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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본사는 고성장..점주는 제자리

소한마리-화절령- 2015. 11. 16. 23:05

편의점, 본사는 고성장..점주는 제자리

담뱃값이 매출 증가 주도..마진 적고 수수료·세금 떼면 '허탈'경향신문 | 조형국 기자 | 입력 2015.11.16. 21:03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0)는 지난 9월 총 3700만원어치 물건을 팔았다. 판매금액은 1년 전보다 약 400만원 더 올라 하루 평균 15만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김씨가 본사로부터 받은 정산금은 약 53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80만원 가까이 줄었다. 김씨는 “매출이 올라도 정산금은 똑같거나 더 낮아져 점주 매출은 잘해야 조금 늘고 보통이면 제자리, 못하면 뒷걸음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인근에 경쟁점이 입점한 경기도 수원의 편의점주 김모씨(39)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씨는 “정산금이 150만~200만원 줄었다”며 “7~9% 마진이 남는 담배가 많이 팔려도 30~50% 마진이 남는 다른 제품 판매가 떨어지면서 실제로 남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매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편의점주들은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5년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지난 9월 편의점업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 늘었다. 담뱃값 인상으로 지난 1월에만 주춤했던 판매액 증가세는 3월부터 전년 대비 20%대를 회복해 5월부턴 매달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30% 늘어난 매출액’과 ‘100만원 이상 줄어든 정산금’ 사이엔 ‘담뱃값 인상’이 있다. 편의점 매출 증가는 담뱃값 인상이 견인했다. 지난 9월까지 ‘담배 등 기타 항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47.1% 올랐다.

매출 증가세가 저조했던 1~2월을 제외하면 평균 증가율은 58.7%였다.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담배 매출액은 편의점 전체 매출액 35% 수준이었으나 올핸 평균 42.5%를 차지했다.

하지만 늘어난 담배 매출이 점주들의 실수익 증대로는 잘 이어지진 않는다. 담뱃값이 오르면서 마진율이 조정됐고,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0%로 일괄 적용되던 담배 마진율은 올해 초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7~9%로 하향 조정됐다. 마진율 7.56%가 적용되는 디스플러스 한 값(가격 4100원)을 팔면 이윤의 35%는 본사가 가져가고 부가세 372원을 제하면 183원이 점주 손에 떨어진다. 소비자가 카드로 계산하면 카드 수수료 1.3%가 적용돼, 점주는 129원을 받게 된다.

담배와 다른 물품을 함께 사던 소비행태가 바뀐 점도 수익 감소에 크게 작용했다. 수원 편의점주 김씨는 “담배를 사던 손님들이 음료·과자 등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같이 사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담배를 제외한 제품군의 매출이 많이 줄었다”며 “담배를 많이 파는 데 비해 다른 물건 판매가 줄어 정산금은 감소했다”고 했다.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매장 사정에 따라 40만~60만원 정도 담배로 인한 수익 증대가 있었던 매장도 있으나 30%씩 늘어난 전체 매출이 편의점주의 수익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담뱃값 인상의 대부분을 세금이 차지하고 남는 수익을 본사와 점주가 나눠갖는 구조에서 점주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