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은 무엇으로 사는가? | ||||||||||||||
[황인오 칼럼] Visitor Economy, 부천의 미래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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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오(전 부천시민연합 공동대표)
6차 산업과 방문자 경제 6차 산업? 다소 생경한 말이다. 전통적인 1, 2, 3차 산업 분류는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이다. 주요 국가의 경제에서 자연 환경을 이용하고 물자를 생산하는 농업, 어업, 임업, 축산업 등의 1차 산업, 자연에서 얻은 생산물을 가공하여 물건을 생산하는 공업, 제조업, 건설업, 첨단산업 등의 2차 산업의 비중에 비해 3차 산업으로 분류되는 서비스 산업이 압도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전통적인 3차 산업은 상품의 운송과 판매유통, 금융, 교육, 의료 등 직접 재화를 생산하는 1, 2차 산업에 속하지 않는 모든 분야를 뭉뚱그려 놓은 것으로, 어떻게 보면 정밀한 개념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3차 산업에 뭉뚱그려 놓은 다양한 분야를 분류하여 4 ~ 6차 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보 ․ 의료 ․교육 ․서비스 등 지식집약 산업을 제 4차 산업으로, 취미 ․ 오락 ․ 패션산업 등을 제 5차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관광업과 전시컨벤션 산업을 제 6차 산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방문자(訪問者)산업, 또는 방문자경제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다양한 전시컨벤션과 관광산업은 많은 사람들을 특정지역으로 불러들여 경제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각종 공연예술을 비롯한 문화 ․ 예술 ․ 스포츠도 방문자 경제(Visitor Economy)의 주요한 축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경기는 대표적인 방문자 경제의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야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내외로 아주 미약한 상태이다. 이 개념을 먼저 쓰기 시작한 영국의 경우 방문자 경제가 GDP에서 차지하는 직접 비중은 3%대이나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9%대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거점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국내외의 사례 2008년 여름,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은 연인원 25만 4천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이 축제의 소요예산은 4.91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707억 원이 조금 넘는다. 여기에 공공부문은 26%인 180억 원 가량의 재정을 투입했다. 이 축제를 통해 잘츠부르크 지역에는 2억2천5백만 유로, 우리 돈으로 3천240억 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경상남도의 산간지역인 거창에서 열린 <제 24회 거창국제연극제>에는 모두 20여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목표치인 15만을 훨씬 넘긴 대성황이었다. 필자가 방문한 2008년에 이미 16만 명에 달했으니 목표를 보수적으로 세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놀랍지 않은가. 인구 63.000명의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으로 둘러싸인 서북 경남지방의 골짜기에 17일 동안 인구의 3배가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지역의 특성상 정확한 경제효과의 집계가 원활하지 않지만 해마다 수백억 원의 각종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여야 주요 대선 주자를 비롯한 국내외의 내로라는 관련 인사들은 물론 많은 만화애호가와 시민들이 찾아왔다. 7월에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11월 중순에 열리는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발과 함께 부천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축제이다. 올해 열린 국제만화축제에는 공식적으로 93.000명의 시민이 관람 및 참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문화특별시 부천을 상징하는 축제답게 비교적 성황리에 마쳤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가 부천시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 아닌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문화예술을 화폐로 환산하는 데 저항을 가질 수도 있으나 ‘산업화되지 않은 문화(예술)는 활성화되기 어렵고, 문화적 가치가 자본적 가치로 전환되어야 한다’(권두현 안동국제탈춤 페스티벌 사무처장)는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화적 가치의 자본적 가치로의 전환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을 비롯한 해외의 성공한 축제들이 축제와 연계된 다양한 공연과 문화시설, 숙박, 교통, 관광자원 등 잘 갖춰진 유 ․ 무형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방문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경제적 효과도 극대화시키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축제와 문화․ 예술은 산업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천도 마찬가지다. 불결한 화장실, 낙엽처럼 휘날리는 음란한 광고전단지로 도배한 먹자골목 등 부박(浮薄)한 유흥업소만 난립해 있을 뿐 제대로 된 숙박업소나 컨벤션시설 하나 없는 현실이다. 30분 거리에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 우리나라 유수의 국제공항을 둘씩이나 두고 있는 부천을 방문한 해외바이어나 점잖은 VIP 방문객들이 숙박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하는 것이다. 컨벤션 시설은커녕 특급호텔 하나도 없는 것이다.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가치 있는 브랜드를 보유하고도 만화축제 등 3대 축제와 연계하여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잡아놓지 못하고 있다. 기껏 축제 현장에서 주제와 관련된 연주 몇 곡 들려주는 것이 전부이다. 생각해 보라. 판타스틱영화제나 만화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번듯한 공연장에서 '부천 필'의 수준 높은 연주가 열리고 있고, 이들 축제 참가자들에게 10%, 혹은 20% 할인혜택 등을 연계하여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화축제에 참가한 93.000명의 관객, 그 중에도 2/3나 되는 외지 관객들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문화적 유혹이 아닐까.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회화와 조각, 만화 등과 같이 보는 것 위주의 페스티벌에 비해 콘서트나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예술축제가 공연자와 상호 호흡하는 특성상 관객의 참여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는 것 위주의 문화예술은 단기간의 축제 관객 동원보다는 박물관 형태의 상시 전시로 꾸준한 관객 동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혹하는 도시 부천 무엇보다 문화특별시를 자임하는 부천의 문화예술이 지역경제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공연장 건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부천의 미래전략에서 어떻게 위치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측면이 크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번듯한 건축물로서 공연장이 아니라 성공적인 운영계획을 세우고 부천의 미래 주력산업으로서 방문자경제를 이끌 거점(Base)으로서의 공연장이라는 비전과 마스터플랜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서로 분산 고립되어 있는 축제나 문화콘텐츠를 부천의 주력산업으로서 상호 연계하여 육성하고 활성화시킬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문예회관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의 논의가 아니라 부천의 문화를 어떻게 산업화할 것이며 6차 산업, 또는 방문자경제 육성 전략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라는 논의의 틀 속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방문자경제(Visitor Economy)는 유치(誘致)산업이라고도 한다.(幼稚산업이 아님) 국내외의 외지인들을 불러 모으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전시컨벤션이나 공연예술처럼 국내외의 특정분야 회의나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는 행사와 공연을 유치하는 한편 이를 관람, 참여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산업이다. 필자는 이를 부천 특색을 살린 방문자 경제로서 유치산업(Invite Economy)보다는 품격 높은 문화와 예술로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유혹(誘惑)산업(Temptation Economy)라고 불러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논의에는 진보와 보수, 정파의 구분 없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두루 참여하여 부천의 100년을 설계하는 데 머리를 맞대고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부천시 문화예술회관 건립 협의위원회'와 함께 '부천시 미래 성장 위원회' 또는 '부천시 방문자 경제 육성위원회'와 같은 범시민적 지혜를 모으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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