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안전 후진국, 뿌리부터 바꾸자] [6] 볼트값 300원 아끼려다 15명 死傷

소한마리-화절령- 2014. 5. 8. 09:58

 

[안전 후진국, 뿌리부터 바꾸자] [6] 볼트값 300원 아끼려다 15명 死傷

['小貪大失' 산업안전] 세계 일류 대기업도 잇단 産災… 일터서 매일 3명꼴 사망, OECD 최하위권

 조선비즈 | 호경업 기자 | 입력 2014.05.08 03:05

 

작년 7월 26일 오후 5시쯤 울산에 있는 삼성정밀화학 부지 내 폴리실리콘 생산공장 신축 현장. 갑자기 1400t 크기의 물탱크가 굉음(轟音)과 함께 터져 순식간에 3명의 근로자가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 초일류 기업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였다.

사고 원인은 지름 12㎜ 크기의 '볼트'였다. 경찰 조사 결과, 개당 550원짜리 고장력(高張力) 볼트를 써야 할 물탱크 이음 공사에 260원짜리 중국산 또는 360원짜리 국산 일반 볼트를 섞어 쓴 사실이 확인됐다. 2만개 볼트 가운데 4300개가 기준 미달이었다.

불량 볼트 사용으로 아낀 돈은 100만원 정도. 물탱크는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이 하도급 협력업체에 발주한 공사였다. 자재비 100만원을 아끼려다 15명의 사상자(死傷者)를 낸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 스마트폰·반도체·조선·석유화학 같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이 됐다. 하지만 산업 안전 면에서는 1970~19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들어만 현대중공업·현대제철·삼성SDS·GS칼텍스·에쓰오일 같은 세계 1등을 자부하는 대기업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연발(連發)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1091명으로 하루 3명꼴이고, 부상자를 포함한 산업 재해자는 총 8만4197명이다. 근로자 1만명당 안전사고 사망자(0.71명)는 일본(0.22명), 독일(0.18명), 영국(0.07명)보다 3~10배 정도 많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일터 안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고 말했다. '안전 불감(不感)'인 한국 산업계의 부끄러운 자화상(自畵像)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