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손가락 하나 봉합에 1억원’ 영화로 살펴본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 위험성

소한마리-화절령- 2007. 12. 26. 20:33

손가락 하나 봉합에 1억원’ 영화로 살펴본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 위험성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에 관한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이 네티즌과 일반 국민들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왜 그토록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본지에서는 당연지정제에 관한 기획연재로 <‘건강보험료가 한달에 120만원?’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논란>, <다큐멘터리 영화 ‘Sicko(식코)’로 본 민간의료보험 위험성>, <외국의 건강보험정책 ‘미국은 최악 아닌 극악’ >, <관련 업계에서 바라보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는 곧 공공의료정책 붕괴>를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데일리서프라이즈 이도원 기자] 미국의 보수 세력과 조지 부시 정권을 강력히 비판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무어 감독이 미국 민간의료보험 조직인 건강유지기구(HMO)를 비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를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클무어 감독은 <식코>를 통해 미국의 열악한 보건의료정책과 건강유지기구(HMO)에 버림받은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눈물 나는 사연, 민간의료보험 조직이 보험 가입자의 목숨을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한, 강대국 미국이 왜 이러한 허술한 보건의료정책을 수립했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최악의 보건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감독의 냉철한 해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 미국의 보건정책의 악몽은 1971년부터 시작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를 보면 미국 건강유지기구(HMO)가 닉슨 부통령의 무지한 결정에 의해 시작됨을 알 수 있다. 그는 비밀녹취록에서 “그런 의료정책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기업인 카이저 종신보험이 건강유지기구(HMO)를 운영하면 더 적은 지출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1971년 2월 18일 공공의료제도를 벗어나 시장논리를 따르는 의료정책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현 미국은 ‘최악의 보건국’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더욱이 2003년 부시 대통령이 ‘의료보장제도 의약품 개선 및 현대화에 대한 법’을 통과시켜 노인들이 전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지만 약을 처방 받을 수 있게 만들었고, 이 법을 통과 시키려고 노력 했던 14명의 정치인은 차후 민간의료보험사에 고위급 인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장 앞장서서 이러한 법을 통과시킨 미국 빌리 토우진 의원은 나중에 의회를 나와 파르마 제약사의 사장이 된다. 그의 연봉은 약 2백만 달러로 알려졌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마련된 보건정책수립은 일부 권력자와 이익단체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그들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빌 클린턴 집권당시 영부인 힐러리가 보건정책을 개선하려 노력했으나, 이익단체와 그들과 연계된 정치인, 그리고 언론사의 집중 포화를 받아 결국 시도조차 못했다. 또한, ‘돈 앞에 장사 없다고’ 힐러리도 정치인 활동 시 이익단체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았다. 시장 논리로 시작된 미국의 보건정책은 지금까지도 어쩔 수 없이 몇몇 이익단체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몇몇 대통령 후보자들이 의료보험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 미국 민간의료보험 “적은 지출로 많은 돈을 벌어야”

미국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2억 5천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민간보험가입자의 눈물겨운 사연을 들어보면 민간의료보험사가 절대적 이익단체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민간 보험가입자는 ▲ 응급상황에 병원에서의 치료 ▲ 암이나 위험한 질환 등 수술 ▲ 약 처방 등을 미국병원이 민간의료보험사에 사전 승인을 받는다고 한다. 보험사측에서 ‘치료가능’, ‘약 지급 가능’ 방침이 내려와야 치료가 진행되고 만약 거절 방침이 내려오면, 미국 내 어떤 병원에서든지 치료가 불가능하다. 결국, 여기 저기 병원을 옮겨봐야 보험사에서 거절하면, 돈이 없는 환자는 사망할 수 밖에 없다.

민간의료보험사인 ‘휴매나’의 전 의료고문 린다 피노 박사는 1996년 5월 30일 의회석상에서 “1987년 한 환자의 수술을 거절했고, 그로인해 사망했다”며 “이는 민간의료보험사가 오십만 달러를 아끼는 일이었기 때문에 결정한 일”이라면서 민간의료보험사의 행태를 폭로했다. 또한, “많은 환자에게 치료를 거절을 해야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린다 피노 박사의 말에 참석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식코>에 등장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인 줄리 피어스는 자신의 남편의 신장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신약처방과 신장이식에 가능성에 대해 통보 받지만, “신약이 암 종류에 적합하지 않다”, “신장 이식은 위험하다”며 보험사에서 사전 승인을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그녀의 남편은 3주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사망 했다.

이러한 일은 미국의 보건정책자체가 민간의료보험사들에게 유리하게 구축되어있고, 철저한 시장 논리에 움직이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사전에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에 승인을 받아야 병원에서 치료도 받고 약도 지급받을 수 있다. 만약, 보험사에서 거절한다면 본인이 의료비용 부담해야하고, 비용문제로 보험사와 다투다가 환자가 죽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 잘린 손가락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미국 병원, ‘인술이 아닌 이익’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든 미가입자든 돈이 없다면 완벽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식코>에 등장한 애덤은 절단기로 나무를 절단하던 중 두 손가락 끝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병원은 민간의료보험 미가입자이며, 형편이 어려운 애덤에게 “중지 봉합 시 6만 달러고 약지 봉합 시 12만 달러다. 둘 중 선택해라”고 말했다. 애덤은 비용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중지를 선택해 봉합 수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 돈으로 약 1억원.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수술비이다.

민간의료보험사의 치료 거부는 보험 가입자와 미가입자 구분 없이 환자에게 높은 의료비를 지출하게 한다. 미국에서 매년 2백만 명이 의료비로 파산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도원 (dig@dailyse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