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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갈등 리포트>中자본 '제주 훼손' vs '지역 살릴 外資'.. 평행선 갈등

소한마리-화절령- 2015. 1. 14. 16:44

<2015 대한민국 갈등 리포트>

中자본 '제주 훼손' vs '지역 살릴 外資'.. 평행선 갈등

2부. 2015 갈등 현장을 가다 - (16) 제주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 갈등문화일보|강승현기자|입력2015.01.14 14:42

中국적회사가 투자해 주도… 송악산 개발사업 싸고 충돌 환경단체·주민 등은 반대 "난개발에 천혜환경 망가져" 사업자측 "경관심의 통과… 지역 수익 증대 도움될 것"

최근 중국인들이 제주도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난개발로 인한 자연훼손을 우려하는 측과 개발 사업자 간에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투자자들이 대형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제주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게 갈등을 빚는 주요 요인이다.

14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도의 외국인 토지 취득규모는 지난 2011년 951만㎡에서 2014년 현재(9월 말 기준) 1550만6000㎡로, 불과 3년 사이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만 1조 원 이상이었다.

↑ 지난 12일 눈 덮인 한라산이 한눈에 보이는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인근 부지에서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한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임정현 기자 theos@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716만9000㎡의 땅은 모두 중국인 소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정된 리조트, 호텔 등에 5억 원 이상 투자해 분양권을 취득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투자이민제' 정책에 따라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취득할 예정인 외국인(1552가구) 역시 대부분 중국인이다. 이 같은 양상은 2013년부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중국 국적의 회사들이 추진 중인 대형 개발사업은 송악산 뉴오션타운, 헬스케어타운, 드림타워, 신화역사공원 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제주도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경관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의 경우 국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송악산의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중국 국적 기업인 신해원이 5000여 억 원을 투자, 송악산 일대 19만1950㎡의 부지에 호텔과 콘도 등 숙박시설을 짓는 리조트 건설사업이다. 사업자 측은 2014년 9월 제주도의 지적에 따라 건물의 층수와 객실 수를 대폭 줄여 경관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환경단체와 일부 도민들은 이번 개발사업이 송악산의 경관과 자연환경을 해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송악산은 개발이 금지된 오름사면 지역으로 사업자 측이 제주도의 자연환경 훼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송악산은 물론 국내 여행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올레코스도 결국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송악산은 지반이 약해 작은 진동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면서 "최근 붕괴가 진행되고 있어 올레코스도 일부 변경했는데 그곳에서 공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팀장은 "이번 사업이 허가되면 앞으로 비슷한 형태의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나타날 것"이라면서 "결국 난개발로 인해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귀포시 주민 이모(69) 씨는 "중국인들이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 때문에 제주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이번 개발사업으로 송악산이 가진 특유의 매력을 잃게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제주시 주민 김모(56) 씨도 "송악산 부근에 호텔이 들어서도 모든 시설이 다 갖춰진 리조트의 특성상 지역 주민들한테 큰 수혜가 가진 않을 것"이라면서 "올레길 관광객 덕에 그나마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은 환경단체의 주장과는 달리 이번 개발사업은 송악산의 자연환경을 거의 훼손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송악산 일대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송악산 개발사업 투자회사인 신해원의 황필주 본부장은 "국토교통부 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사업 예정지는 오름을 완전히 배제한 유원지로, 오름사면을 훼손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올레길 역시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사업으로 인해 송악산의 지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미 검증을 모두 마쳤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황 본부장은 "지난해 지역주민 입회하에 안전진단 전문기관에서 사업부지의 안정성 평가를 받았다"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특수공법을 이용해 진동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송악산 부근의 대정읍 상모2리 허재량 이장은 "송악산 주변 개발은 지난 30년간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면서 "주변에 대형 숙박시설이 전혀 없다 보니 관광객들도 잠깐 머물다 떠나는 곳에 불과했는데 사업이 진행되면 우리 마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자연훼손이란 잣대를 내세우기보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게 바로 송악산과 제주도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사업자 측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본부장은 "호텔 내에서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호텔 주변에 야시장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의 수익 증대에 힘쓸 것"이라면서 "송악산의 관광자원 활용 방안도 주민들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송악산이 훼손되면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도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난개발로 인한 자연 훼손 논란을 일축했다.

제주 = 강승현 기자 byhuman@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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