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오칼럼]'개그 배틀' 보다 못한 '공천 배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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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오
지난 3월 10일 KBS 2TV로 방영된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달인'이 봉숭아학당을 제외한 최장수 코너가 되었다고 한다. 개그맨 김병만과 류담, 류우진이 출연하는 이 코너는 2007년 12월 9일 첫 선을 보인 이래 116회를 기록했다고 한다. "16년만에 처음으로~", 또는 "16년 동안 한번도~달인 김병만 선생"이라는 유행어를 낳는 등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상파 TV방송의 공개개그프로그램에서 살아남기 경쟁은 치열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현장에 있는 천 여명의 방청객 앞에서 곧바로 반응을 얻지 못하면 가차없이 코너가 사라지는 철저한 적자생존 경쟁이 벌어진다.
그 때문에 수많은 코미디언, 개그맨들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고 무대 뒤로 사라지기도 하는 철저한 실력검증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한마디로 코미디 배틀, 개그 배틀 시스템이 철저히 적용되는 곳이다. IMF이후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생존배틀이 가장 적나라하게 구현되는 현장인 셈이다.
70여일 남은 통합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의 공천경쟁도 각당 내부를 살펴보면 나름대로 치열한 적자생존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잘 알다시피 풀뿌리 지방자치를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는 지 실력을 검증하는 경쟁이 아니라 공천권을 쥐고 있는 각당의 실력자와의 거리를 얼마나 좁히는 가를 놓고 벌이는 박 터지는 싸움이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이고 그들만의 배틀인 셈이다.
가공의 의혹이 남을 여론조사와 경선을 치른다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유권자들의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 그들만의 당심, 지역색 등 끼리끼리만의 정서와 이해관계에 기반한 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보스나 계파에 대한 충성심과 지방색 금력 등은 검증됐을지 모르나 지방정부를 이끌고 견제할 실력과 의지를 갖추었는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놓고 유권자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제는 안된다. 광역이든 기초든, 단체장이든 의원이든 예비후보 단계에서 유권자인 시민들 앞에서 누가 검고 누가 흰지 검증하는 진짜 공천 배틀을 벌여야 한다. 한해 16조원의 예산과 9.000여명의 공무원 인사권을 가진 경기도 지사와 도의원 후보는 물론이고 1조원의 예산을 쓰는 부천시장과 시의원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시민 앞에서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되지 않겠는가?
도대체 쓸 만한 상품을 내놓고 선택을 요구해야지 유권자를 봉으로 알고 부실한 상품을 내놓고 포장만 한나라당이요, 민주당이요 하고 지지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되풀이 한다면 이 나라 지방자치의 앞날, 나아가 이 나라 정치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 '개콘'보다는 더 선명하고 치열한 실력배틀을 벌여야 되지 않겠는가. 때마침 민주당에서는 한때 재미를 보았으나 이제는 낡은 유행가가 되어버린 국민경선제 대신 '시민배심 공천제'라는 그런대로 괜찮은 상품을 개발 했다고 한다. 좋은 상품이라면 따로 특허권 분쟁도 없는 만큼 민주당이 독점할 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채택해서 자신들의 보수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우수한 후보를 배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처음 개발한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고심 끝에 개발한 상품을 묵혀두지 말고 모든 선출직 공직자 후보공천에 적용하여 모든 선거과정을 유권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축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기껏 만든 상품을 계파의 이해관계에 얽혀 몇몇 지역에 적용하는 시늉이나 내고 말 조짐이 적지 않다고 한다. 금권과 특정 지방색, 개인적 충성경쟁과 같은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모든 지역의 모든 단위의 후보공천에 적용하여 이번 지방선거의 흥행성을 높임으로서 2년 남은 총선과 대선을 진짜 민주주의 회생의 축제로 만들 발판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정가의 조그만 기득권이나 유지 확장하는 수단으로 지방선거 공천권을 이용하는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퇴출시킨다는 각오로 유권자인 시민들이 먼저 각성하고 참여해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지역 내에서 유권자들의 참여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어 일단은 기대해 볼 만하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득권이라는 물건은 자진해서 내놓기 어려운 법이다. 진짜 주인인 대중이 일어나 목소리를 높이고 짱돌을 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슬그머니 양보하는 척이라도 하는 법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의 지역 보스들에게 다시 한번 부탁한다. 더 이상 당신들만의 리그, 당신들만의 배틀로 끝내지 말지어다. 김병만 달인의 개그신공(神功)을 사사(私事)해서라도 진짜 시민공천 배틀의 판을 벌여라. 그것이 당신들이 자임한 오늘의 배역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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