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1월 8일] 소통은 타협이다
정영오 경제부장 young5@hk.co.kr 입력시간 : 2014.01.07 20: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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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고 예일대학교와 소르본느대학이 함께 있는 도시. 2008년 8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를 방문했을 때 이 국가가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전 세계 초일류 문화시설과 교육기관을 열성적으로 '쇼핑'하는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동시에 '멋진 전시공간과 최첨단 대학 캠퍼스를 갖추고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만으로 과연 예술 작품과 고급 두뇌가 채워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주요 시설 개장 일정이 여러 차례 연기되고 잡음도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그런 의구심이 어느 정도 타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가발전 전략을 마치 기계를 조립하거나 건물을 짓듯이 정확한 투입과 공정관리를 거치면 설계대로 생산품이 나오는 엔지니어링과 동일시하는 '사회공학'적 사고방식의 전형을 아부다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의 성장 전략도 더 이상 과거의 성공 경험에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했고 그 해법도 준비됐으니 국민들은 시키는 대로 따라오면 된다"는 식의 리더십은 불필요한 갈등만 증폭시키고 결국 목표달성을 힘들게 만든다.
과거 600여년 동안 전세계 국가들의 부침을 꼼꼼히 비교해 그 중 지속적인 번영에 성공한 국가들의 공통점을 도출해 낸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공동 저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미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A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번영은 엔지니어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국가가 경제성장을 촉진할만한 정책을 채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나라 정치인 관료 국민이 무지해서 처방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각 사회 제도 속에서 참여자들에게 얼마나 인센티브가 주어지느냐에 따라 선택의 한계가 주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속적 번영의 핵심 요소는 그 국가가 얼마나 '포용적(inclusive)인 체제'를 갖췄느냐 이다. 번영의 과실을 나눠 갖는 계층이 폭넓을수록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계층이 많아지고 또 그만큼 슘페터가 말한'창조적 파괴'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성공한 국가에는 중앙집권적 정부가 필수적인 만큼 반대 세력과 비판적 언론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에 타협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며 소통의 전제조건은 모두가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파업을 주도해 수배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 지도부나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단식 농성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대 위원장들도 모두 국민이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앞세우며 소통할 국민의 범위를 축소한다면 그건 결코 포용적인 체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목표로 제시한 취업률 70% 달성이나,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초석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스스로 원칙에서 다소 벗어날지언정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타협이야말로 소통의 기본이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일보 신년기획 '대한민국 성장엔진 UP'에서 강조하고자 한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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