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의 '민영화'>①"안전을 팝니다"
사설경비 일상화…관리·감독시스템 미비 연합뉴스 김정은 입력 2012.08.28 07:31 수정 2012.08.28 08:36사설경비 일상화…관리·감독시스템 미비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국가 고유 영역이었던 치안 활동의 '무게중심'이 민간 부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묻지마 칼부림' 등 각종 강력범죄 때문에 시민의 불안감은 나날이 높아지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지켜야 할 재산이 늘어 치안 수요가 더불어 증가하고 있으나 경찰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자구책으로 자기 주머니를 털어 민간경비업체를 찾거나 폐쇄회로(CC)TV와 첨단 잠금장치 등 각종 보안장치를 갖춘다.
빌딩과 은행, 병원, 백화점 등 대형 업무·상업시설은 물론이고 주택과 아파트를 넘어 학교, 공항 등 공공시설·기관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민간 경비원과 무인카메라, 출입통제장치는 민영화한 치안의 또 다른 '얼굴'이다.
국내 민간경비 수요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등장한 대규모 산업단지, 상업시설,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서히 증가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급증했다는 게 김성언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경찰청 통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97년 1천151개였던 경비업체는 2011년 3천651개로 3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이들 업체에 고용된 경비원수도 6만2천419명에서 14만6천286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 경비원 수는 이미 경찰관 수를 넘어섰다. 작년 기준으로 경찰인력은 총 10만1천239명으로 민간 경비원 규모가 경찰관의 1.4배에 달했다.
공공재였던 안전이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사유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치안의 민영화가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세계적, 시대적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력만으로는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장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서라도 좀 더 보호받고 싶어 한다. 치안 민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치안 영역에서 민간 부문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나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고 경비원의 권한남용 등 부작용을 제어할 법규와 관리·감독 시스템은 아직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시설경비업의 경우 허가요건이 자본금 5천만원, 일정 수 이상의 직원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장 구비 정도로 비교적 느슨하며 경비원에게도 관련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영세업체가 난립하는데 체계적 직원 교육·훈련은 어렵고 일감을 따낼 때마다 일용직을 고용, 경비원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 무자격자가 경비를 맡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2010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보면 경비·경호서비스 업체 가운데 종사자 수가 1∼9명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가 전체의 62.3%에 달했고 300명 이상은 4.25%에 지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럼에도 민간경비업체에 대한 경찰의 관리·감독은 인력 부족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경비업 허가와 각종 신고 처리, 업체 지도·점검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은 전국적으로 270여명, 경찰서별로 1명씩에 불과하다.
최근 문제가 된 노동쟁의 현장에서의 경비용역 폭력사태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불거졌다.
2008년에는 보안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비를 맡은 여성 고객의 집에 침입,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붙잡힌 바 있고 2010년에는 은행 경비원이 현금 5억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청은 최근 경비용역 폭력사태 이후 집단민원 현장의 경비원 자격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경비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은 민간경비업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시스템을 더욱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학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간경비업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경찰청의 관리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국처럼 민간경비관리 전담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경비원 면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일반경비원에 대해서도 검정을 실시하고 있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민간경비업체들의 불법행위가 만연하는데도 경찰은 감독행정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경찰의 '팔짱 끼기' 행정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경찰청 생활안전과 담당자는 "민간경비산업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되 불법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비원 자격 평가·교육을 경찰이 전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민간에 맡기고 국가가 공인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je@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국가 고유 영역이었던 치안 활동의 '무게중심'이 민간 부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묻지마 칼부림' 등 각종 강력범죄 때문에 시민의 불안감은 나날이 높아지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지켜야 할 재산이 늘어 치안 수요가 더불어 증가하고 있으나 경찰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빌딩과 은행, 병원, 백화점 등 대형 업무·상업시설은 물론이고 주택과 아파트를 넘어 학교, 공항 등 공공시설·기관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민간 경비원과 무인카메라, 출입통제장치는 민영화한 치안의 또 다른 '얼굴'이다.
국내 민간경비 수요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등장한 대규모 산업단지, 상업시설,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서히 증가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급증했다는 게 김성언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경찰청 통계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97년 1천151개였던 경비업체는 2011년 3천651개로 3배 넘게 늘었고 같은 기간 이들 업체에 고용된 경비원수도 6만2천419명에서 14만6천286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 경비원 수는 이미 경찰관 수를 넘어섰다. 작년 기준으로 경찰인력은 총 10만1천239명으로 민간 경비원 규모가 경찰관의 1.4배에 달했다.
공공재였던 안전이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사유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치안의 민영화가 전반적인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세계적, 시대적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력만으로는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장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서라도 좀 더 보호받고 싶어 한다. 치안 민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치안 영역에서 민간 부문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으나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고 경비원의 권한남용 등 부작용을 제어할 법규와 관리·감독 시스템은 아직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행 경비업법상 시설경비업의 경우 허가요건이 자본금 5천만원, 일정 수 이상의 직원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장 구비 정도로 비교적 느슨하며 경비원에게도 관련 경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영세업체가 난립하는데 체계적 직원 교육·훈련은 어렵고 일감을 따낼 때마다 일용직을 고용, 경비원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아 무자격자가 경비를 맡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2010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자료를 보면 경비·경호서비스 업체 가운데 종사자 수가 1∼9명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가 전체의 62.3%에 달했고 300명 이상은 4.25%에 지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럼에도 민간경비업체에 대한 경찰의 관리·감독은 인력 부족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경비업 허가와 각종 신고 처리, 업체 지도·점검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은 전국적으로 270여명, 경찰서별로 1명씩에 불과하다.
최근 문제가 된 노동쟁의 현장에서의 경비용역 폭력사태 역시 이러한 현실에서 불거졌다.
2008년에는 보안업체 직원이 자신이 경비를 맡은 여성 고객의 집에 침입,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을 시도하다 붙잡힌 바 있고 2010년에는 은행 경비원이 현금 5억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청은 최근 경비용역 폭력사태 이후 집단민원 현장의 경비원 자격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경비업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은 민간경비업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시스템을 더욱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학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민간경비업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경찰청의 관리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영국처럼 민간경비관리 전담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경비원 면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일반경비원에 대해서도 검정을 실시하고 있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민간경비업체들의 불법행위가 만연하는데도 경찰은 감독행정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경찰의 '팔짱 끼기' 행정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경찰청 생활안전과 담당자는 "민간경비산업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되 불법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비원 자격 평가·교육을 경찰이 전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민간에 맡기고 국가가 공인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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