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논란의 오해와 진실 |
윤 지 관 (덕성여대 교수, 문학평론가) |
작가 이응준이 「전설」의 일부 구절의 표절혐의를 빌미로 신경숙을 ‘상습 표절작가’로 고발한 후, 문단 일각과 언론의 비난이 여론재판으로 비화되면서 한바탕 광풍이 일었다. 한국을 대표하던 작가는 순식간에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절도범인 양 매도되고, 한국문학에 지대한 기여를 한 출판사들은 ‘돈만 밝히는’, 한 일간신문 사설의 표현으로는 ‘무한상업주의’의 죄목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아직도 그 여파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셰익스피어, 괴테, 브레히트도 표절 작가인가? 마녀사냥식의 과잉비난이 이처럼 난무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언론의 선정주의가 져야 할 것이다. 이응준의 고발이 나오자마자 언론들은 별 검토도 없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서 여론재판을 주도하고 나섰다. 조금만 살펴보았다면 비록 문제된 구절이 표절이더라도 ‘상습적’이라는 비난은 추정에 불과함을 알았을 터이고, 더 신중했다면 일부 문장의 차용만으로 전체 작품을 표절작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을 법하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목소리에는 귀를 닫다시피 하고, 한사코 작가의 이실직고와 출판사의 사과만 요구하였다. 선대 작가들이 조성한 표현의 바다를 벗어날 수 없어 물론 애초 작가나 출판사의 미숙한 대응 탓에 증폭된 면도 있겠지만, 그것이 이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 문학에서 흔히 쓰이는 정당한 차용조차 표절로 단죄하는 좁은 시각이 문단과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이 엄연한데 남의 표현을 허락 없이 사용하면 도적질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식이다. 그러나 언어표현의 소유권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작가마다 자기의 표현에 특허를 걸어두면 어떻게 되겠는가? 문학은 그 순간 죽을 것이다. 언어란 만인공유의 것이고 어떤 작가든 선대작가들이 조성한 광대한 표현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기만의 표현도 추구해야겠지만 기존의 표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활달함도 필요한 것이 창작이다.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지 다시 물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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