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는 대대적인 ‘퍼주기’를 해야!
“우리는 부모 있는 꽃제비다.”
꽃제비,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느덧 행방 없이 떠도는 부모 없는 고아, 시장터나 쓰레기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걸인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식량난이 가장 극심할 당시만 해도 꽃제비는 10세 전후의 어린 고아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꽃제비는 어느덧 연령에 관계없이 걸인으로 떠돌아다니는 사회의 취약 계층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고아 꽃제비 외 청년 꽃제비, 제대군인 꽃제비, 노인 꽃제비 등 이제는 세대와 직업을 뛰어넘어 전 연령대를 아우른다. 그런데 ‘부모 있는 꽃제비’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실제 부모가 있는데도 꽃제비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는 그런 꽃제비들의 자기 정체성 고백이 아니다. 꽃제비들을 지원해야 하는 일반 주민들의 탄식어린 항변이다. 이미 소식을 전한 바 있듯이 북한 당국은 꽃제비들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구제소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국가 예산이 없다보니 인민위원회 관할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원은 일반 주민들로부터 갹출한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각 기업소, 단위, 공장, 인민반 등지에서 옷과 먹을 것을 아주 어렵사리 지원해 온 것이다(「오늘의 북한소식」 17호 기사 참조).
당장 제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일반 주민들 입장에서 꽃제비 지원은 없는 살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 된다. 안 그래도 파철이다, 파비닐이다, 충성의 금이다 국가에 내야 할 과제가 많은데 꽃제비 지원까지 하라는 것은 이중, 삼중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꽃제비와 다를 게 뭐냐”며 부모만 계실 뿐 우리도 꽃제비 신세나 마찬가지라는 하소연을 한다.
이에 북한 당국은 직접 징수 방식에서 간접 징수로 복지비용 마련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올해부터 세관 통과 물품 중 피복제품에서 약 10%의 세금을 거둔 것과 시장에서 불법 유통 단속에 걸린 물품들을 몰수해 이 중 일부를 꽃제비 지원 용도로 배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주민의 요구를 수렴하면서 동시에 취약계층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이런 결정 배경에는 일반 주민들의 식량문제가 매우 심각한데다 그만큼 주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배경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이다. 또 이 정책으로 제2, 제3의 피해자는 생겨나지 않을지, 누군가 희생양을 삼지 않으면서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좀 더 섬세한 정책 집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의 자구 노력과 별도로 꽃제비를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한 양의 식량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것이다. 분배의 투명성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하지만, 식량문제가 담보되지 않으면 꽃제비 구제는 불가능하다. 현재처럼 일반 주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꽃제비와 같은 취약 계층에까지 식량이 도달하려면 일단은 충분한 양의 식량이 공급되어야 한다. 식량이 충분히 공급되다보면 식량은 자연스럽게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지원 식량을 늘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국내 NGO, 그리고 국제사회는 10년 넘게 성실하게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할 만큼 충분한 양을 지원하지는 못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대북 퍼주기’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가 한 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비용 15조 원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약 7,875억 달러(8,066,219억 원, 당시 환율기준)이다. OECD가입국인 우리나라는 가난한 제 3세계를 지원하는 ODA를 분담하고 있는데, OECD 가입국으로 UN에서 권장 분담비는 0.7%이고 평균치는 0.24%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이에 못 미치는 0.09%를 지원하고 있다. 1년에 북한에 필요한 식량 200만 톤, 비료 100만 톤, 의약품, 운송비를 고려하면 약 1조 5천억 원이 소요된다. 이는 GDP의 0.2%에도 못 미친다. 이 정도는 북한 지원에 사용한다고 해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당장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의 먹는 문제, 질병의 고통, 식량을 찾아 국경을 넘어 중국까지 와서 강제인신매매를 당하는 고통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쓰레기조차 변변한 게 없는 쓰레기장에서 먹고 자는 꽃제비들의 현실을 언제까지 ‘퍼주기’ 논란으로 모른 체 해야 하는가. 꽃제비를 비롯한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 인도적 지원은 원래 눈감고 퍼주는 것임을 알아, 오히려 충분히 퍼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문제는 몰라도 꽃제비와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모든 정치적 입장을 뒤로 하고 충분히 퍼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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