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진료 찾아 헤매던 할머니, 지하철역서 숨져
SBS | 조제행 | 입력 2011.04.16 21:15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부산
< 앵커 >
무료 치료를 받기 위해 8시간 동안 병원을 찾아다니던 70대 할머니가 지하철 역에서 쓰러져 숨졌습니다.
조제행 기자입니다.
< 기자 >
78살 김모 할머니가 쓰러진 건 그제(14일) 저녁 6시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막 역사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역무원 : 119에 신고하면서 심폐소생술을 같이 한 거죠. 의식이 가물가물 했다고 보면 되죠.]
병원에 옮겨진 김 할머니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10여 분만에 숨졌습니다.
사인은 영양 실조와 폐결핵으로 인한 건강 악화.
숨지기 하루 전날 폐결핵 진단을 받은 김 할머니는 무료 입원치료를 받기 위해 8시간 동안이나 동사무소와 보건소, 시립병원을 전전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상에 부양가족이 있는 것으로 돼 있어 무료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 직장 보험이 있는 거예요. 며느리라고 하더라고요. 무료인 줄 알고 오신 거예요.]
김 할머니에게는 아들 2명이 있지만 자식들도 생활이 어려워 2년 넘게 홀로 쪽방생활을 해왔습니다.
17만 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과 폐지를 팔아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숨지기 전날에는 고열과 기침이 심해져 민간 병원에 입원했지만, 병원비가 없어 퇴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웃주민 : 10시 반에 입원시켜 놓고 (아들은) 집에 갔다가 새벽에 도로 할머니를 퇴원시켜서 (쪽방에) 갖다 놓은 거지….]
자식으로부터도 사회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노인은 결국 길바닥에 쓰러져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영상취재 : 임우식, 영상편집 : 김진원)
조제행 jdon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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