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소식지 43호 (2006년 10월호) |
오 늘 의 북한 소식 North Korea Today |
사)좋은벗들 북한연구소 Research Institute of North Korean Society Good Friends : Center for Peace, Human Rights & Refuge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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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기 사정 더욱 악화
전국의 전기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경변 도시에서는 10월 15일에 전기가 끊어지는 바람에 수돗물 공급이 안 되어 자전거나 밀차에 물통 등을 이고지고 끌고 다니며 부지런히 물을 실어 나르는 주민들로 부산했다. 샘물터까지 다녀오려면 보통 30-40분은 족히 걸리는데, 장사나 농사를 짓기에 바쁜 주민들이 식수를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다니는 수고를 얼마나 더 해야 할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전기사정이 초래한 수돗물 공급 제한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데. 며칠에 한 번씩 수돗물이 올까 말까하는 상황에서 이런 수고를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날이 추워지면서 물이 얼어버리지나 않을지 주민들의 시름 역시 깊어가고 있다.
전기가 없어 탈곡을 못할 정도
전국적으로 전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농촌 지역은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요즘은 가을 추수철인데도 전기가 없어 탈곡을 하지 못할 정도이다.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의 각 시·군에서는 서리가 내리기 전에 추수를 끝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도 전기가 없어 야간작업을 못하고 있다.
전기 사정이 이토록 악화된 데는 전기 생산을 위한 충분한 석탄과 원유가 없는 고질적인 북한 경제상황에 있다. 또 이번 수해로 각 지역의 언제(댐)에서 홍수 재발을 우려해 물을 모두 방류하는 바람에 수력발전소를 제대로 돌릴 수 없는 이유도 있다. 화력발전소들은 석탄과 중유가 없어 가동이 잘 안 되고 있고, 수력발전소들은 언제에 물이 없어 발전가동이 안 되는 탓에 전기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준 전시상태 선포 이후 군부대의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전기 부족의 한 원인이 된다.
북창 화력발전소도 정상 가동을 하기 위해 북창과 안주 탄광 등지의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수송 시간이 길고 생산량이 저조한 상태라 전기 사정이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듯 국가의 전기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경제생활 전반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자, 국방위원회가 전기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돈 있고 권세 있는 집들이 불법으로 공급받던 전기도 적발될 경우 전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경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군수공장도 제대로 가동 못 해
농촌 탈곡장은 물론이고, 공장·기업소 등지에 공급되는 생산용 전기도 겨우 몇 시간밖에 공급해주지 못하는 심각한 전기사정 속에서 군수공장들의 전기공급 사정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청진시 부윤구역에 있는 94호 미사일 공장은 자재와 전기를 보장받지 못해 아예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주요 생산현장에 전기를 가장 우선적으로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산광산의 경우 국가적인 생산기반이라는 차원에서 도내의 다른 전기를 차단하면서까지 생산을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전기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특별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나마 생산용 전기를 공급받고 있는 공장·기업소라 할지라도 전압이 낮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기 품질이 나빠지면서 생산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군수공장이 이런 상황이니 일반 주민들은 전기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주민들은 전기제품 사용을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며, 충전지를 사용하던 집들도 충전할 곳이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전기사정으로 인해 밤만 되면 온 나라가 더욱 깜깜한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양수기 돌리지 못해 회령 덕흥 탄광 폐갱 위기
전기사정으로 주요 탄광들이 양수기를 돌리지 못해 갱도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회령 덕흥 탄광은 조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물이 차서 폐갱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른 탄광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발목과 화약이 보장되지 못하고 노동자들의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일하러 나오는 사람이 30%도 안 된다. 그나마 출근하는 노동자들도 석탄을 몰래 챙겨 가는데 급급하다보니 생산량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다. 22호 관리소에서 운영하는 중봉탄광마저 조업을 중단하면 청진화력발전소나 주민용 석탄은 전혀 나올 수가 없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개인들이 사굴에서 탄을 캐기 시작한다. 벌써 석탄이 한 양동이당 5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이제 날씨가 더 추워지면 석탄 값이 뛰어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돈 없고 힘없는 주민들은 겨울용 땔감을 위해 가을걷이가 끝난 옥수수 밭에 나가 옥수수 대나 뿌리, 널려 있는 옥수수 짚을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
쿠바에 수출할 철 생산도 어려워
전력 등의 에너지 문제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청진 제철소는 이번에 쿠바에 보낼 철을 생산하지 못해 내각에서 지도 그루빠까지 내려왔으나 특별한 개선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기가 부족해 무산광산이 조업을 중단하다시피 했고, 무산-청진간 장거리 정광수송관이 작년 겨울에 동파된 곳이 많아 정광을 열차로 수송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물차량에 노동자들이 손으로 광석을 퍼 담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 역시 자주 정전되고 전압이 보장되지 않아 열차 운행 시 한 정거장 가면 뒤 전기를 차단하고 앞 전기를 투입하는 식으로 전압을 겨우 겨우 끌어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더디게 운행하다보니 무산에서 청진 제철소까지 하루에 1,000톤 수송하는 것도 벅차다. 청진 제철소는 10월 9일까지 5,000톤의 철을 쿠바에 수출해야 했으나, 석탄·콕스·정광·전기 등 전반적인 원료와 에너지 부족으로 기일을 넘긴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언제까지 보내줄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 지도 그루빠가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함경북도 내의 일체 전기를 모두 무산광산과 청진 제철소에 집중시키는 바람에 함경북도는 암흑천지가 되어버렸다.
가을 들어 불법 월경자 증가 추세
가을이 되면서 불법 월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해에 농사까지 안 되어 내년 살아갈 걱정이 많은 사람들, 불법적인 일로 돈벌이를 하던 사람들이 불법 월경하는 수가 늘어나 국경연선지역의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단속 검열초소들 외에 매 구간마다 한 두 개 이상 초소가 더 생겼고, 해당지역의 보안원들이 주야로 버스·자동차·기차 여행자들의 신분과 여행증명서, 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200-300리 짧은 길을 가더라도 검열을 받다보면 검열 받는 시간만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다. 증명서 발급도 제한하고 있는데 중앙에서 검열 그루빠가 내려와 2부 증명서 취급 검열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 해에 2회 이상 여행증을 떼거나, 목적지 불명 또는 여행 목적이 분명치 않은 대상자들에 대한 ‘료해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여행증명서 떼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눈 가리고 해를 가리지’, 불법월경 계속 되
국경연선 지역을 방문 중이거나 여행 중인 타 지역 주민들에 대한 ‘료해 사업’과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동향 정보수집으로, 보위부 및 보안서가 실시하는 숙박검열 및 통제, 미행사업 등이 더 심해졌다. 지난 10월 1일에는 국경연선 지역의 도·시·군들에서 불법월경자를 막기 위한 군중투쟁이 조직되었다. 아침 6-8시 사이에 이 회의에 참가하도록 했는데, 주민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보안원들이 각 길목을 차단하고 행인들을 붙잡아 모임장에 끌어들이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 회의에는 해당 지역 출신의 불법 월경자들을 한두 명씩 참가시켜 불법월경의 해악과 처참한 실상 등을 증언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불법 월경자 수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어 ‘눈 가리고 해를 가리운다’며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출판, 보도 통제를 아무리 심하게 하더라도 주민들의 이동을 더 이상 막지 못하고, 여론은 발 빠르게 퍼지고 있어 벌써 내년에 살아남을 방법을 고심하는 주민들에게 불법월경단속은 그다지 장애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전쟁하면 우리 민족이 망한다”
중앙의 한 관료는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을 둘러싼 현 정세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고자 함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핵실험은 미사일을 발사해도 꼼짝하지 않는 미국과 어떻게 해서든지 담판을 지어야 살아날 수 있다는 절박한 생존 전략이라고 했다.
“우리가 끝까지 전쟁하자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 전쟁하면 우리 민족이 망한다. 다 같이 망하는 길이라는 걸 뻔히 아는데 뭣 하러 (전쟁을) 하겠나. 우리는 미국과 단독으로 미국에게서 체제승인을 받으면 된다. 미국이 전쟁을 발동하지 못하도록 우리는 핵을 보유해야 한다. 핵을 보유하면 미국이 전쟁을 못한다. 미국은 약한 놈은 치고 강한 자는 담판을 짓는다. 이라크는 힘이 없어 무기사찰 받고도 당하지 않았냐. 미국의 최종 목적은 우리의 교체이다.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도 우리를 보위 못해주고 한국도 못해준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는 것은 전쟁을 막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 번도 배부르게 받아본 적이 없다”
평양의 다른 한 관료는 이번 핵실험의 배경으로 국내의 상황이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사태에 몰려있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특히 이번 수해가 결정적인 재난이었음을 인정했다. 수해 피해 규모에 대한 공개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던 것도 지원을 받아야 할 절박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데 비해 국제정세는 더 경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일체 수입과 지원으로 살았는데 수해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예상외의 대재앙이었다. 국내에서 내년 2월 가면 식량사정이 더 긴장될 거다.”
또 그는 10년 넘게 외부의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온 것은 사실이지만, 단 한 번도 배부르게 받아본 적이 없고 꼭 굶지 않을 정도만 주었다고 말해 한국의 지원이 ‘퍼주기’는커녕 오히려 인색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제일먼저 가장 중요한 게 식량인데, 외부에서 들여와도 배부르게 못 먹는다. 이때까지 식량이 몇 년 동안 들어와도 한국에서 주기도 하고 중국하고 거래도 했지만 들어오는 게가 미미하다. 배부르게 못 먹고 딱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준다. 그러니까 이대로 나가다가는 위험하다. 근본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이 난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하자면 우리는 (전쟁)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핵을 보유하면 미국은 전쟁을 하지는 못한다. 아무리 유엔에서 고립 압살하자고 해도 담판은 미국과 일대 일로 해야 한다.”
“마지막 도울 수 있는 길은 우리 민족인데”
북한의 엘리트 계층은 한국 정부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직접 북한과 담판 짓고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 문제도 미국 눈치를 보다 중국에 넘겨 쓸데없이 중국 힘만 키워주고 있다고 했다. 이게 다 내부 단결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한) 안에서 저희들끼리 싸우니까. 정말 안에서 단합하고 정말 손잡고 가야할 때에 고저 지네끼리 싸우기 바쁘다. 마지막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길은 우리 민족인데, 남조선이 그걸 못한다. 윗사람(당국 상층부)들이 남조선을 멀리할 이유만 만들어 준다. 얼마나 무서워하는지도 모르고. 위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남쪽과 접촉하면 할수록 (남한에) 빠지니까.”
그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장을 떠나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하는 것과 인도적 지원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인도적 지원이 주민에게 가기 전에 군대나 간부들에게 일부가 빼돌려지기 때문에 지원을 반대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 사실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남조선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줄 때도. 위의 사람 먹는 게 어느 정도는 아랫사람(인민) 때문에 먹는다는 것을 절로 느끼고 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저쪽 켠에서 백성들이 굶주리니까 주는데 그 덕에 우리도 먹는다. 잘 알기 때문에 하다못해 먹다가도 백성에게 준다. 다 먹는 게 아니라 시장에도 일부 나가고 군대도 일부 내보내고, 돌고 돌다 결국 백성들에게도 간다. 구더기 무섭다고 안주면 백성들은 그나마도 구경 못한다. 자꾸 뭐라 하니까 위에서는 정부가 다지고 아랫사람 피곤하게 군다. 위에서는 (남한의 지원을) 받지 말라는 거다.”
“조금만 잘하면 통째로 우리 사람들의 마음을 몽땅 가져갈 수 있다”
그는 체제가 변하길 바라면서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북한을 우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체제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남한이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인민들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라고 했다.
“조금만 잘하기만 하면 통째로, 우리 사람들의 마음을 통째로 몽땅 가져갈 수 있다. 이미 그런 추세다. 너네 어떻게 나와도 타협하자 나서면 남(남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적대시하는 것은 미국이다. 정권끼리는 그렇게 해도 민간단체는 나가지 않느냐. 우리나 아랫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남조선에 대해 아무 (나쁜) 감정 없다.”
이미 북한의 엘리트들은 어느 정도 남한과의 관계에 신뢰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과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한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북한이 담화하자고 하면 한국이 바로 응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믿음을 더 공고히 하고 한국에 우호적으로 만들려면 한국이 북한의 입장을 이해해주고 북한 정부와 북한 주민을 구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평민들이야 입에 풀칠하는데 바쁘기 때문에 민족의 명운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벼랑에 몰려도 그래도 믿을 데라곤 우리 민족밖에 없구나.”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어렵더라도 더욱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논 평 |
‘한반도 평화, 북한 주민 인권 개선, 대북화해협력’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진 어려운 때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PSI 참여 요구와 대북 정책 재고 및 대북 경제 제재의 동참 요구 등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정책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차분하게 우리의 목표와 원칙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목표를 위한 전략 수정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확고한 원칙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의 위치가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과 가장 확연히 다른 점은 바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대전제이다. 한반도의 평화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북한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동참하는 결의 사항에 한국 정부가 반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를 해칠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굶주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은 정세와 무관하게 조건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지원물품 중 일부가 간부들이나 군대에 들어가는 것은 그들도 비공식적이지만 시인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야 한다. 그것도 굶주리지 않을 정도로 주는 것이 아니라 하층민에게까지 갈 수 있도록 넉넉히 주어야 한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줄 때에만이 감동을 줄 수 있고, 상호신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북화해협력 기조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동안 남북한의 교류협력은 눈에 보이는 성과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를 가져왔다. 일부에서 우려하듯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어려운 사건을 맞았음에도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정세 인식이 차분하고 냉철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런 인식 변화가 비단 남한만의 사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엘리트를 비롯해 평범한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남한을 더 이상 적대국가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남북교류협력 정책의 한계는 계속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그 뿌리를 흔들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조용히 돌아보자. 남북한 주민들이 평화롭게 잘 어우러져 살기까지 ‘가는 길 험난해도’ 우리가 원칙을 공고히 견지하면서 설득과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난관이 닥치더라도 ‘웃으며’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북한 주민의 이해를 대변하고 그들의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우며, 한반도 평화를 적극적으로 쟁취해가는 주체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비로소 평화통일의 꿈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
특별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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