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에서 발췌 -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부랴부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지난 2일, 해양수산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여객선 안전관리 혁신 마련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해수부와 안전행정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이상 정부), 서울대, 고려대, 인하대, 해양대, 목포해양대(이상 대학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상 연구기관), 로이드 선급, 노르웨이 선급(이상 선박검사 기관) 등이 참여했다. 이름만 살펴보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기관들이 모두 참여한 것처럼 보인다. 안심하고 맡겨도 되는 걸까?
글쎄?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금세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무형 전문가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장이나 1등 항해사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빠졌다는 이야기다. 결국 해양수산부가 가동한 태스크포스는 사실상 '탁상공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데니스 오니엘 미국 연방소방대학 학장 -
지난 2001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진 9·11 테러 당시에 사고 현장을 총지휘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바로 뉴욕 인근의 뉴저지 소방서장인 데니얼 오니엘(Denis onieal)였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직속 상관인 뉴욕 시장이 번듯이 있는데, 어째서 '한낱' 소방서장이 사고 현장을 지휘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나서지 않으면 부처간 업무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 국무총리가 나서도 시원찮은 판국이다. 그런데 소방서장이 사건을 지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감히 네가 뭔데, 우리한테 지시를 해?" 따위의 반응이 이어질 것은 뻔한 것 아닌가?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소방서장이 현장을 맡았지만 그의 지휘 아래 미 연방정부 재무성 및 경찰 등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고 사고 수습도 원활하게 마쳤다. 이는 구조 체계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고, 그와 같은 훈련을 평소에도 시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구조전문가가 현장에서 총지위를 맡고, 그 뒤를 컨트롤타워가 받쳐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中 -
그만큼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이는 구조(救助)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양수산부가 태스크포스를 가동한 이유는 여객선 안전관리 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법과 현실의 괴리만큼, 규정과 관례의 괴리는 그 격차가 엄청나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허망하리만큼 명확하게 확인한 부분이다. 현장을 아는 사람이 빠진 태스크포스가 그들만의 탁상공론으로 빠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 아닌가.
이에 대해 안영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안전공동체연구센터 소장은 "사전에 사고 유형별, 규모별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 사고가 발생하면 최단시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이 돼있어야 한다. 매뉴얼이 아무리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어도 현장에서 소통과 협력 등이 훈련으로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우왕좌왕하기 쉽다"고 꼬집었다. 너무도 지당한 말이다. 문제는 이 사실을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 <뉴시스>에서 발췌 -
지난 4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간접사과'를 하면서 "이번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관피아'를 추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신(不信)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관료제'의 생리(生理)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한 사회(의 체질)는 그리 금세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이 엄포를 놓는다고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이는 교육의 문제이고, 적어도 대통령의 솔선수범이 수반될 때 비로소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문제이다.
박 대통령이 정말 '관피아'를 추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해양수산부가 만든 태스크포스부터 바로잡길 바란다. 서류상에 존재하는 그 어디에도 없는 목소리가 아니라 현장 전문가들이 하는 '진짜'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