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안 받고 죽은 유아도 천국행"

한국일보|입력2007.04.23 20:56

교황, 800년만에 교리 수정

"세례 받지 못한 채 죽은 유아들은 죄를 범하지 않았지만 원죄(原罪)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영혼은 천국이나 지옥, 그 중간 지대인 연옥도 아닌 림보(limbo)에 영원히 머물게 된다."

800년간 가톨릭 중요 교리의 하나로 계승돼온 '유아 림보(Limbus Infantum)' 개념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 '유아 림보' 개념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지시로 폐기됐다고 가톨릭 뉴스 서비스 웹사이트에 게재된 교황청 성명을 인용,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바티칸 산하 국제신학위원회(ITC)는 최근 '세례 받지 못한 채 죽은 어린 아이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내용의 '유아 림보' 개념을 수정한 보고서를 냈으며, 교황이 이를 수용했다.

'변두리'라는 뜻의 림보는 천국과 지옥, 또 인간이 죄를 씻지 못하고 죽어 머무는 곳인 연옥의 변두리에 위치한 죽은 자들의 처소를 가리킨다. 또 '유아 림보' 외에 기독교를 믿을 기회가 없었던, 의로운 사람이 머문다는 '선조 림보(Limbus Patrum)'도 있다.

가톨릭 교리는 기독교를 믿지 못한 채 죽은 사람이나 세례 받기 전 죽은 어린이의 영혼이 림보에 머문다고 주장해왔지만 교황은 추기경 시절부터 림보를 "신학적 가정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보고서는 그러나 세례가 누구나 원죄의 때를 씻어줄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신도들에게 자녀들이 세례를 받도록 지속적으로 애써주도록 촉구했다.

림보 개념은 5세기 '세례 받지 못하고 죽은 아이는 지옥에 떨어진다'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결론에서 비롯됐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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