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누가 잡지를 .. 읽는구나
시사INLive 임지영 기자 입력 2015.08.01. 00:42
출판사들이 잇달아 전문잡지를 내놓았다. 최근 창간한 <악스트> <미스테리아> <스켑틱>은 각각 소설·미스터리·과학을 전문으로 다룬다. 세 매체 모두 5000~1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창간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반응이 뜨겁다. 그 외 볼만한 전문지도 소개한다. 단행본과 맞먹는 두께, 때론 그걸 뛰어넘는 깊이를 갖추었다. 무더위와 장마를 오가는 극단적 날씨에 조용히 몰입하기 좋은 잡지들이다.
<악스트>: 2900원짜리 도끼가 하려는 일
커버스토리가 가장 고민이다. 세상에는 소설가가 너무 많다. 역시 소설을 쓰는 배수아·백가흠·정용준 편집위원은 동료 중 누구를 표지에 올릴지 고심했다. 천명관 작가가 낙점을 받았다. 여러모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를 인터뷰한 정용준 작가의 말처럼, 양측(문단 안과 밖)의 바깥에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양측을 모두 아우를 만한 지점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백다흠 <악스트> 편집장은 '<악스트>가 추구하고자 하는 어젠다가 깔려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천명관 작가는 문학 전문 출판사 출신(그는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다)이지만 문단의 주류가 아니다. 대중의 인기는 높다. 소설의 독자 역시 순문학만 읽는 건 아니다. <악스트>는 그에 주목했다.
천 작가는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말했다. '한국문학은 대체로 자의식 과잉이다' '전에는 문단이 사교클럽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무슨 밀교집단 같은 분위기다' 따위 약한(?) 수위의 발언을 비롯해 '등단제도니 청탁제도니 문학상이니 다 때려치우고 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모든 걸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평가는 당연히 독자의 몫이어야 한다. (그로 인해) 누군가 문학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말을 한다면 장담컨대, 그 자는 틀림없이 나쁜 ××다. 패거리를 짓고 조직을 만들어 권력자로 군림하려는 ××가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마침 신경숙 작가 표절 건과 맞물려 화제가 되었다.
'Axt'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 나온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Axt)여야 한다.' <악스트>가 먼저 쪼개려고 하는 건 '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이다. 누군가는 '문단권력의 대안'으로 거창하게 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저 '조금 덜 지루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를 만들고도 싶었다. 소설 리뷰가 중심이고 쇼트 스토리, 일기 형식의 픽션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이 실렸다. 외국 소설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이기호·박솔뫼·김이설·최정화·전경린·김경욱·조재룡·노승영·정지돈 등 소설가를 비롯해 서평가·번역가 등이 참여했다. 청탁할 때 에세이에 가까운 서평을 주문한다. 만드는 사람 역시 문학평론가가 아니라 소설가 중심이다.
가격은 2900원. 셈을 하면 적자다. 무형의 수지가 있다. 백다흠 편집장은 '은행나무가 문학 출판사로서는 일종의 후발 주자라는 느낌이 있는데, 거듭나기 위해 이런 잡지를 내보는 건 나쁘지 않은 시도다'라고 말했다. 초판 5000부가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고 5000부를 더 찍었다. 단행본을 만들면서 잡지 편집장 노릇까지 하는 그는 '아주 버겁다고 적어달라'고 말했지만 즐거운 비명으로 들린다.
<스켑틱>: 아직도 혈액형을 믿니?
3월 창간한 <스켑틱>은 한 달 만에 정기구독자를 1500명이나 모았다. 연간 목표 1000명을 금세 넘겼다(현재는 약 2000명이다). 창간호가 1만 부 가까이 나갔다. 출판사가 가장 놀랐다. 바다출판사가 내는 책 중 과학서의 비중은 30~40%. 초판 3000부도 소화하기 벅찬 게 현실이다. 하물며 전문 잡지라니, 기대하지 않았다. 독자의 35%가량이 의사로 파악된다. 전문직 40대 남성이 많다. 특히 남성 독자가 70%다. 독자의 반응 중 '1년에 네 번이라도 제정신 박힌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싶다'라는 리뷰가 인상적이었다. 워낙 '아니면 말고' 식의 허황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합리적 사고'에 대한 욕구가 강렬했던 것 같다.
잡지 첫 장, 창간이념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스켑틱은 우리를 미혹하는 것들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태도를 말한다.' <스켑틱>은 1992년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 과학 잡지다. 설명에 따르면 잡지를 만드는 스켑틱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과학적 회의주의를 추구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총, 균, 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이 편집위원이다.
바다출판사 김인호 대표가 영문 잡지를 구독해 읽다가 너무 어려워 한국어로 번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출간까지 이어졌다.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번역에 공을 들였다. 과학 대중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서선행 바다출판사 홍보팀장은 '무슨 책을 읽었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전제 아래,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창간호에서는 다중우주설, 시간여행 회의론과 그에 대한 반론 등을 다뤘다. 이 밖에도 '혈액형 성격론'의 비과학성에 대한 글, 회의주의라는 말의 역사 등 기존 인문학 독자들도 흥미로워할 만한 주제가 많다. 지난 6월 나온 제2호에서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효과, 음모론의 패턴, 테러리즘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 등을 다뤘다.
잡지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이다. 과학책 읽는 일반 독자들이 리뷰를 올리고 그것이 페이스북으로 공유되면서 독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들 중에는 '민간요법의 비과학성' 같은 주제를 언제 다루느냐고 문의하는 이도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20년 된 잡지다. 과거에 나온 이슈 중에서도 유의미한 글을 번역해 싣는다. 창간호에 실린 '회의주의란 무엇인가'란 글이 <스켑틱>이 말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에 대해 설명해준다. '모든 회의주의에는 긍정적인 태도가 깃들어 있다. 회의주의적인 논변에 인류의 모든 지식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전적인 확신 같은 것 말이다.'
<미스테리아>: 이 장르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기시감이 든다.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이 있었다(2007년 창간).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2년 만에 휴간했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은 당시 에디터였다. '실패의 원인이 분명했다. 핵심 독자가 너무 적은 데다 마케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SF, 호러 등을 빼고 미스터리에만 집중하되, 좀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장르문학 독자는 언제나 소수다. 그나마 팔리는 건 일본 미스터리 정도인데 거기도 포화 상태다.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게 난국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 <판타스틱>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 속도가 눈에 보이고 투자와 관심이 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중적 소구력을 가진 작가를 발굴해 한국 미스터리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미스테리아'는 미스터리와 히스테리의 합성어로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쇄 2000부에서 시작해 4쇄를 찍었다. 5000부 정도 나간 셈이다. 창간호에 실린 '2015 한국 미스터리의 현주소' 대담을 보면 미스터리 작품이 나오면 무조건 사는 독자가 800~1000명 선이다. 여성이 더 많다. 분야를 막론하고 문화계에서 적극적으로 즐길 거리를 찾는 건 여자 쪽이다. 30~40대 남성 독자는 거의 없다. 이들은 자기 계발서나 역사서를 읽는다. 출판계에서는 미스터리 소설의 경우 1000~2000명 독자를 타깃으로 마케팅한다. 적은 독자층이나마 정확하게 겨냥하는 방식이다. <미스테리아>를 만든 엘릭시르 역시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다.
SF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데는 거리낌이 없는데 소설은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웹툰 등의 소재도 잡지에 끌어들였다. 단편소설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 현재 한국 미스터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성향과 스타일이 다른 작가를 배치했다. SF 소설을 주로 써온 배명훈 작가의 <배신하는 별>, 현직 판사이자 추리소설가인 도진기의 <구석의 노인>, 김서진의 <신드롬>, 추리소설가 송시우의 <누구의 돌> 등이 실렸다. 어렵지 않게 '쓱' 읽히는 작품을 실을 예정이다.
공들인 코너로는 '미싱링크(Missing Link)'가 있다.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가상 계보'를 그린다. 한국의 순문학 단편 중에도 미스터리 요소를 가진 작품이 있다. 박해천 교수(동양대)가 최인석·박완서 등 순문학 작가를 끌어들여 상상의 계보를 만들었다.
편집자 편지에 쓰인 말이 인상적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사적, 공적(심지어 국가적) 차원으로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던 범죄와 탐욕스러운 현대사가 뒤엉킨 한국이라는 토대에서, 미스터리라는 장르로서만 가능한 방식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한국 미스터리의 토대가 약하다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각하면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디자인 평론>-디자인 전문지, 연간지
최범 디자인 평론가가 엮은 디자인 비평지. 1999년 <디자인 문화비평>과 <디자인 텍스트>가 연달아 만들어지면서 디자인 비평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2000년 들어 '디자인 서울' 등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오히려 그 의미는 쪼그라들었다. '지금 한국 디자인에 필요한 건 구호가 아니라 성찰이고, 성찰을 수행할 비평'이라는 진단 아래 지난 6월 창간했다. '성찰적 디자인' 특집에서는 '세월호와 디자인 서울' '현실 디자이너의 깨달음' 같은 글을 통해 한국 디자인을 되돌아본다. 경성부민관이라는 한국 디자인사의 한 장면, 한글의 풍경도 다룬다.
<바이오그래피>-인물 전문지, 격월간지
한 호에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인물 전문잡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창간호에서 다룬 이래 김부겸·심재명·이문열을 차례로 담았다. 인물 인터뷰뿐 아니라 지난 삶, 철학, 관심사, 결정적 순간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사진, 그림, 그래픽 노블까지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도 흥미롭다. 한 호를 읽고 나면 그 인물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픽 노블>-그래픽 노블 전문지, 월간지
그래픽(Graphic)과 노블(Novel)의 합성어,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 그래픽 노블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래픽 노블 작품 하나를 중심에 놓고 그에 대해 소개하는 잡지다. 작품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 시대 상황, 작가의 철학, 그에 영향을 준 문화에 대해 다룬다. 그간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의 <내 눈 안의 너>,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록인 <쥐>, 한국에서 화제가 된 캐릭터 '무민' 등에 주목했다.
<boon>-일본 문화콘텐츠 전문지, 격월간지
RHK 출판사의 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가 발행하는 일본 문화콘텐츠 종합잡지. BOON은 '유쾌한' 이라는 뜻을 가진 말로 '文化'의 일본어 음독인 '분카'에서 '분(bun)'이라는 발음만 차용했다. 일본 문화에 대해 정확하고 심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주목받는 작가, 소설, 일본 지역 탐방, 드라마 리뷰 등이 실려 있다. 그간 히라노 게이치로, 다나카 신야, 미야자키 하야오, 다자이 오사무 등의 작가를 조명했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악스트>: 2900원짜리 도끼가 하려는 일
커버스토리가 가장 고민이다. 세상에는 소설가가 너무 많다. 역시 소설을 쓰는 배수아·백가흠·정용준 편집위원은 동료 중 누구를 표지에 올릴지 고심했다. 천명관 작가가 낙점을 받았다. 여러모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를 인터뷰한 정용준 작가의 말처럼, 양측(문단 안과 밖)의 바깥에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양측을 모두 아우를 만한 지점을 갖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백다흠 <악스트> 편집장은 '<악스트>가 추구하고자 하는 어젠다가 깔려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천명관 작가는 문학 전문 출판사 출신(그는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다)이지만 문단의 주류가 아니다. 대중의 인기는 높다. 소설의 독자 역시 순문학만 읽는 건 아니다. <악스트>는 그에 주목했다.
↑ ⓒ시사IN 이명익 : 출판사들이 낸 전문잡지. 왼쪽부터 엘릭시르의 <미스테리아>, 은행나무의 <악스트>, 바다출판사의 <스켑틱>.
'Axt'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 나온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Axt)여야 한다.' <악스트>가 먼저 쪼개려고 하는 건 '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이다. 누군가는 '문단권력의 대안'으로 거창하게 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저 '조금 덜 지루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를 만들고도 싶었다. 소설 리뷰가 중심이고 쇼트 스토리, 일기 형식의 픽션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이 실렸다. 외국 소설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이기호·박솔뫼·김이설·최정화·전경린·김경욱·조재룡·노승영·정지돈 등 소설가를 비롯해 서평가·번역가 등이 참여했다. 청탁할 때 에세이에 가까운 서평을 주문한다. 만드는 사람 역시 문학평론가가 아니라 소설가 중심이다.
가격은 2900원. 셈을 하면 적자다. 무형의 수지가 있다. 백다흠 편집장은 '은행나무가 문학 출판사로서는 일종의 후발 주자라는 느낌이 있는데, 거듭나기 위해 이런 잡지를 내보는 건 나쁘지 않은 시도다'라고 말했다. 초판 5000부가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고 5000부를 더 찍었다. 단행본을 만들면서 잡지 편집장 노릇까지 하는 그는 '아주 버겁다고 적어달라'고 말했지만 즐거운 비명으로 들린다.
<스켑틱>: 아직도 혈액형을 믿니?
3월 창간한 <스켑틱>은 한 달 만에 정기구독자를 1500명이나 모았다. 연간 목표 1000명을 금세 넘겼다(현재는 약 2000명이다). 창간호가 1만 부 가까이 나갔다. 출판사가 가장 놀랐다. 바다출판사가 내는 책 중 과학서의 비중은 30~40%. 초판 3000부도 소화하기 벅찬 게 현실이다. 하물며 전문 잡지라니, 기대하지 않았다. 독자의 35%가량이 의사로 파악된다. 전문직 40대 남성이 많다. 특히 남성 독자가 70%다. 독자의 반응 중 '1년에 네 번이라도 제정신 박힌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싶다'라는 리뷰가 인상적이었다. 워낙 '아니면 말고' 식의 허황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합리적 사고'에 대한 욕구가 강렬했던 것 같다.
잡지 첫 장, 창간이념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스켑틱은 우리를 미혹하는 것들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태도를 말한다.' <스켑틱>은 1992년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 과학 잡지다. 설명에 따르면 잡지를 만드는 스켑틱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과학적 회의주의를 추구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총, 균, 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이 편집위원이다.
바다출판사 김인호 대표가 영문 잡지를 구독해 읽다가 너무 어려워 한국어로 번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출간까지 이어졌다.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번역에 공을 들였다. 과학 대중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서선행 바다출판사 홍보팀장은 '무슨 책을 읽었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전제 아래,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창간호에서는 다중우주설, 시간여행 회의론과 그에 대한 반론 등을 다뤘다. 이 밖에도 '혈액형 성격론'의 비과학성에 대한 글, 회의주의라는 말의 역사 등 기존 인문학 독자들도 흥미로워할 만한 주제가 많다. 지난 6월 나온 제2호에서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효과, 음모론의 패턴, 테러리즘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 등을 다뤘다.
잡지가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이다. 과학책 읽는 일반 독자들이 리뷰를 올리고 그것이 페이스북으로 공유되면서 독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들 중에는 '민간요법의 비과학성' 같은 주제를 언제 다루느냐고 문의하는 이도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20년 된 잡지다. 과거에 나온 이슈 중에서도 유의미한 글을 번역해 싣는다. 창간호에 실린 '회의주의란 무엇인가'란 글이 <스켑틱>이 말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에 대해 설명해준다. '모든 회의주의에는 긍정적인 태도가 깃들어 있다. 회의주의적인 논변에 인류의 모든 지식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전적인 확신 같은 것 말이다.'
<미스테리아>: 이 장르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기시감이 든다.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이 있었다(2007년 창간).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2년 만에 휴간했다.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은 당시 에디터였다. '실패의 원인이 분명했다. 핵심 독자가 너무 적은 데다 마케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SF, 호러 등을 빼고 미스터리에만 집중하되, 좀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장르문학 독자는 언제나 소수다. 그나마 팔리는 건 일본 미스터리 정도인데 거기도 포화 상태다.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게 난국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 <판타스틱>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 속도가 눈에 보이고 투자와 관심이 있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중적 소구력을 가진 작가를 발굴해 한국 미스터리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미스테리아'는 미스터리와 히스테리의 합성어로 미스터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쇄 2000부에서 시작해 4쇄를 찍었다. 5000부 정도 나간 셈이다. 창간호에 실린 '2015 한국 미스터리의 현주소' 대담을 보면 미스터리 작품이 나오면 무조건 사는 독자가 800~1000명 선이다. 여성이 더 많다. 분야를 막론하고 문화계에서 적극적으로 즐길 거리를 찾는 건 여자 쪽이다. 30~40대 남성 독자는 거의 없다. 이들은 자기 계발서나 역사서를 읽는다. 출판계에서는 미스터리 소설의 경우 1000~2000명 독자를 타깃으로 마케팅한다. 적은 독자층이나마 정확하게 겨냥하는 방식이다. <미스테리아>를 만든 엘릭시르 역시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다.
SF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데는 거리낌이 없는데 소설은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웹툰 등의 소재도 잡지에 끌어들였다. 단편소설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다. 현재 한국 미스터리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성향과 스타일이 다른 작가를 배치했다. SF 소설을 주로 써온 배명훈 작가의 <배신하는 별>, 현직 판사이자 추리소설가인 도진기의 <구석의 노인>, 김서진의 <신드롬>, 추리소설가 송시우의 <누구의 돌> 등이 실렸다. 어렵지 않게 '쓱' 읽히는 작품을 실을 예정이다.
공들인 코너로는 '미싱링크(Missing Link)'가 있다.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가상 계보'를 그린다. 한국의 순문학 단편 중에도 미스터리 요소를 가진 작품이 있다. 박해천 교수(동양대)가 최인석·박완서 등 순문학 작가를 끌어들여 상상의 계보를 만들었다.
편집자 편지에 쓰인 말이 인상적이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사적, 공적(심지어 국가적) 차원으로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던 범죄와 탐욕스러운 현대사가 뒤엉킨 한국이라는 토대에서, 미스터리라는 장르로서만 가능한 방식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한국 미스터리의 토대가 약하다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각하면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최범 디자인 평론가가 엮은 디자인 비평지. 1999년 <디자인 문화비평>과 <디자인 텍스트>가 연달아 만들어지면서 디자인 비평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2000년 들어 '디자인 서울' 등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오히려 그 의미는 쪼그라들었다. '지금 한국 디자인에 필요한 건 구호가 아니라 성찰이고, 성찰을 수행할 비평'이라는 진단 아래 지난 6월 창간했다. '성찰적 디자인' 특집에서는 '세월호와 디자인 서울' '현실 디자이너의 깨달음' 같은 글을 통해 한국 디자인을 되돌아본다. 경성부민관이라는 한국 디자인사의 한 장면, 한글의 풍경도 다룬다.
한 호에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인물 전문잡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창간호에서 다룬 이래 김부겸·심재명·이문열을 차례로 담았다. 인물 인터뷰뿐 아니라 지난 삶, 철학, 관심사, 결정적 순간 등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사진, 그림, 그래픽 노블까지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도 흥미롭다. 한 호를 읽고 나면 그 인물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픽(Graphic)과 노블(Novel)의 합성어,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 그래픽 노블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래픽 노블 작품 하나를 중심에 놓고 그에 대해 소개하는 잡지다. 작품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 시대 상황, 작가의 철학, 그에 영향을 준 문화에 대해 다룬다. 그간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의 <내 눈 안의 너>,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록인 <쥐>, 한국에서 화제가 된 캐릭터 '무민' 등에 주목했다.
RHK 출판사의 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가 발행하는 일본 문화콘텐츠 종합잡지. BOON은 '유쾌한' 이라는 뜻을 가진 말로 '文化'의 일본어 음독인 '분카'에서 '분(bun)'이라는 발음만 차용했다. 일본 문화에 대해 정확하고 심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주목받는 작가, 소설, 일본 지역 탐방, 드라마 리뷰 등이 실려 있다. 그간 히라노 게이치로, 다나카 신야, 미야자키 하야오, 다자이 오사무 등의 작가를 조명했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상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인찍힌 '친일 기업' 이미지에 전전긍긍 (0) | 2015.08.14 |
---|---|
토마토로 만든 비빔국수, 스파게티 맛이 납니다 (0) | 2015.08.03 |
그리스는 빙산의 일각..빚더미에 신음하는 지구 (0) | 2015.07.20 |
그리스 정부와 월가의 '어두운 거래' 비극의 씨앗이었다 (0) | 2015.07.08 |
10원 짜리 만 개를 월급으로 지급..서러운 알바생 (0) | 2015.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