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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에 격리된 도심 달동네

소한마리-화절령- 2007. 11. 9. 10:43

미로 속에 격리된 도심 달동네


[동아일보]

직선거리 같은 타지역보다 3배 이상 돌아가야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서울 한복판에 달동네가 가득한 시절이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빌딩 숲 사이로 촘촘히 움츠린 판잣집들. 거리상으로 바로 옆 동네인 두 지역이 이처럼 다른 운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의 수학자들이 도시 빈민가를 찾아내는 수학모델을 만들었다고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일수록 빈민가로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독일 빌레펠트대 드미트리 볼첸코프 교수팀은 한 도시 안에서 ‘소외 지역’을 찾는 수학모델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96개의 운하와 122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이탈리아 명품도시 베네치아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지역의 주요 교통수단인 곤돌라(운하를 운행하는 배)를 타고 골목과 교차로를 지나 도시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도시 중앙에 위치한 ‘베네치안 게토’가 타 지역과 다른 특징을 보였다. 이곳은 1513년 3월 유대인을 격리했던 지역.

조사 결과 이곳은 도심에서 똑같은 직선거리의 다른 지역보다 평균 3배 이상 멀리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도시 가운데지만 들어가려면 그만큼 애를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주변 지역과 다리나 육교로 연결이 안 돼 있고 대중교통이 불편할수록 지역 경제가 나빠지고 범죄율이 높아졌다.

영국 런던대 로라 본 교수도 ‘세계 건축학’ 최신호에 비슷한 연구 결과를 냈다. 그는 지난 100년간 런던 시내와 빈부의 관계를 연구했다. 조사 결과 접근이 어려운 지역일수록 소외 계층을 더 끌어들였다. 볼첸코프 교수는 “빈민가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접근성과 연결성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며 “이런 지리적 격리는 거주자들의 소외감 증가, 사회적 기회 박탈, 지역 경제 침체, 범죄율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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