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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현장서 큰 공 세운 콜롬비아 경찰견 14마리의 특별한 퇴임식

소한마리-화절령- 2018. 9. 22. 18:30

범죄현장서 큰 공 세운 콜롬비아 경찰견 14마리의 특별한 퇴임식

입력 2018.09.22. 07:41 수정 2018.09.22. 13:36    

공로 메달·퇴임증서 받아..민간인에 입양돼 여생 동안 새 삶
퇴임식장에서 탐지견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 조련사 [AP=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수년간 범죄현장 일선에서 맹활약을 펼친 콜롬비아 경찰견 14마리가 21일(현지시간) 퇴임했다.

이날 수도 보고타에 있는 검찰청사 강당에서는 경찰견 14마리의 특별한 퇴임식이 열렸다.

경찰견들은 수년간 마약·폭발물·시신 탐지 등과 같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메달과 함께 퇴임증서를 받았다.

독일산 셰퍼드, 핏불, 골든 레트리버 등의 품종으로 이뤄진 퇴임 경찰견들은 행사 도중 특별한 향기가 나는 목욕으로 그간의 성과를 보상받기도 했다.

퇴임하는 탐지견들의 활약은 다양하다. 12살 된 래브라도 품종의 '카넬라'는 민병대의 학살로 숨진 65명이 묻힌 비밀 매장지를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핏불 품종의 '네그라'는 8년간 경찰견으로 활동하면서 수 톤의 코카인을 적발했다.

경찰은 퇴임한 경찰견들을 민간인들에게 입양시켜 평안한 노후를 지내도록 할 방침이다. 일부는 자신을 훈련한 조련사들에게 입양될 수도 있다.

'네그라'를 훈육한 데이비드 말도나도는 "우리는 그간 많은 것을 함께 했다"면서 "그들은 우리 아이들과 같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있는 검찰청사 강당에서 열린 경찰견 14마리의 퇴임식 [AP=연합뉴스]

콜롬비아 탐지견들은 종종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는 바람에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탐지견들은 코카 잎 재배지에 매설된 지뢰를 찾거나 내전이 심한 지역에서 시신을 발굴하는 궂은 일을 마다치 않는다.

스페인어로 그림자를 의미하는 '솜브라'는 마약조직이 코카인 운반 물을 탐지한 데 대한 보복으로 7천 달러의 현상금을 내거는 바람에 최근 카리브 해 연안에 있는 기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되기도 했다.

경찰과 군에서 활동하는 콜롬비아 탐지견들의 명성은 높다. 보고타 인근에 있는 탐지견 훈련 캠프에는 탐지 기법을 배우려고 중남미 각지에서 온 예비 탐지견과 조련사들로 넘쳐난다.

콜롬비아 탐지견들은 통상 8∼9살이 되면 은퇴한다. 은퇴 후에는 경찰이 음식 등을 제공하는 쉼터에서 보호받다가 여생을 마친다.

그러나 당국은 최근 들어 은퇴한 탐지견들을 민간인들에게 입양시키고 있다. 이달 초에 마약수사대에서 퇴역한 탐지견 50마리가 일반 가족들에게 입양돼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입양 가족들은 은퇴한 마약 탐지견들이 민간 경비회사에서 일하지 않도록 엄격한 검사를 받는다.

콜롬비아 마약수사대의 제이미 부쿠루 수의사는 "개들이 매우 순종적이며 훈련을 잘 받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2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있는 검찰청사 강당에서 열린 경찰견 14마리의 퇴임식 [AP=연합뉴스]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