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outu.be/eUtCC5VPwBs 

아리아, 아름다운 선율이 있는 곡을 뜻하지요. 19세기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독주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현인 G선만으로 연주하도록 편곡해서 <G선 위의 아리아>로 알려진 곡,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의 두 번째 곡 ‘아리아’입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우아한 자태가 멀리서 나타나 점점 가까이 다가옵니다. 고요히 설레던 마음이 차츰 고조되고, 아득한 동경으로 승화됩니다. 바흐의 이 아리아는 숭고하고 엄숙한 사랑의 마음을 현악 합주로 노래합니다. 

바흐는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인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 관점에서 보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들을 넓은 의미의 교향곡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꼽히는 바흐, 하지만 우리에겐 어쩔 수 없이 ‘옛날 음악’으로 들리는 게 사실입니다. 그는 바이마르 시절, 맘대로 쾨텐 궁정악장에 취임했다는 이유로 한 달 동안 감옥에 가기도 했지요. 봉건적 속박을 넘어선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 음악도 ‘옛날 음악’일 수밖에요.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바흐의 ‘교향곡’ 3번 C장조라 생각하고 들어볼까요? 톤 쿠프만 지휘, 암스테르담 바로크 합주단이 연주합니다. 참고로, 바흐의 ‘신포니아’는 교향곡이 아니라 3성 인벤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http://youtu.be/bDTdPo033Bo

제1곡 서곡(00:00 ~ 07:39)은 그라베(장중하게)-비바체(생기있게)-그라베로 이어집니다. 다른 관현악 모음곡들과 마찬가지로 곡 전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분입니다. 트럼펫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첫 부분, 투티와 솔로가 빠르게 엇갈리는 푸가 부분에 이어 원래의 느린 템포로 돌아와서 마무리합니다. 오보에 둘, 트럼펫 셋, 팀파니와 현악합주로 연주하는 이 서곡은 악기 편성이 크고 음악이 당당해서 교향곡의 첫 악장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1830년 멘델스존이 이 서곡을 피아노로 들려주자 “이 위풍당당하고 화려한 곡을 듣고 있으니 멋지게 치장한 사람들의 행렬이 커다란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지요.

제2곡 아리아(07:39 ~ 12:37)는 이 모음곡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선율입니다. 춤곡 형태이긴 한데 특정한 리듬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제1바이올린의 선율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그냥 ‘아리아’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럽군요. 저음 반주부에서 이따금 대위 선율이 나타나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제3곡 가보트(12:37 ~ 16:13), 선율이 명쾌하고 리듬이 재미있는 제4곡 부레(16:13 ~ 17:29), 푸가 없이 흥겹게 마무리하는 제5곡 지그(17:29 ~ 20:25)까지, 모두 5곡으로 된 모음곡입니다.

이 곡은 바흐가 세상을 떠난 뒤 완전히 잊혀졌다가 1829년 마태수난곡과 함께 멘델스존이 발굴, 이 세상에 되살아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바흐에 대한 인식은 ‘기계적 음악가’, ‘음악적 수학자’ 정도였는데, 멘델스존의 노력으로 바흐의 위대한 전모가 비로소 알려진 것입니다. 바흐에 심취했던 알버트 슈바이처(1875 ~ 1965)는 “이 모음곡에 수록된 갖가지 춤곡들은 사라져 버린 아름답고 우아한 세계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 그것은 로코코 시대의 이상적인 음악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험악한 요즘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아름답고 우아한 세계의 모습’이 바흐의 이 아리아에서 잔잔히 펼쳐집니다. 이 곡을 찾아내고 되살려서 들을 수 있게 해 준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 용어
가보트(gavotte) : 17세기 프랑스 도피네 지방에서 발생한 춤곡. 보통 빠르기, 2박자.
지그(gigue) : 16세기 영국에서 유행한 3박자의 빠른 춤. 바로크 시대 모음곡의 마지막 곡으로 자주 쓰였다.


<필자 소개>
이채훈은 문화방송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현대사 다큐, <모차르트>, <정트리오> 등 음악 다큐를 다수 연출했고 지금은 ‘진실의 힘 음악여행’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