지켜보고 있다

소한마리-화절령- 2013. 3. 4. 19:34

 

‘빅브라더 기업’… 당신을 24시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일보 | 입력 2013.03.04 18:28

 
야간에 보험대리점에서 고객의 전화를 받는 일을 하는 A씨는 밤새 회사의 감시에 시달리며 사무실을 지켰다. 회사는 업무상 혼자 근무하는 A씨의 모든 통화내역을 녹음하고 움직임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또 근무시간동안 20분에 한 번씩 컴퓨터 근무점검 창을 체크해 일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여야 했다. A씨는 "20분마다 마우스 버튼을 누르려고 계속 신경을 써야 하고,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의 눈치를 밤새 살피다 보니 신경성 질환이 올 정도"라고 말했다.

보일러 수리업체에서 일하는 B씨도 회사에서 지급한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기능이 있어 업무 시간 내내 조종을 당하고 감시를 받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B씨는 "출장을 나갔다가 근처인 집에서 식사를 했더니 왜 집에 갔냐고 추궁을 받았다"며 "누구와 같이 있는지도 확인 가능한 것 같았다"고 했다.

제조업종에 근무하는 C씨는 "회사 내 CCTV를 사장이 집에서 지켜보면서 전화로 근무태도를 추궁했다"고 인권위에 상담신청을 했다. C씨는 "사장이 CCTV를 보면서 '왜 이렇게 늦게 출근하냐, 누구 어디 갔냐, 왜 이렇게 크게 웃느냐'면서 추궁해 일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직원들을 감시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CCTV 촬영, 스마트폰 위치 추적 등 노동 감시 행위에 대해 전면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스마트 기기에 의한 노동 감시 관련 상담·진정은 총 663건이 접수됐다. CCTV 등에 의한 영상정보 감시가 484건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고, GPS 등 위치정보 감시가 98건(13.8%), 지문 등 바이오 정보를 감시당했다는 건수는 77건(10.8%)이나 됐다. CCTV로 감시하면서 사측이 음성녹음 기능까지 사용한 경우도 34건이 접수됐다. 이는 녹음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25조 5항) 위반이다.

회사 측이 개인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근무하는 D씨는 인권위와 상담에서 "사측이 관계기관의 허가 없이 정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의 개인통장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며 "통화내역이나 가족 신상정보도 요구했고 이에 불응하면 퇴사 또는 고발 조치할 것이라며 공포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7년 11월 '사업장 전자감시에서 근로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령·제도 개선'을 노동부에 권고했으나 아직까지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동안 2002년 3건이었던 전자 감시 관련 상담건수는 2007년 42건, 지난해 169건으로 수직상승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미 접수된 상담·진정 사례를 토대로 이달 말쯤 전면 실태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노동 감시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인권침해를 막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