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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피플파워'가 전 세계 휩쓸지도 대운하에 침묵하는 박근혜 무책임"

소한마리-화절령- 2008. 12. 22. 20:13

"내년 '피플파워'가 전 세계 휩쓸지도 대운하에 침묵하는 박근혜 무책임"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12.2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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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 남소연
1995년부터 2003년까지 < 조선일보 > 비상임 논설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집권한 뒤 오히려 여권과 거리를 둔 보수논객이다.

그는 올해 들어 자신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반드시 실패한다고 확신했다",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서 친여 보수세력과 마찰까지 빚었다.

이 대통령을 도덕성 없는 정치인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그가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교수는 18일 < 오마이뉴스 >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35~40%의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리더십에 위기가 온다는 게 미국 정치학자들의 이론"이라며 "MB 지지율이 계속 이 수준에 머물면 나라가 계속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년이 천안문 민주화 시위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둘 다 '피플 파워'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는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맞물려서 1968·89년의 상황이 전염병처럼 (전 세계를) 휩쓸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명박 정부가 한 번 크게 당했으니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기면 초동 진압을 하려고 할 터인데, 대규모 촛불시위가 다시 발생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박이 집권했다면) 상황이 많이 나아졌을 것이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과 맞붙여놔도 지지율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호평하면서도 "대운하에 대해 할 말을 안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교수 인터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언제까지 바꾸라는 식으로 지시해서 제대로 바꿔지겠나"


ⓒ 남소연
-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1주년을 맞았다. 그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는데, 조금이나마 칭찬할 만한 게 있다면 꼽아달라.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뭐가 바뀌었다는 말이냐? 이 대통령은 정동영 후보를 큰 격차로 이겨서 오만해졌지만, 전체 7할의 유권자들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곱씹었어야 했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경우 장관이 대통령을 모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장관을 모셨다. 그 자신을 낮추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잘 기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에게 아쉬운 점이 많다.

이명박과 노무현 전·현직 대통령 모두 말실수가 많은 스타일인데,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국가지도자는 격이 있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많이 해서 반감을 느끼는 사람을 만들었는데, 이 대통령도 부지불식간에 가벼운 말들을 남발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면서 '만찬은 몬태나산 32개월짜리 쇠고기 스테이크로 하자'고 호기를 부린 것, '강을 하수구인양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 역사 교과서를 수정하고 전교조 교사가 대량 해직된 것은 보수진영이 좋아할 만한 일 아닌가?
"역사 교과서를 수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모든 일에는 절차와 과정이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바꿔라'는 식으로 지시해서 그게 제대로 바꿔지겠나?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몫이다. 나는 '문화전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 KBS와 YTN의 사장 교체를 놓고도 언론계의 후유증이 극심하다.
"정부가 방송국 사장을 임명해서 보도방향을 바꾸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본다."

-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35%를 밑돌면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35%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 수치인가?
"그건 내 생각이 아니라 미국 정치학자들의 이론이다. 대통령이 35~40%의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리더십에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성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렸는데도 40% 이상 지지율을 유지해서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꼽힌다. MB 지지율이 계속 이 수준에 머물면 나라가 계속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이라는 계기가 없었다면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의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4대강 정비? 간판만 바꿔 장사하려고 한다"
- 정부가 대운하 대신 4대강 정비를 추진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솔직히 얘기해서 대운하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더 큰 쟁점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이 대운하를 지지하지 않으니까 간판만 바꿔서 장사하려고 한다. 홍수 피해 때문에 4대강을 정비해야 한다면 통계적으로 홍수 피해가 많은 강원도에 지원하는 게 맞다."

- "젊은 사람한테 어필할 수 있는 보수성향의 오피니언 리더가 나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게 상당히 어렵다. 영국 보수당도 인간적 매력이 있는 40대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를 간판으로 세웠는데, 정작 보수당은 인기가 없지 않나?"

- 박근혜 의원이 대중성을 갖춘 보수 정치인에 가장 근접했다고 보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은가? 지금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과 맞붙여놔도 지지율이 많이 나올 것 같다."

- 이 대통령이 아니라 박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당선됐다면 한나라당 정권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나?
"지금보다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을 것이다. 트루먼처럼 겸허한 리더십을 구현하지 않았을까?"

"박근혜 의원, 4대강 정비 사업 반대했어야"


ⓒ 남소연
- 지금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통합형 내각을 꾸리는 게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물 건너간 것 같다. 친박 끌어안기가 진정성이 없고, 4대강 정비 예산을 통과시킨 것으로 봐서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

- 박근혜 의원이 4대강 예산 통과에 협조하지 말고 대운하 추진이라고 비판해야 했다고 보나?
"그에게 솔직히 실망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한마디 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정부가 대운하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으니 믿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조금 무책임한 발언 같다. '4대강 정비는 사실상 대운하이므로 나는 반대한다'고 얘기했어야 했다."

- 이 대통령을 왜 그렇게 싫어하나?
"사람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인데…. 우선 운하를 파면 국운이 융성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금품선거 폭로한 보좌관(김유찬)을 빼돌려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나? 참 드문 일인데, 그런 일을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서 곤란하다. 닉슨 대통령이 미 하원에서 탄핵 받은 사유 중 하나가 '사법 방해'였다. 이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법과 절차를 무시할 게 뻔하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곤란하다고 미 의회도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대통령의 등장을 많이 걱정했다."

"보좌관 ?돌려 유죄판결 받은 사람, 대통령으로서 곤란하다"
- 이런 식의 비판이 좌파의 이명박 정부 비판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말 하는 사람들에게 보수주의를 얼마 만큼 아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1980년대 레이건과 대처의 실험이 없었다면 보수주의를 당당히 얘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도덕성 시비는 좌파가 파놓은 함정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파는 부정부패를 해도 된다는 얘기인가? 정부 비판은 좌파의 몫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1970년대 반유신투쟁을 했던 분들도 다 자유민주주의자였다. 좌우 구분이 생긴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얘기다."

-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반기 촛불시위로 폭발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이명박 정부가 한 번 크게 당했으니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기면 초동진압을 하려고 할 것이다. 대규모 촛불시위가 다시 발생한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시위대가) 정부의 진압 의지를 거스르면서까지 반정부투쟁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내년이 중국 천안문 민주화 시위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다. 둘 다 '피플 파워'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는데,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맞물려서 1968·89년의 상황이 전염병처럼 전세계를 휩쓸지 않을까? 1968~69년 미국·유럽에서 일어난 봉기가 '침묵하는 다수'를 움직여서 보수파의 집권을 가져왔는데, 재미있는 것은 68운동을 주도했던 세대가 미국의 오바마 정권을 만들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