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난 소설에 미쳐 아직 쓸 이야기 많아"

소한마리-화절령- 2014. 4. 28. 19:06

 

"난 소설에 미쳐 아직 쓸 이야기 많아"

싯다르타의 삶 그린 소설 `사람의 맨발` 낸 한승원 매일경제 | 입력 2014.04.28 17:41

 
40대에 구도(求道)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쓰면서 한승원 작가(75)는 불교 공부를 뒤늦게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싶어 무릎을 탁 쳤다.

"스님들과 많이 만나고, 얼마쯤 소설을 쓰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쓰는 모든 소설적 분위기나 사상이 결국은 석가모니가 이야기해 놓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지 않은가. 2500년 전에 살았던 그 분의 생각이 오늘에 와서도 하나의 진리로 읽혀진다는 건 제게 놀라움이었어요." 그 이후 수십 년을 마음에만 품어둔 싯다르타의 삶을 그가 결국 소설로 썼다. '사람의 맨발'(불광출판사)을 펴내고 2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싯다르타가 젊은 시절에 왜 출가를 했는지 그 의미를 소설로 한번 제대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은 싯다르타를 신격화된 존재가 아니라 모든 인간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실존적 고뇌를 거듭한 인간으로 그려낸다. 평생을 온 세상의 길을 맨발로 다니며 사람의 길을 가르치다 열반한 싯다르타의 '맨발'은 그에게 슬프고도 장엄한 출가 정신의 표상이었다. 소설의 제목도 그래서 '사람의 맨발'이 됐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대학 다닐 때 읽었는데 신도로서 불교 경전을 많이 읽다보니 싯다르타는 헤세의 소설과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나만이 쓸 수 있는 싯다르타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신화적 리얼리즘'으로 읽어줬으면 좋겠다"면서 "기존의 출가 동기에 대해서 반기를 든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싯다르타가 신의 뜻에 따른 계급사회를 철폐하겠다는 혁명적인 생각으로 출가를 결심했다고 읽어낸 것이다.

소설에는 작별 연습 대목이 나온다. 싯다르타가 출가를 앞두고 자기가 살던 곳, 왕궁의 꽃에게까지 작별 연습을 하는 장면이다. 그는 자신 또한 "얼마전부터 세상과 이별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들꽃 한 송이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고 모든 것이 감동적이다. 그만큼 삶을 안타까워 하면서 더 진실되게 살려고 애쓰는 그런 골목에 내가 들어서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원효, 다산, 추사, 전봉준부터 석가모니의 삶까지 소설로 써온 그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역사 인물소설은 쓰지 않겠다"면서 "다음에 쓸 이야기가 아직 많다. 나는 소설에 미친 사람이라 왼발 디디면서 오른발 내밀 듯 늘 소설을 쓰면서도 다음 소설을 생각한다. 왠 늙은이가 글을 저리 끊질기게 쓰냐 하겠지만, 나는 살아있는 한 글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