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3대 거품(1) | ||||
문제는 괜찮은 일자리 관념에 끼인 거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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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는 틈틈히 NHK대하드라마 '료마전(龍馬伝)'을 봤습니다. 그 동안 6~7편을 본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2010년 1월 3일부터 11월 28일까지 NHK가 일본 전역에 방영한, 48편(4부작) TV드라마네요. (아직 안 본게 수십 편이 더 있다하니 좋습니다.) 20대였던 1980년대는 러시아, 중국 혁명에 관심이 많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대처, 레이건, 토니블레어, 슈뢰드의 보수, 진보 혁신 시도에 관심이 많았는데, 2010년대 들어서는 일본 메이지 유신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메이지 유신은 보면 볼수록 대단한 성취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비슷한 도전을 받은 19세기 조선이 일본과 전혀 다른 길을 갔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과 메이지 유신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남북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조선 사회의 구조, 특징, 개혁개방의 실패, 좌절을 천착하다가 생긴 것 같습니다. 글이 아니라, 당시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시각적으로 엿보게 하는 드라마를 보니 인상 깊은 것이 참 많습니다. 상급 사무라이와 하급 사무라이의 극심한 갈등, 번 경계를 넘어 여행할 때는 영주의 허락(통행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 조선 선비와 사무라이가, 서당과 (검도)도장이 거의 같은 반열이라는 것, 일본은 우리와 달리 가족이 식사를 해도 큰 밥상에 둘러 앉지 않고 개인 별로 분리된 작은 밥상을 받는 다는 것, 발달된 서찰 문화, 당시 일본의 세계 정세에 대한 넓은 안목 등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다시금 영상으로 확인하니 일본의 물질적, 문화적 내공을 절감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조선 사회 또는 조선 서당이 문과 무(힘, 폭력)를 중시하는 비율이 9대 1이라 10대 0이라면, 일본 사회는 2대 8이나 3대 7 정도로 무(힘, 폭력)를 중시해 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총포의 위력이 확인된 지, 근 250여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칼과 무도를 엄청 중시하는 문화는 지금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의 하나 입니다. 일본이 흑선에 충격을 받은 것은 일본 사회를 운영하는 핵심 원리가 '도'나 '천하위공'이 아니라 '힘(무력)'이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무력이 강하기에, 당시 일본의 사고 방식과 문화에 의하면 침략은 필연으로 받아들여 진 듯 합니다. 아무튼 힘을 존중하고 숭상하면 공리공담에 빠지지 않습니다. 실력주의, 실용주의가 몸에 배이게 되어 있습니다. 사회의 운영 원리가 폭력적이기에 서세동점의 정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듯 합니다. 또 이것이 패전 이후 원폭을 투하한 미국에 대한 극단적인 반감을 가지지 않고, 미일 동맹을 유지하는 이유인 듯 합니다. 반대로 이것이 한일 관계를 뒤틀리게 하는 정서적 이유 인 듯 합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사무라이 보다 아래 신분인 상인과 상공업에 대한 존중 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사회는 불경죄로 목을 치고, 할복을 강요 할 정도로 엄격한 위계와 형벌이 흐르고, 통행증에 의해 사람 이동을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번의 관료 역할을 했던 사무라이들이 상공업자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당시 조선은 사소한 죄목으로 사람을 잡아 가둬서 재산을 빼앗는 일이 많았습니다. 에도 시대 일본은 신분에 상관없이 사유재산권이 확실히 보장되고, 번 경계를 넘는 상거래가 활발했고, 결제수단인 화폐도 많이 유통되고, 신용 거래 역시 담보하는 장치가 튼실했고, 장사를 존중하는 사상이념도 보편화, 내면화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장사는 자급자족적 농업공동체에서는 대체로 남을 속이는 행위로 간주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제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료마전의 기본 갈등 구도의 현대 한국판이었습니다. 즉 드라마의 기본 구도는 낡은 철학, 가치, 수단(칼)으로 '양이'를 하려는 세력과 서양 오랑캐들의 발달된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양이'를 하려는 료마 등 동도서기파(?)의 갈등 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주류 정치사회 세력(1당, 2당, 3당, 4당)의 철학, 가치, 정책과 현실인식이 일본 근대화(메이지 유신)의 발목을 잡던 세력과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개혁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는 ‘존왕양이’ ‘동도서기’같은 슬로건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제가 파악하는 현재 대한민국은 격차사회, 양극화 사회가 아니라 합법적 약탈사회, 지대추구 사회 입니다. 사회의 근간인 인센티브와 거버넌스 구조가 너무나 왜곡되어 있습니다. 청년에게 최악의 고용체제 입니다. 그런데 4.13 총선을 통해 등장한 1당, 2당, 3당, 4당의 철학, 가치, 정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어 보입니다. 심각한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저성장 문제와 주력산업의 미증유의 위기도 타개할 수 없고, 제4차산업혁명이 몰고오는 기회도 살릴 수 없고, 위기를 회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4.13 총선으로 결말이 난 대회전 기간에 이런 문제의식과 담대한 대안을 논쟁 거리조차 만들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앞으로 지겹게, 곁가지 잡고 삐약거리는 장면을 숱하게 볼 듯 합니다. 바로 이것이, 출마도 낙천도 낙선도 안한 제가 깊은 내상을 입은 이유 입니다. 이것이 지난 5월 내내 뉴스레터 하나 발행하지 못한 이유 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40대 10년(2006년~2016년) 동안,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해 추구해온 진보의 이념정책적 혁신운동의 보잘것없는 성과에 대한 성찰과 모색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짧게 잡아 10년 길게 잡아서 20년에 걸친 운동의 성찰과 모색이 한 달 안에 끝날 일도 아니고, 개인적 사색만으로 될 일도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길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중간 중간 사색과 공동 모색의 중간 결과물을 글로서 공유하려고 합니다. ----------------------------------------------------------------------- 거품과 절벽, 붕괴와 추락 거품과 절벽에 대한 아우성이 사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가격 거품, 소비 거품(명품소비, 과소비), 학력 거품, 수출(경쟁력) 거품, 명성 거품과 인구 절벽, 소비 절벽, 청년고용 절벽, 중장년 퇴직자의 소득 절벽, 승진 절벽 등. 그러고 보면 한국인의 삶과 한국 사회 자체가 거대한 거품 위에 올라 앉아 급격한 추락의 공포에 떠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거품과 절벽 문제는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바뀌면서 급부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지속가능하지 않는 요구, 기대, 시스템이 마침내 어떤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저성장이 거품과 절벽을 낳은 것이 아니라, 거품이 저성장을 초래한 것처럼 보인다. 어쨌든 거품과 절벽 혹은 급격한 붕괴와 추락 징후는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드리워 투자, 생산, 소비를 더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여 낮은 성장률을 더 낮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거품은 통상 정상적인 시장 가격과 이상 과열된 시장 가격(초과 수요)의 차이를 말한다.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른 요구, 기대, 가격, 비용, 평가, 명성 혹은 지나치게 상향, 확장, 팽창된 권리, 이익, 혜택 등도 거품이다. 거품은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 혹은 큰 지대(초과이익)를 노린 과잉, 위험 투자의 산물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거품이 가장 빈번하게 끼는 재화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치 않은 부동산, 증권, 농산물 등이다. 한국에서는 특별히 학력(학위)에도 거픔이 많이 끼여있다. 조선 왕조로부터 면면히 내려오던 학력, 학벌 우대, 고시(과거시험, 고등문과시험, 고등고시 등)를 거친 관료 우대의 전통과 산업화, 민주화의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교육 입국—고학력자 우대, 저학력자 배제와 차별--전략 때문일 것이다. 창업, 취직, 투기 한국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계층 상승 사다리는 창업〮장사, 좋은 직장•직업, 부동산 투자(투기)다. 교육(학력•시험)은 창업〮장사와 취직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보증수표로 여겨져 왔다. 금수저에게는 상속이라는 통로도 있으나 대다수 서민•중산층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창업 역시 적지않은 자본, 능력과 무엇보다도 큰 행운이 따라야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2014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통계청, 2015.12.23발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0.1%, 3년 생존율 38.2%, 5년 생존율은 29.0%에 불과하다. 기업(창업)이 실패했을 때의 위험과 부담이 워낙 크기에 창업이라는 사다리는 쉽게 탈 사다리로 여겨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교육(학력•시험)과 괜찮은 직장•직업은 한국 사회의 핵심 계층 상승 사다리이자, 자유와 행복의 나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이자, 지대 추구 수단이다. 부동산 거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거품은 부동산 분야에 끼여 있다. 부동산은 공급과 수요의 특성상 원래 거품이 많이 끼는 재화다. 공급은 곤란한데, 수요는 전국 심지어 해외(중국 등)에서도 오고, 미래에서도 온다.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단기적으로) 공급이 오히려 더 줄어들어 가격을 더 가파르게 오르는 등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좁은 국토와 더 좁은 대지, 인구•산업 집중, 인구구조(베이비붐 세대), 핵가족화에 따른 독립 세대수 증가, 고도성장, 경직된 토지이용 규제와 사회 엘리트층의 농간(불로소득 확보) 등이 중첩되어 공급과 수요간 간극이 커서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져 왔다. 거품이 오래되어 굳어지다 보니 사실 거품인지 아닌지도 모호하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4년부터 2013년까지 49년간 쌀 값은 50배, 연탄 값은 55.7배, 휘발유 값은 77.5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933배 올랐다. 반면에 ㎡당 평균 땅값은 2976배 올랐다. 토지자산의 총액은 1.93조원에서 5848조원으로 3030배 올라 GDP의 4.09배가 되었다. 2013년 기준 부동산 자산 총액은 9789조 5천억원(땅값 5848조원+건물값 3941.5조원)으로 국민순자산(1경1039.2조원)의 88.7%에 달한다. (중앙일보, 2015.11.17 “쌀값 50배, 기름값 77배 뛰는 동안 땅값은 3000배 올랐다”) 부동산 자산은 가계 자산의 70~80%에 육박한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2015.12.21 발표)에 따르면 2015년 3월말 현재 한국의 가구당 보유자산은 3억 4,246만원, 부채는 6,181만원인데, 금융자산 26.5%(9,087만원), 실물자산 73.5%(2억 5,159만원)로 구성되어 있다. 실물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토지이용 계획•규제권과 관련 정보 및 예산을 틀어쥔 정치와 관료 등 고위층이 주도 했고, 중산층이 가세했다. 뒤늦게 뛰어든 중산층은 일부는 수혜자가 되고, 다수는 피해자가 되었다. 2010년대 들어 가격 상승은 커녕 하락 전망이 고개를 들자, 초저금리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 조짐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급격한 가격 하락(거품 붕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거픔에 대한 대책은 공급은 늘리고, 가격은 통제하고, 세금은 더 매기고, 투기는 단속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수도권과 대도시 외곽의 신도시 건설과 광역 교통망 확충, 도심의 용적률 상향-고도제한 완화와 소형 평형(주택) 의무화 비율 상향, 공공임대주택 공급, 선분양제, 가격 규제(원가 공개, 분양가 상향제), 대출 규제(DTI, LTV), 매매 차익 중과세와 임대소득 과세 등의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나름대로 투기 열풍을 누그러뜨리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지가 상승 경험으로 인해 산지나 농지 가격 등이 매우 높게 형성되어 농촌으로의 인구 이동과 농업의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는 토지나 건물을 임차하여 사업(장사)을 하는 사람들의 소득(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부동산 소유주(임대인)의 수탈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특정 위치(지역, 거리)를 이탈하여 사업하기가 쉽지 않으면, 소유자(임대인)에 비해 사업자(임차인)이 구조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임대료 규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권리금 약탈을 방지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과문해서인지 몰라도, 우리 사회는 고가의 농지 문제와 도시(도심 요지)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소유자의 사업자의 근로소득/사업소득 수탈 문제에 대한 마땅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큰 예산(공공재정) 부담은 없으면서도 주민들이 선호하는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문제 역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서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방(인천 포함)은 신도시 개발 방식으로 인해 구도심(원도심) 슬럼화, 공동화가 심각한데, 이 역시 생산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알고 있다. 부동산 거품은 한국의 상층 엘리트들에 의한 서민 및 근로소득 약탈 책동의 일환으로, 한국의 산야에 백 년도 넘게 갈 깊은 상처를 무수히 남겼다. 투기 목적이나 건설업자 및 규제권자 배불리기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수많은 건물, 택지, (아파트)단지, 도로, 공항, 공단, 공공시설 등이 그것이다. 조망권, 일조권, 바람길, 공원, 용적률, 예산 등 공공재산 약탈 냄새가 천지를 진동한다. 토지이용 계획•규제권자(정치인과 관료)와 건설업자와 일부 수혜 주민의 로비, 결탁, 매수의 징후가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를 매개로 금융시스템이 만들어져 있기에 급진적인 해결책(급격한 거품 붕괴책과 과세 정책)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길고도 조심스러운 뒷수습(연착륙) 과정이 남아 있을 뿐이다. 부동산 거품은 한국 특유의 고비용 구조의 원흉이자, 상층 지배집단의 약탈성의 증거이자 국토, 도시, 부동산(불로소득) 관련 지배운영(거버넌스)구조의 난맥상의 기념비다. 학력 거픔 교육(학력〮학위)와 시험은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사회를 통합하며, 어떤 능력, 자격을 검증하는 장치이다. 특별히 한국에서는 지대가 많이 제공되는 직장•직업으로 들어가는 핵심 사다리이기도 하다. 학력(학위)은 학벌, 고시공시 합격증, 전문자격사 면허증과 더불어 대표적인 지대 제공(추구) 통로였다. 이는 과거시험-고등문관시험-고등고시를 통해 고위 관료를 선발하고, 합격자는 가문의 영광이 되던 조선-식민지 조선-대한민국으로 내려오던 역사문화적 전통의 산물이다. 동시에 교육을 통한 노동생산성과 사회 통합성을 제고하려는 국가발전 전략의 산물이다. 여기에 힘입어 산업화와 민주화 기적을 만들어 냈고, 이 과정에서 학교 재단, 교수, 교사 등이 큰 수혜자가 되었다. 소득수준의 향상, 대학설립 준칙주의(1995년 5.31교육 개혁), 인구 구조(베이비 붐세대) 등에 따라, 1990년대 중후반부터 대학과 대학생수(대학진학률)가 급증하였다. 동시에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의 서울수도권 대학으로 쏠림도 심해졌다. 그런데 학력을 빌미로 한 과도한 배제와 차별을 피하기 위한 목적(학위 취득 그 자체가 목적)과 학교재단 및 교수들의 학위 장사 목적이 만났기에, 산업과 사회의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부실 교육과정(사양화된 학과)에 대한 성토가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2000년대 들어 투자대비 수익률이 확인되면서, 학력(학위) 거픔 내지 과잉 고학력화의 폐단에 대한 우려가 들끓기 시작했다. OECD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과 OECD최하 수준의 청년 고용률, 그로 인한 구직난과 구인난의 병존(일자리 미스매칭), 목마르다고 들이킨 바닷물과 비슷한 외국인 노동자의 폭증, 인구 대비 월등한 외국 유학생(학위자) 수와 조기 유학생 수, 자식 유학 비용에 노후 자금을 탕진한 수많은 중산층 가정, 유학 마치고 귀국했지만 한국 직장에 적응도 잘 못하기도 하고, 투자(유학) 비용에 비해 너무 낮은 처우(직장) 등이 사회 문제화 되기 시작했다. 또한 대학진학률 하락과 학령 인구 감소가 중첩되는 바람에 학생도 별로 없고, 교수는 학생 앵벌이 하러 고교를 돌아다니며, 중국 유학생(?)과 정부 지원금으로 겨우 유지되는 무늬만 대학도 사회 문제화 되기 시작했다. 맥잡(mac job) 보다 처우가 나쁜 허울뿐인 교수에 대한 통탄, 자탄도 넘쳐났다. 여기에 대해 교육부 주도로 거칠고 무원칙한 대학정원 감축, 대학 통폐합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학벌(In서울대학) 프리미엄에 대한 믿음은 견고하다. 또한 독점적 업역을 보장받는 인기학과(교육대학, 의과대학, 약학대학 등)와 고시공시 합격자들에게는 여전히 상당한 지대가 제공되니, 우수 인재의 이공계기피-의약계 쏠림, 사교육 열풍, 고시공시열풍 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학력 거품과 산업 및 사회와 교육의 미스매칭에 대해 고졸 취업 활성화, 교육 수요자(산업, 기업, 사회, 지자체, 학생·학부모)와 교육 공급자(교사, 교수, 학교, 재단, 지자체 등)와 교육 규제 및 재원 조달자(정부)의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 교류와 상호 침투를 통해 교육과정 내실화, 학교 지배구조 개혁 등이 기본 개혁 방향으로 정립되어 있다. 하지만 기득권 조정의 문제로 인해 힘있게, 일관성있게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 일자리 거품 부동산과 교육(학력)에 끼인 거픔은 문제라는 인식은 있다. 그런데 가장 거대한 거품인 괜찮은 일자리(직업·직장) 관념 내지 근로자 권리(고용, 임금, 연금, 노동시간 등) 수준과 패러다임에 끼인 거대한 거품에 대해서는 문제라는 인식조차 없다. 우리의 교사와 중고등학생, 교수와 대학생, 청년 구직자, 노조원, 정의감 넘치는 시민, 노동 사건을 다루는 검사, 판사, 변호사도, 고용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도 이를 정상으로 여긴다. 정년, 임금, 연금, 복지, 노동시간, 생활•소비 수준 등 표준(정상 수준)을 높게 잡아도 세금과 규제와 표준으로 자신의 처우를 정하는 공공부문은 얼마든지 도달할 수 있다. 생산성 높은 글로벌 기업 종사자도 도달할 수 있다. 독과점 산업과 규제산업 종사자도 적절한 진입장벽과 가격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 미래 세대에 비해 상대적 강자인 현 세대도 미래세대 몫을 훔칠 수 있으니 비교적 다수가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세대와 청년세대는 그 때문에 오히려 더 곤궁하고 비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3포세대나 저출산과 무관할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부동산 거품 뒤에는 청년 세대의 구매력 약화 혹은 기피로 인한 부동산 구입 수요 부족이 있고, 그 뒤에는 청년들이 선망하는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과 인구 구조 변화 등이 있다. 2015년 12월 말 기준, 5세 계급별 인구 구조를 보면 50대(50~59세) 8,324,791명, 40대 8,858,993명, 30대 7,670,966, 20대6,699,048이다. 40대에 비해 20대가 76%, 30대가 87%다. 학력(학위) 거품의 뿌리에도 고졸 학력으로도 갈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의 멸실과 고학력(대졸, 석박사, 유학 등)으로 갈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의 대폭적인 감소가 있다. 다시말해 부모 세대에 비해 괜찮은 청년 일자리 공급은 절대적으로 감소했는데 대학진학률과 사회적 눈높이의 상승에 따라 수요는 늘어나면서 수요와 공급이 부교합이 훨씬 심해진 것이다. 단적으로 공고나 상고 나와서 대기업이나 은행에 들어갈 수가 없다. 실은 명문대에 유학까지 갔다와도 쉽지 않다. 게다가 중소기업이나 중하층 일자리와 대기업이나 상층 일자리의 처우 격차도 엄청나게 커졌다. 수익성(생산성)과 노조 교섭력 격차도 크지만, 후자의 경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했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를 만든 주범 요약하면, 지금 한국 사회는 부동산, 교육, 괜찮은 일자리에 거대한 거품이 끼어 있다. 하나같이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아서다. 계층 상승 욕망과 지대(초과이윤, 특권•특혜) 추구의 욕망이 결집하여 거품이 생긴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실패의 산물이다. 부동산 거품은 모두가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안다고 해서 금방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교육(학력, 스펙, 시험) 거품과 괜찮은 일자리(직업•직장) 거품은 문제의식조차도 흐릿하다. 이 두 거품에 대해서는 의외로 둔감하고 관대하다. 이 두 곳에 제공된 지대는 오랫동안 사람을 분발하게 하는 촉진제였고, 경제발전의 엔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두 거품은 세계적 시야로 보면 결코 소박하지 않지만, 오직 한국에서는 소박하다고 믿는 요구, 기대, 당위의 산물이다. 과도하게 상향, 팽창된 욕망과 기대가 만든 거품으로,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저성장, 저출산 등 수많은 부조리의 근원이다. 1987년 체제의 악성 유산이다. 보편적인 정의(하는 일과 받는 처우의 조응)에도 맞지 않고, 생산력(1인당GDP) 수준에도 맞지 않고, 제4차산업혁명 등 변화부침-탄생소멸이 극심한 시장 및 기술 환경에도 맞지 않는 고용임금 체계 내지 패러다임은 한국 사회를 만인에 의한 만인의 약탈 사회로 만들었다. 물론 내 것과 남의 것을 가르는 기준이나 프레임이 없기에 약탈이라는 의식도 없다. 업의 본질을 묻지 않고, 자리의 소명을 멀리 내팽개친 사회는 권좌(권력) 역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다. 외양은 공천, 선거, 공모, 임용, 순환보직 형식을 띠겠지만 본질은 찬탈이다. 고용임금에 끼인 거대한 거품은 사회의 성장과 통합의 관건인 평가보상(인센티브)체계와 국가 지배운영(거버넌스) 구조가 뒤틀어 버렸다. 지대 추구 경향(경쟁)이 만연하고, 혁신과 도전을 다방면에서 억압하는 사회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가 만들어졌다. 이미 있는 부와 일자리도 청년에게 너무 적게 배분될 수밖에 없고, 혁신과 도전은 일어나기 힘들게 되어 있고,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지기 힘들게 되어있다.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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