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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 야권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소한마리-화절령- 2011. 8. 6. 20:33

 

제주해군기지건설반대, 야권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석수

 


먼저 이 주제가 야권에서 개혁성이나 진보성의 잣대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반대한다는 점을 밝힌다. 특정사안은 어떤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일 수 있지만, 그 정체성이 국민다수를 아우르지 못할 때엔 특정 이데올로기를 현실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는 관념적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주해군기지건설문제를 철저하게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전제는 이 사안을 철저히 상식적 기준으로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즉 내가 외교안보문제와 관련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보통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그 지점에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전제를 가지고 제주해군기지를 바라볼 때 나는 몇 가지 측면에서 진보개혁진영이나 야권이 이 사안에 잘못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어느 정도 가치중립적인 사안을 보수우익세력에게 매우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1.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제주해군기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해군이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것을 우리 국민이라면 반대할 수 없는 명제다. 분명히 대한민국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고, 그에 걸맞는 국방력을 가져야 한다. 국방력에는 경제력과 국민정신 등 비가시적인 것들도 포함되지만 그래도 가장 우선순위는 군사력이다. 그래서 비록 소말리아 해적퇴치 목적이긴 하지만 우리 군함들이 대양을 누비고 다니는 것은 국력의 크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실전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서 군사력 신장의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대양해군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제주해군기지는 팽창하는 중국군사력을 견제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군사적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관점은 노무현정부의 인식대로 급속하게 성장하는 대륙세력 중국을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의 힘을 이용해 균형을 유지한다는 동북아전략론에 서있다.

중국은 수천 년 동안 한반도를 직접 복속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역사의 어느 시기에는 이 시도가 실패하기도 했지만 고구려와 발해의 멸망이래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조공의 형태로 그 영향력을 확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를 영토적 차원에서 통합하려는 시도가 거의 없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다. 한반도가 미국 본토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시장이나 원료공급지로서의 의미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복속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세계체제를 유지하기도 바쁜 세계경찰국가 미국이 굳이 한반도남단에서 자신들의 적대세력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냉전시대 체제경쟁에서 자본주의 모범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오히려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도운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요즘과 달리 과거 자신들의 넓은 시장을 공짜로 열어준 것 등은 좋은 사례다.

따라서 대한민국 안보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기축으로 하면서도 독자적인 군사안보능력을 배가하는 것을, 국력이 신장한 지금 충분히 고민해야 할 과제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 2007년의 일이다.

그에 반해 중국은 서남공정을 통해 티벳지역 등을 영구복속하려는 시도가 철도개설 등의 경제적 통합에까지 이르고 있으며 발해사조작을 통해 한반도를 바로 자신들의 영역안에 포함시키려는 집요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미국이나 일본의 군사력에만 의존하려는 사대주의적 관점은 영원히 자주국방을 하기 어려운 자세라 할 수 있다.

2. 일본에 대한 대항력 증강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알다시피 일본은 자국 군대의 해외파병을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에도 불구하고 이미 해상자위대를 자국민보호와 석유해상로 확보라는 명분으로 대양에 진출해있다.

최근에는 일본 극우정치인들이 독도방문 이벤트를 통해 군국주의적 팽창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침체된 자민당을 띄우기 위한 우익세력활성화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일본 민주당 정부의 방위백서에서도 버젓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형편이다.

당장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미군이 언제까지 아시아에 주둔하면서 경찰국가노릇을 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국제정세다. 미군주둔비를 주재국 정부에게 더 많이 부담시키려는 압박은 재정적자와 채무국가 미국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증표다. 만일 장차 한일간 군사적 대치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매우 불리한 지형에서 일본을 상대해야 한다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동북아지도를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일본열도가 한반도를 포위하고 있는 형국, 이것은 군사적으로 절대 불리한 전선이다.

더구나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들 간의 전쟁에서 해상권확보는 전쟁의 결판을 내는 결정적 조건이다. 미국이 전 세계를 군사적으로 제패하는 동력도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미사일을 내다 꽂을 수 있는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등의 수단을 대양에서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란 사실은 다 아는 상식이다.

따라서 잠재적 경쟁국가인 일본, 틈나는 대로 대륙진출모색을 위해 한반도를 다리삼아 공략해온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해상요충지, 연안으로 이동했던 3국 시대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해 동북아 제해권을 장악했다면, 이제는 먼바다 항해가 가능한 오늘날에는 당연히 우리 국토의 끝자락인 제주도에 그 해군기지를 두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다. 그리고 일본에 대한 대항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3. 중국의 보복이 가능한가

일부에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이 중국의 보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관점이다. 그런 관점은 대양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중국의 항공모함건조와, 그런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는, 뒤집어진 논리다. 타국의 침탈대상이 될까봐 우리의 군사력을 증강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정상적인 논리가 아니라 소심증환자의 논리다.

전쟁은 어느 일방이 평화를 원한다고 해서 방지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힘의 균형이 심각하게 훼손됐을 때 전쟁은 일어난다.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하고 전쟁을 벌이지 않는 것은 그 전쟁의 결과가 자신에게도 심대한 타격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힘의 균형이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만하게 고른 나라가 세계 최빈국들로서 군사력도 형편없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불쌍한 나라들이다.

사실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중국의 엄포에 우리가 주눅든다면 중국은 전쟁을 치루기도 전에 이미 절반은 한반도를 복속한 것이나 다름없다. 강도의 공갈협박에 통하는 시민은 이미 주체적인 시민이기를 포기한 볼모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볼모가 아무리 평화를 원한다 해도 강도는 볼모의 평화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따라서 일부 진보개혁진영에서 이같은 논리로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매국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설사 중국이 한국에 대한 보복에 나선다 해도 국제여론은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과 일본이 잠자코 있겠는가. 국제역학관계를 몰라도 한참 모른 중국보복설은 비현실적이며 매국적인 논리일 수 있다.

4. 진보개혁세력은 국가안보에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동안 무지한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을 배제적 억압으로 다뤄온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새가 좌우날개로 날아가는 원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의 존재가 대한민국은 물론 한반도의 장래를 더욱 밝게 해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진보세력을 육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면, 한국의 진보개혁세력도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군사력을 방치하고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논리를 이젠 접어야 한다.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력과 안보능력증대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공히 추구해야 할 가치다. 기지건설을 반대하는 논리와 이유가 평범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납득할 때까지 반대한다는 오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민동의과정의 투명성과 환경보호조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이 당연한 이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이러한 미비점을 근거로 해군기지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수단과 근거로 활용하려는 전략은 그리 통큰 전략이 아니다. 대국적으로 장래 한반도의 안보전략 속에서 제주해군기지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해군력이 대양해군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편함도 극복해야 한다. 우리의 군사적 팽창이 행여 제국주의나 파시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도 현재 우리가 처한 국제정세나 우리 국력수준에서 보면 지나친 기우다.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란 점도 생각해야 한다.

5. 집권해야 정책노선도 실천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진보개혁진영이나 야권은 국정에 대해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른 바 수권능력이다. 돈을 벌어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할 아버지가 돈은 안 벌고 허구헌날 아내나 자식들 교육한답시고 문제지적이나 훈계만 하고 앉아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누가 그를 가장으로 인정할 것이며, 그의 말에서 어떤 권위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마찬가지로 항상 반대만 하고 문제지적만 하는 세력에게 국민은 나라살림을 맡기지 않는다. 김종필과 손잡은 김대중. 더욱 발전된 형태인 독자적인 중도노선으로 중간유권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노무현이었기에 집권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바라봐야 한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세상이 원망스러운 서민들조차 우리 국력이 뻗어나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극전사들의 활약 속에서 자신도 대한민국 구성원임을 자랑스레 여기는 이들이 바로 진보개혁세력이 중히 여기는 서민대중이다. 연안해군으로서 주변국 대양해군력의 눈치나 봐야했던 그런 설움을 서민대중들은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다.

거듭 지적하지만 제주해군기지건설을 통해 대양해군으로 발전해가는 것은 욱일승천하는 중국과, 끊임없이 군국주의를 추억하는 일본을 볼 때 결코 무리한 군사력확장이 아니다. 특히 통상국가인 우리는 수출의 90%가량을 해상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강대국이 우리 바다를 봉쇄할 경우 우리 경제는 치명타를 입는 것도 현실이다.

일각에선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제주해군기지를 강조하고 있으나 동의하기 어렵다. 그럴 것이면 인천이나 속초 등에 대형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게 옳지 먼 제주 뒷바다에 북한을 겨냥하는 전진기지를 건설한다는 것도 납득할 수 있는 논리가 아니다. 물론 후방기지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으나 그것을 대북용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중요한 것은 진보개혁세력, 혹은 야권이 수권능력을 갖는 일이다. 그래서 정권을 교체해야 퇴보된 민주주의는 물론 양극화된 민생도 회복가능한 권력조건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든 제주해군기지반대에 모든 야권 역량을 쏟아 붇는 것은 올바르지도, 현명하지도 못한 처사다.

제주 해군기지건설반대는 야권의 무책임성만 증폭시킬 수 있는 악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