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부터 사북읍사무소, 다음이 옛 동원보건원(지금은 연세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입니다.
그다음 사진은 화절령 넘어 운탄길 길목에 있던 운락국민학교, 마지막 사진이 한때 사북의 절반에 해당하던
화절령 전경입니다.
오늘로 이 블로그가 1000일째를 맞습니다.
특별히 기념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풍습대로 하자면 기념 못할 것도 없겠지요!
무엇보다 이 블로그로 인해 24년전 일로, 아니 근 30년전 일로 고소를 당한 일도 있고 하니 나름대로 기념할 일이 있긴 합니다.
오늘 뉴스에 대우건설 사장이던 남모씨의 유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데 이제 나라가 이꼴로 계속가면 머지않아 이완용의 유족들이 대한민국과 이 민족을 상대로 고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단지 쓸데없는 기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보시다시피 제 블로그에는 '사북으로돌아가다'라는 카테고리가 있고 거기에는 80년 사북노동항쟁에 관한 글들이 있습니다. 그글들에 나온 관련자들이 올 가을 저를 명예훼손을 이유로 민사상 1억3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동시에 형사상 처벌을 원하는 고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980년 당시에 어용노조지부장으로 지목된 이의 유가족들이 24년전 제가 쓴 사북노동항쟁 보고서를 블로그에 실었다는 이유로 고소를 한 것이지요. 유가족들 모두 잘 아는 이들이고 그중에 한 사람은 자칭 삼총사로 불릴 정도로 어릴적 가장 친한 친구의 한 사람이었으니 그 감회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벌과 배상명령이야 별로 걱정은 하지않습니다. 이미 군사독재 시절 수없는 처벌로 단련된 몸이라 명예훼손으로 겪을 고초야 별거 아니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24년전 글이 나올 당시에 우정과 역사적 진실 사이에서 겪는 고통에 대해 고소인의 한사람에게 토로하고 그 고민의 흔적이 글 속에 있음을 양해한 바 있지요. 무엇보다 대체로 사실에 기초하거나 사실로 믿을 충분한 정황이 있는 글들이기에 아무리 미친 정권의 널뛰기가 심한 시기라 해도 최소한의 법률가적 양심과 합리적 태도를 가진 법관들이라면 그걸 유죄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친구를 포함한 유가족들의 아픔은 또 그대로 충분히 이해하고 어떻게든 그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달래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일단은 몇개의 글을 내렸습니다. 소송에 불리할까 저어하여 내렸다고 오해해도 할 수 없지만 그때문에 아직도 아파하는 친구와 그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배려는 해도 된다는 생각에 내렸습니다. 저는 결코 다른 이들과 사적으로 다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들이 제 과거를 들먹이며 여기저기서 공격을 하는 와중에 있으나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그들의 상처가 그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달래지기를 바랍니다.
제가 또는 저희(사북노동항쟁동지회와 사북노동항쟁명예회복추진위원회)가 30년전의 사북을 떠올리는 것은 당시 지배집단의 최하위 촉수에 지나지 않던 어용노조지부장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를 밝히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도 어떤 점에서는
국가주도 자본주의 초기의 강압적 자원동원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닌 피해자의 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주목하려는 것은 어떻게 국가가, 그리고 국가가 주도한 자본주의발달과정에 종속된 자본이 수많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그들의 삶을 짓밟았는가를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노조의 어용화는 이른바 간접적 국가관리 노동정책의 산물로서 이같은 국가의 강압적 노동정책이 80년 4월의 사북에서
어떻게 파탄을 맞이하였는가를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지요. 거기서 국가와 자본의 야합을 깨트리고 노동자의 사회정치적 진출을,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자의 사람됨을 선언한 선진적이고 능동적인 사북 탄광의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발걸음을 기록하려는 것입니다. 나이 50이 다되어 뒤늦게 학부 사학과를 다닌 소이연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어쨌든 제 블로그를 방문하고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제 글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오히려 반대의 관점에 있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 공간을 통해 드러내는 것은 일단 저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들이니 이해하고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사북 30주년이 되기 전에 80년 사북을 제대로 정리한 글을 1년안에 올릴 것을 다짐하며 1.000일의 소감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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